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포털사업 충돌 불가피 ‘일단 발목’ … 한국MS “윈도미 악몽 재연될라” 무대응

다음의 꼼수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배짱인가.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법정투쟁을 걸었다.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다음은 지난 9월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국내 출시예정인 차세대 PC 운영체제 ‘윈도엑스피(XP)’와 관련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어 10월 초에는 한국통신하이텔 등 P2P협회 소속 총 18개사와 공동으로 윈도엑스피(이하 XP) 관련 MS가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와 자사 플랫폼을 부당하게 확장하려는 시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도 발표했다. 다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당초 준비했던 XP 출시 가처분 신청 대신 본안 소송인 판매금지 소송을 바로 제기했다.다음은 법정승리를 확신하고 내민 것인가, 아니면 네티즌의 반짝 이목을 받기 위한 것인가.인터넷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95년 서울 청담동의 다락방 같은 사무실에서 시작됐다. 창업대표는 현 이재웅 사장의 친구인 박건희 사장. 인터넷의 접속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웹에 박사장의 취미이자 전공인 사진을 자유롭게 전시하고 감상할 수 있는 공간 서비스를 무기로 사업을 시작했다.창업 당시 포털 또는 무료 e메일 서비스 같은 개념은 없었다. 그러던 것이 97년 5월 미국의 핫메일 서비스를 모방해 한메일넷 서비스를 시작하며 기업가치를 키우고 다음 메신저로 시장 우위에 올라서기 시작했다.“소송으로 인지도 높이려 한다” 시각도이렇게 친구와 함께 취미로 시작한 다음이 정보통신업계 ‘골리앗’ 마이크로소프트의 발목을 걸고 있는 것이다.다음이 골리앗인 MS를 향해 소송까지 제기하게 된 직접적 이유는 XP가 다음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되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XP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인 MSN브라우저와 윈도메신저에서 시작됐다. 특히 윈도메신저는 다음의 ‘다음메신저’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다음의 신경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종전 제품은 사용자 의지에 따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XP만 구입하면 자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결국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같은 전형적인 ‘끼워넣기’로 공정경쟁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여기에 덧붙여 다음을 더 화나게 한 것은 전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운영체제를 이용해 자사 인터넷 포털 서비스인 MSN으로 다음의 포털사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과 함께 MS의 불공정 거래 투쟁에 국내 포털 업체들이 대거 동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XP를 설치할 때 필수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패스포트 계정이 그 핵심이다. 패스포트 계정은 XP설치 단계에서 사용자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 e메일을 의무적으로 넣도록 한 것.다음 관계자는 “패스포트 계정으로 MSN의 콘텐츠를 비롯해 협력을 맺고 있는 다른 업체의 콘텐츠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XP 사용자는 자동적으로 MSN 회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는 기존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자사의 인터넷 포털 사업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MS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법정 소송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 불똥이 XP 판매에 튈까 조바심을 내며 네티즌의 화살을 애써 피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XP 예약판매를 하며 정상가격을 마치 할인판매하는 것처럼 판촉해 물의를 빚은 데다 이번 소송 건이 안티(반)MS 분위기를 자극, 차세대 윈도미 경우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배경에 깔려 있다.한국MS “MSN메신저와는 별개”MS관계자는 “하드웨어기업들이 못마땅해 하고 있다. XP는 침체된 시장의 붐을 일으킬 활력소다. 이를 왜 막으려 하는가”라며 다음의 처사를 못마땅해 했다. MS는 또 “패스포트 계정에 MSN 핫메일 외 다른 메일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MSN 회원으로 자동 등록되는 것이 아니다”며 “윈도메신저도 MSN메신저와 연동이 안되기 때문에 별개 제품이다. 일부 국내 업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한편 업계는 “이러다 말겠지”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즉 다음이 승산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며 네티즌의 관심을 유지하고 회원을 확보해 보고자하는 기업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 소송 건도 사전에 판매를 차단할 수 있는 출시 가처분이 아니라 소송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판매금지’ 신청을 한 것도 그 배경이라는 지적이다.어쨌든 다음측은 MS가 국내 인터넷 포털들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 e메일 커뮤니티 콘텐츠 메신저 등과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 MSN을 XP에 ‘무임승차’시켜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XP 출시로 다음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MSN메신저의 현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14% 정도. 다음메신저가 20%로 선두고 그 뒤를 이어 야후메신저(14.9%), ICQ(8.7%)가 차지했다. 다음의 이번 소송이 실패할 경우 MSN메신저의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또 XP 사용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MSN 회원은 늘어나 다음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등장할 것이다. 이에 대해 다음 관계자는 “메신저의 특성상 사용자가 쉽게 빠져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장의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전체적인 시장을 감안하면 MSN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고 이는 결국 한국 인터넷 시장이 MS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XP 출시에 발목을 걸 작정을 한 다음은 이번 소송에서 최소한 XP에서 MSN브라우저와 메신저를 선택사항으로 한다는 것이 목표다. 다음 관계자는 “이는 최소한의 결과물이고 1차적인 목표는 XP에서 MSN브라우저와 메신저를 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MS XP 출시 마케팅 비용1천억원 추산 … 소비자 전가 우려차세대 PC운영체제 ‘XP’ 출시를 앞두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전방위적인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XP 관련 업계 전체에서 소비되는 마케팅 비용이 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XP 마케팅비로 현재 2백억원 이상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3백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백억원이면 국내 대형 백화점이 1년 동안 사용하는 마케팅비와 맞먹는 액수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윈도미(ME)의 국내 마케팅 비용이 40억~5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6배 이상 많은 돈이다. 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인 3천억원의 10%를 뛰어넘는 규모다. 보통 한 기업의 마케팅비용이 매출액의 1~2%인 것을 감안하면 3백억원이라는 돈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짐작할 수 있다.마케팅 비용이 크다 보니 마케팅 기법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에 ‘윈도XP 준비센터’, 코엑스몰에 ‘윈도XP 체험센터’를 설치해 ‘XP’를 몇 달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시험판 CD를 배포했다. 또 ‘윈OK’라는 XP 전문 사이트를 개설해 최근까지 2만여개의 시험판 버전을 배포했다.여기에 신문 및 옥외 광고에도 40억~50억원을 투자하고 다양한 윈도 동호회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특히 ‘XP’를 탑재한 PC 제조업체에 대한 광고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PC 불경기로 적잖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PC제조업체들도 XP를 불황 탈출의 최대 기회로 삼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10월4일부터 주요 일간지에 ‘XP’를 탑재한 삼보컴퓨터 LG IBM의 PC 광고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조만간 방송광고까지 나올 예정이다. 이에 업계는 XP 출시에 따른 업계 전체의 마케팅비용이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의 상품에 대해 한 국가에서 이 정도의 마케팅비용이 사용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만큼 XP에 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한 PC사용자 동호회 관계자는 “전례없는 대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 이상의 이익을 뽑아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몇 가지 새로운 기능이 있지만 기존 제품에 비해 2배 이상 비싼(20만원대) 것도 쉽게 납득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