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학습방이라고 해서 컴퓨터만으로 공부하는 건 아닙니다. 인쇄물 교재와 교사의 자상한 지도가 병행돼야 학습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요. 개구쟁이 짓만 하던 아이가 제 공부를 챙길 정도로 의젓해지는 걸 보면 보람이 절로 생겨요.”황현실(36) 사장은 초등학생들의 방과 후 시간을 책임지는 ‘학교 밖 선생님’이다. 경기도 안양 평촌신도시의 인터넷 학습방 ‘하이텔 아이스쿨’이 자신의 일터. 말 그대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보습학원이다.황사장의 학습방에선 매일 단계별 학습이 이뤄진다. 일일·주간·월간 단위로 빈틈없이 짜여진 커리큘럼에 따라 국어 수학 사회 자연 영어 등 다섯 과목 수업이 진행된다. 처음엔 인터넷을 통해 전문강사의 동화상 강의를 듣고 화면상에서 문제를 푼다. 20~40분간의 컴퓨터 활용 교육이 끝난 다음은 교사와 함께 인쇄물 교재를 공부하는 시간. 회원들은 매일 1시간30분 동안 온라인·오프라인 쌍방향 교육을 받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인터넷 학습에다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1대1 강의, 엄마같은 보살핌이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은 비결이다.“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과 일곱 살짜리 딸을 둔 주부이기 때문에 어린이 심리를 잘 알아요. 인터넷 학습방을 택한 이유도 육아와 부업을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안 살림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보람있는 내 사업을 가지게 돼 만족해요.”황사장은 결혼 전부터 건설회사 직원으로 일하다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전업주부로 돌아섰다. 하지만 아이가 웬만큼 자라고 나니 다시 사회생활이 그리워졌다. 단 두 아이를 키우는 데 문제없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인터넷 학습방을 접한 것은 연초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창업박람회장에서였다. 하루 6~7시간의 비교적 짧은 근무시간, 두 아이를 함께 공부시킬 수 있는 환경, 신선한 사업내용 등이 마음을 움직였다. 비록 교육분야 경험은 없었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업종과 비교할 생각도 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가맹을 결정했다.지난 5월 평촌신도시 샛별마을 단지내 상가에 점포를 구했다. 이곳은 20평형대 아파트 수천세대가 포진해 있어 초등학생을 둔 젊은 부부가 유난히 많다. 게다가 도보거리에 초등학교가 세 군데나 있고 상가 내부에는 태권도 음악 수영 검도 바둑 등 예체능학원이 밀집해 시너지효과도 충분하다. 실제로 상가내에서만 오후 시간을 보내는 초등학생이 셀 수 없이 많다고.솜사탕 나눠주기 등 이벤트 열며 홍보인터넷 기반의 보습학원이라는 신개념을 홍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아파트 게시판과 주변 대로에 현수막을 내걸고 홍보용 차량 카라반을 동원해 인터넷 학습방 오픈을 알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을 만들어 나눠주는 이벤트도 열었다. 덕분에 첫 달에 15명이었던 회원이 매달 늘어나기 시작해 요즘은 30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수강료는 교재비를 포함, 한달 12만원이다. 지난달에는 총 3백60만원의 매출 가운데 교재 수급비용과 월임대료, 관리비를 뺀 2백50만원 정도가 순수익으로 남았다. 회원을 6명씩 나눠 그룹화하고 직접 가르치기 때문에 아직까진 별도의 인건비 지출이 없다. 대신 매일 아침 10시에 출근해 3시간 동안 교재연구에 몰두한다. 하지만 회원이 40명 선을 넘으면 교사를 한 명 충원할 계획이다.창업비용은 총 5천8백만원이 소요됐다. 엄마 입장에서 ‘꼭 보내고 싶은 학원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설비와 인테리어를 고급화해 초기 비용이 다소 많이 든 편이다. 15평 점포를 구하는 데 임대보증금 3천만원이 들어갔고 인테리어와 간판 설치에 8백만원을 지출했다. 또 전자파 발생을 막아주는 최신 컴퓨터 구입에 1천5백만원을 썼다.“최근에 중학교 과정을 공부해야 하는 6학년생들이 많이 나갔어요. 조만간 1학년 과정을 준비할 6~7세 어린이들이 들어오면 40명 이상 확보될 것 같습니다. 단지내 주부들 사이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어서 장래성도 밝아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방법 등을 함께 배우는 공간으로 키우고 싶습니다.”황사장은 창업 당시 들었던 조언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 “넘쳐도, 모자라도 안된다”는 말. 잘 가르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아이들 심리를 읽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아낌없이 주길 바라고 있다.이 사업은 인터넷이 교육관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 여실히 보여준다. 기존의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사교육 틀에서 벗어나 지식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게 이 사업의 대의. 하지만 온라인 교육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을 합쳐 최상의 교육효과가 나타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집에 여유공간 있으면 무점포 창업도 가능교육사업은 외관상 보기가 좋을 뿐 아니라 미래의 꿈나무를 양성한다는 자부심 때문에 예비창업자들이 선호한다. 또 정보통신, 건강사업과 함께 21세기 3대 유망업종으로 꼽힐 만큼 시장성도 탁월하다.이 사업은 육아문제를 고민하는 여성 창업자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자녀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한편 노동강도가 세지 않기 때문. 집에 여유공간이 있다면 무점포로도 창업이 가능하다. 또 전직 교사나 학습지 교사 등 교육 관련 경력을 가진 주부라면 금상첨화다. (02)338-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