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은 다개국 중심이다 보니 나라간 도시간 이동이 많고 어쩌다 보면 매일 짐을 싸고 풀고 하는 일이 반복되다시피 할 경우가 많다. 또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매번 들르는 나라에서 선물 같은 것을 사다보면 짐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행사에서는 포터 서비스를 붙여주기도 하는 데 문제는 손님들이 이 제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이 간혹 있다는 것.독일에서의 일이다. 지방에서 농사철이 끝나고 자식들이 보내드린 효도 관광 팀이 있었다.평균 연령 68세의 이 팀은 전부 부부 동반으로 해외여행을 처음 나온 팀이었는 데 전체적으로 점잖고 선량한 분들이어서 인솔자도 모처럼 웃어른 모시는 기분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런데 여행이 끝나고의 일이다. 내일 아침 식사 전에 포터 서비스를 붙이니까 아침에 문 앞에 여행가방을 내놓으시면 포터(짐꾼)들이 옮겨줄 것이라고 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식당에 내려온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에 잡고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손님들이 다 내려온 것을 확인한 인솔자 역시 식사를 하려고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함께 모여 식사하던 일행 분들이 갑자기 인솔자에게 질문을 던졌다.“아니, 그 짐들이 괜찮을까?”“무슨 짐이요?”“아, 그 뭐야? , 문밖에 내놓으면 된다고 해서 내놓은 짐 말이야. 차들도 다니고 행인도 다니던데 그거 괜찮을까?”“네에? 어디다 놓으셨다고요?”“문밖에 내놓았다고. 저어기 말야, 저어기.”아뿔싸!이분들이 가리키는 곳은 호텔 정문 밖이었다. 세상에!그러나 이분들한테 식사 중에 ‘아! 거기다 내놓으시면 어떻게 해요!’라고 외치면 일대분란이 일어날 것이고 사려 깊은(?) 우리 인솔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잘 하셨어요”라고 답하고는 그 식당을 빠져나와 있는 힘을 다해 정문 밖을 향해 뛰었다.정문 앞에는 가지런히 가방들이 놓여 있었고 차를 잡아주던 벨보이가 의아하다는 듯 그 가방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인솔자는 어쩔 수 없이 그 짐들을 몽땅 안으로 들여놓고 포터들에게 떠날 때까지 봐 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다.아아, 문화권이 다르니까 문이라는 개념도 이렇게 다른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