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풍성해지는 초가을날 여행은 별미기행을 겸해 코스를 잡는 것이 제격이다. 9월27일 서해안고속도로 당진-서천 구간도 개통되므로 새로 난 길도 달려볼 겸 충남 보령을 찾아가 본다. 바닷가로 가면 각 횟집들에서 꽃게탕이며 대하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오천성곽 정절사 성주사지 등 문화유적지도 곳곳에 산재하며 오서산 방면으로 가면 명대계곡 숲길에서 가을 정취를 한껏 즐길 수 있다.우선 대천항으로 가면 꽃게탕이나 꽃게찜을 먹을 수 있고 해산물이나 건어물 쇼핑으로 귀로의 장바구니가 풍성해진다. 대천관광농원 주인 안만수씨의 설명에 따르면 봄철의 꽃게는 노란 내장이 실하고 알이 꽉찬 속맛이 좋다. 반면 금어기인 7월 8월을 지나 가을에 잡히는 꽃게는 살이 빼곡하게 들어차 담백하고 쫀득거릴 정도로 씹히는 단맛이 일품이다. 살이 많아 발라 먹는 재미가 제법이다.보령시내에서 부여 방면으로 가려면 보령시청 앞을 지나고 성주터널도 통과하는 데 터널을 빠져나가면 이내 성주사지가 기다린다. 성주사는 신라 말기 구산선문 중 하나로 이름 높았던 곳. 삼국사기에 의하면 성주사는 백제 법왕에 의해 오합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법왕이 왕자일 때 삼국전쟁으로 희생된 전몰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뜻으로 세운 절이었으므로 창건 당시부터 백제의 중심사찰이었던 셈이다.한편 보령에서 광천 방면으로 올라가다 주포면이나 청소면에 이르면 왼쪽으로 오천항 가는 안내판이 보인다. 오천은 백제 때부터 회이포라는 이름을 가진 항구로 이용됐던 곳이다. 천수만 바다와 보령방조제가 내려다보이는 오천성에는 현재 서문에 해당하는 망화문지와 백성을 돌보던 진휼청, 장교 숙소로 사용되던 장교청만이 남아 있다. 오천항에서 되돌아 나오는 길에는 도미부인의 설화가 깃든 도미사당(정절사)을 들를 만하다.보령시와 홍성군 경계에는 오서산이 솟아 있다. 해발은 7백90.7m에 불과하지만 충남권에서는 고봉에 속하는 높이다. 산 정상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천수만 바다와 안면도, 그리고 자잘한 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래서 오서산은 ‘서해의 등대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다.오서산과 명대계곡으로 가자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청라면 장현리까지 일단 가야 한다. 명대계곡 상류에는 오서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다. 9월 중순 정식으로 개장한 신생휴양림이다. 면적은 50만평 규모. 무엇보다 산 중턱에 세워진 통나무 숙박시설이 눈길을 끈다. 방은 모두 13개이고 콘도식으로 꾸며져 있어 난방이나 취사 걱정을 덜어준다.●여행메모:대천관광농원(041-933-8542)에 전화하면 게장을 담가주기도 한다. 명대계곡 입구에는 은행토종닭으로 요리를 하는 귀학정사(936-7494), 명대가든휴게소민박(936-1817) 등이 있다. 오서산휴양림 관리사무소 전화는 936-5465. 대천역에서 대천항 방면 시내버스는 수시로 다니고 명대계곡행 버스가 하루 4회 운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