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산업을 두고 21세기 핵심산업이라고들 말합니다. 문화관광부가 문화콘텐츠 전담 기관을 만든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겠지요.세계경제는 자본·노동 중심에서 지식과 창의력이 주도하는 지식기반 경제로 신속하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콘텐츠산업(CT)은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과 함께 차세대 5대 산업의 하나로 꼽히지요. 과거에는 문화를 예술의 의미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됐다는 겁니다.실제로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천5백억달러에서 2003년엔 1조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1조3천억원 규모로 추정돼 이미 상당한 시장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선 콘텐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하지만 국내는 제작 환경 등이 미흡해 양질의 콘텐츠 공급이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 점을 개선하고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을 지원·발전시킬 임무를 띠고 진흥원이 설립된 셈이지요.문화콘텐츠의 범위는 무척 광범위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지원 대상으로 삼을 생각입니까.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문화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입니다. 사업 분야는 크게 애니메이션 음반 캐릭터 출판만화 게임 등으로 나눠집니다. 문화산업의 중심축인 동시에 중점 육성하면 수출 산업화가 가능한 분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요.특히 게임의 경우 불과 2~3년전까지만 해도 OEM 수주가 대부분이었지만 초고속정보통신망 보급으로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지요. 아직까진 영세한 업체들이 많지만 체계적인 지원이 뒷따르면 어느 분야보다 유망하다고 봅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만화 음반 분야도 마찬가집니다. 제작업체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기술 자금 유통 인력양성 부분을 앞장서서 지원할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기획-제작-공급-마케팅 등 원스톱 종합서비스체제를 구축하는 게 목적입니다. 단 아무 업체에나 지원하는 건 아닙니다. 성공 역량이 충분히 엿보이는 될 성 부른 업체만 골라 전폭적으로 지원할 생각입니다. 물론 모든 지원사업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진흥원의 모든 사무실이 투명 유리창으로 구분돼 있는 것도 이런 의지의 표현이지요.개인적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문화콘텐츠진흥원 운영에서도 이 원칙을 철저히 적용할 겁니다. 엄정한 절차를 거쳐 지원 대상을 ‘선택’하고 선택받은 업체에는 지원을 ‘집중’한다는 뜻입니다.또 하나, 한국의 전통문화 유산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국가적으로는 무엇보다 먼저 완성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선 세계에 내놓을 데이터베이스가 먼저 만들어져야 하니까요.중소 문화콘텐츠업계를 지원하려면 우선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일 텐데요.국고와 문화산업기금, 방송발전기금이 주요 재원입니다. 올해는 1천1백62억원, 내년엔 1천5백여억원을 지원자금으로 잡고 있습니다. 올해 새로 설립되는 3개 문화콘텐츠투자조합과 연계, 재원 마련과 지원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들 계획입니다.또 굳이 정부 출연 기금이 아니더라도 문화콘텐츠업체들이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디지털 콘텐츠 프로모션 2001’에서는 1백억원 선의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4개 중소업체가 총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문화콘텐츠투자기관협의회 소속 5개 창투사는 5~6개 업체를 대상으로 5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했습니다.기획력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 세계적인 콘텐츠 제작을 망설였던 수십개 업체가 이번 행사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창투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유망 투자대상을 찾아 만족한다는 평을 합니다. 보다 많은 문화콘텐츠업체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투자설명회를 상설로 운영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최근 중국과 동남아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가 화제입니다. 대중문화도 중요한 문화콘텐츠의 일부분인 만큼 한류를 보는 시각이 남다를 것 같은 데요.한류는 국내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요한 이슈입니다. 진흥원에서는 한류 열풍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도록 산업적 지원체계 갖추기에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르면 9월 중으로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진흥원과 대중문화업계가 연합해 ‘아시아문화교류협의회(가칭)’를 발족할 계획도 서 있습니다. 무한대로 열려 있는 아시아 대중문화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국가적인 지원체제를 갖추는 셈이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문화시장의 최신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는 겁니다. 벌써 공연기획사들이 현지에 난립해 한류 열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사기를 당하거나 피해를 입는 중소업체들도 적지 않다고 해요. 중국 진출 기업들의 리스트 확보와 성공·실패 사례 연구가 선행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통제와 지원이 가능하니까요.30년 가까이 정보통신 분야에서 연구와 실무경험을 쌓아 왔습니다. 문화콘텐츠산업 전초기지의 초대원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생각됩니다.문화콘텐츠산업은 정부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입니다. 국가적 사업의 핵심 위치에 서게 돼 큰 보람을 느끼지만 책임도 남다릅니다. 오랫동안 민간기업에서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맡아와 기업의 어려움이 무엇인 지 잘 알고 있다는 게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진흥원의 고객은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기 때문이죠. 문화콘텐츠를 발전시켜 나갈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제 능력과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지 항상 고민하겠습니다.사실 정부가 문화를 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국가로서도 이제 시작인 셈이지요. 미국 일본같은 선진국과의 격차도 큽니다. 중요한 것은 산업의 개념이 없던 문화라는 분야를 얼마나 산업화, 경제 개념화하는가라고 봅니다. 기존의 선입견부터 없애는 게 첫 번째 과제인 것입니다.초대원장 임명장을 받으면서 한마디 부탁한 것이 있습니다. 정책과 운영은 분명 다르다. 운영만은 내게 맡겨달라.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는 자세로 일하겠습니다.Profile in Mirror홈비디오 제작사 ‘스타맥스’, 영화전문 케이블TV ‘캐치원’, 삼성영상사업단, 프로게임단협의회…. 지금까지 서원장이 기획·설립한 사업체들이다. 하나같이 젊은 감각과 풍부한 감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말하자면 ‘N세대 원조’격이다.개봉 영화는 빠짐없이 보는 편이다. 영화 관련 사업과 인연이 많았던 터라 지금도 영화감상은 ‘일 반 취미 반’. 최근에도 <신라의 달밤 designtimesp=21540> <쥬라기 공원3 designtimesp=21541> <엽기적인 그녀 designtimesp=21542> 등 흥행영화를 섭렵했다. 영화뿐 아니라 게임과도 친하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롤 플레이 게임이나 테트리스 실력은 “젊은 친구들과 붙어도 부끄럽지 않을” 수준. 프로게임단 ‘삼성 칸’ 단장을 맡으면서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들과도 게임을 즐겼을 정도다. 하지만 파이널 환타지 같은 3D게임은 아직 손에 익지 않아 걱정이라고.공채를 통해 문화콘텐츠진흥원 초대원장 자리에 오른 그는 면접자리에서 “전문가를 뽑으려면 나는 아니다”라고 말해 좌중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어 “경험이 많은 사람을 원한다면 바로 나”라고 덧붙여 자신의 강점을 피력했다. 자신은 문화콘텐츠 사업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 지 잘 알지만 기술이나 개발은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PCS사업,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까지 두루 경험한 그를 두고 업계에서는 ‘적임자’라는 평을 내린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삼성맨으로 지내다 관계에 진출한 서원장에게선 ‘고위관료’의 모습보다 문화산업 첨병으로 전진배치된 ‘새내기’의 향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