경쟁력 자신 “큰 물에서 크게 건지자” … 티맥스소프트 스콥정보통신 등 이전 추진

벤처들이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더 이상 영업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보다 ‘큰 물’에서 놀기 위해서다.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티맥스소프트 스콥정보통신 와이즈프리 등 국내 SW 벤처들은 세계 시장에서 효과적인 경쟁을 하기 위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빠르면 올해 말부터 현지 독립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본사업무를 이전할 계획이다. 본사 기능을 하는 미국법인은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 영업 패키징 브랜드관리 고객서비스 등 사업 전 분야를 진행한다. 특히 미국법인은 CEO를 비롯해 대부분의 인력을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연구개발 등 일부만 한국에서 파견돼 움직인다는 계획. 한국법인은 내수시장 영업과 함께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이같은 본사 해외이전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SW업체의 해외사업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SW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대부분 현지업체를 거점으로 한 간접진출이거나 직접진출이라도 지사형태를 띠는 것이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미국으로 움직이게 했을까. 주요 배경은 시장 규모의 차이. 미국은 국내시장과 비교해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미국 벤처캐피털 지원 기대티맥스소프트 김용옥 부사장은 “주력 제품인 시스템SW 시장 규모를 보면 미국이 70%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기껏해야 1%도 안된다”고 말한다. 김부사장은 또 “물론 1%라고 해도 수억원대에 이르지만 더 큰 시장에 나가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데 굳이 작은 시장에서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두 번째는 ‘메이드 인 코리아’로는 글로벌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 특히 SW 제품은 코리아 브랜드로는 세계시장에 진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와이즈프리 원을재 상무는 “불행한 일이지만 해외에서 한국제품은 품질이 좋다고 해도 저평가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평가 절하도 문제지만 같은 성능의 제품이라고 해도 미국제품과 가격차가 20~30% 정도 생기기 때문에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USA)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벤처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점도 본사 이전의 또 다른 이유다. 한국에 비해 미국은 벤처산업의 종주국답게 벤처캐피털 기반이 탄탄하다. 뿐만 아니라 금융지원, 정책적인 배려에 이르기까지 벤처기업이 생겨나 시장진입, 성장, 발전할 때까지 시스템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일단 가능성을 인정받기만 한다면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기업용 시스템SW를 개발한 티맥스소프트는 2003년에 세계 5대 시스템SW 업체로 부상한다는 전략을 기반으로 본사 이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샌호제이에 연락 사무소를 열었고 빠르면 올해 말 법인등록을 마칠 예정이다. 최근에는 미국 기업컨설팅 전문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현재 투자유치, 인력아웃소싱 등 각 분야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법인명은 ‘티멕스아메리카’로 정했다. 일부 연구개발 인력을 제외하고 CEO를 비롯한 전체 인력을 현지인으로 채용할 계획이다.김용옥 부사장은 “현지인 CEO는 내년 2~3월께 선임될 것”이라며 “현재 현지의 유력 인사를 대상으로 영입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법인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현지 벤처캐피털을 통해 조달할 계획인 티맥스소프트는 내년 초 투자설명회(IR)를 병행한 대규모 로드쇼를 개최할 예정이다. 초기 인력은 10여명으로 하고 내년 말까지 2백명으로 늘릴 계획이다.티맥스소프트의 이런 본사 이전 계획은 일단 자체 개발한 제품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에서 나왔다. 김부사장은 “시스템소프트웨어는 운용소프트웨어와 달리 언어, 업무프로세스의 의존도가 낮아 세계 어디서도 판매가 가능하다”며 “주력 제품은 제우스(JEUS)를 비롯해 제품 라인업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특히 자체개발이라는 점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자체 개발로 소스코드를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제품을 경쟁업체보다 빨리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 티맥스소프트는 영업망 구축을 위해 현지의 SI 업체 등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존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영업인력을 대거 영입해 빠르게 영업망을 만들어간다는 전략이다. 티맥스소프트는 이에 내년 상반기에 조직정비, 마케팅 툴 작성, 세미나 세일즈 채널 구축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김부사장은 “미국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시작해 2003년께는 연매출 2천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맥스는 국내시장 매출도 급성장을 하고 있다. 99년 1억원 매출을 올린 티맥스는 지난해 53억원 매출에 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3백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네트워크 분석 SW 개발업체인 스콥정보통신은 지난해부터 본사 해외 이전을 추진해 왔다. 스콥정보통신은 내년 초 미국법인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칠 계획이다. CEO를 비롯해 대부분의 인력을 현지인으로 채용할 미국법인명은 ‘바이아스콥’으로 정했다. 스콥정보통신은 바이아스콥을 가동하기 이전에 우선 미국내 영업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현지 네트워크 없이 본사기능만 옮겨가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서다.유지영 해외영업 마케팅 차장은 “연락사무소라고 해도 연간 운영비는 50만달러에서 1백만달러에 이른다. 현지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돈만 까먹고 철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우리는 현지에서 매출이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뒤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콥정보통신은 현지 업체와 대리점, 파트너 관계를 맺고 본격적인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스콥정보통신의 본사 이전은 매년 50% 이상씩 성장하는 네트워크 분석 SW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초기 시장인 데다 미국 시장을 선점하면 연간 2천만~3천만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웹몬스터는 이미 필리핀에 10만달러어치를 판매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스콥정보통신은 국내시장에서도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콥도 미국법인 설립 자금은 미국 벤처캐피털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EIP(엔터프라이즈 인포메이션 포털) 개발업체인 와이즈프리도 내년 초 본사 이전을 목표로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있다. 본사 이전에 앞서 먼저 솔루션을 먼저 판매해 기반을 닦는다는 전략이다. 와이즈프리도 미국법인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2003년께는 5백억원대 규모의 회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을재 상무는 “미국법인이 설립되면 CEO를 비롯해 1백20명 인력을 현지인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세계불황 장기화, 이전 신중해야” 지적도이외 티아이엠시스템은 올해 말께 미국 실리콘밸리에 트랜잭션인메모리(TIM)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본사를 완전히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일부 인력이 미국 현지에서 법인설립 작업에 나섰으며 대규모 투자유치도 추진하고 있다.한편 현재 미국 등 세계 경기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본사를 해외에 이전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부담이 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본사 해외 이전은 많은 초기투자와 운영 리스크,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최소 3년 동안에는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