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고 산다’는 속담이 있다.요즘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전문가들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다. 미국 경제가 하강국면에 들어선 지 1년 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급여. 미국의 컴퓨터전문 잡지 ‘컴퓨터월드’가 미국 전역의 IT전문가 28만8천명을 대상으로 조사, 최근 발표한 미국 IT전문가 급여(2분기)에 따르면 이들의 급여는 1년전보다 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근로자의 평균 급여 상승률이 4%선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6%는 비교적 높은 수치라는 게 컴퓨터월드의 평가.네트워크 운영자 급여 가장 많이 올라이번 조사에서 급여가 가장 많이 오른 직종은 네트워크 운영자 및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각각 15.8%와 13.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비즈니스용 응용프로그램개발자나 보안 전문가 등의 급여도 12%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웹 관련 종사자들의 급여는 겨우 3. 8% 오르는 데 그쳤다.이처럼 분야별 급여 상승률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닷컴 기업이 잇따라 몰락하고 있지만 일반기업의 e비즈니스화 바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지역별로는 여전히 실리콘밸리가 강세.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미국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급여가 동부 지역보다 10% 정도 높았다. 정보기술담당임원(CIO)들의 경우 21만1천8백달러로 동부지역 CIO들의 17만6천1백달러보다 20% 가량 더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 문의에 답변해주는 일을 하는 상담원들의 급여도 10% 많았다.그러나 프로젝트 매니저와 네트워크 관리자의 경우 서부 지역 근무자가 동부 지역 사람들보다 10% 정도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올들어 닷컴기업의 해고자가 무려 87만8천명에 이른다’(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 집계)고 하는 상황인데 ‘고임금이 무슨 소용’이라는 의문이 생길 법도 하다.그러나 고임금의 혜택은 아직 직장을 잃지 않은 행운아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IT전문가들이라면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계속되는 해고 바람 속에서도 IT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미국정보기술협회(ITA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IT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었지만 필요한 인력의 절반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ITAA가 6백85개사의 채용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은 모두 90만명의 IT 인력을 새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42만5천명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 빈자리로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미충원 IT 인력은 지난해의 경우 85만명이었다.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듀크 에너지필드서비스같은 회사는 천연가스수집용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면서 이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IT 인력 채용에 나섰으나 “한결같이 고임금을 요구해 충분히 채용하지 못하고 외주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프레드 케징거 CIO)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다양한 혜택도 누리고 있다. 근무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플렉시블근무제나 재택근무 교육프로그램 참가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 사정이 어려워져 이익이 줄어들면서 높은 급여를 주기 어려워지자 필요한 IT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당근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IT전문가=귀한 몸’이란 등식은 앞으로 상당기간 유효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