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신라 1천년의 역사를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이름이 아닐까. 적어도 한 번쯤 학창시절 수학여행 코스로 약방의 감초처럼 들르곤 했다는 이유로도 충분히 그러할 것이다. 혹시 그 시절 수학여행을 떠나던 설렘을 맛보며 경주를 다시 찾게 된다면 좀 특별한 곳에서의 휴식을 권하고 싶다. 경주시 외동읍 모화리의 미호산방이 그 곳. 미호산방은 요즘 들어 도시를 떠나는 길손들을 유혹하고 있는 유럽풍 휴식 공간인 펜션(Pension)이기는 하지만 오히려‘산방’이란 이름이 더 어울릴 법하다. 조용한 자연속에 묻혀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고 뒤로는 아름다운 호수와 산(동대산)을 함께 아우르고 있어 조용한 산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그 산수의 선율을 깨지 않는 산뜻한 원목 외관의 미호산방은 2층짜리 본채와 귀틀집 별채로 이뤄져 있다. 원래 주인 윤은주씨가 주거공간으로 지었기 때문에 가정적인 분위기가 낯선 곳에 들른 손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거기다 주인은 산방 옆 텃밭에서 직접 가꾼 상큼한 무공해 채소가 곁들여진 쌈밥과 샐러드를 대접해 마치 시골 친지의 집에 들른 느낌까지 든다. 그냥 숙박지라기 보다는 주인이 먼길을 찾아 온 손님을 제집으로 맞아들이는 옛스러운 정경이 배어 난다고 할까.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행객이 여독을 푸는 데 방해를 받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샤워시설이 갖춰진 화장실과 주방은 물론 즐거운 요리를 위한 기본 취사도구도 포함돼 있어 충분히 독립적인 공간이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여기 미호산방의 진면목은 별채로 지어진 귀틀집에서 맛볼 수 있다. 전래의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살려 재래식 구들을 깔고 초가를 얹은 이 귀틀집은 통나무와 황토로 외벽을 올렸다. 그래서 군불을 땐 이 방에서 한숨 푹 자고 난다면 그야말로 황토찜질이 절로 되는 셈이다. 주인이 직접 지었다는 귀틀집은 여름에도 20cm 두께의 황토 벽 덕분에 에어컨이 필요없을 만큼 시원하다.그리고 아침에는 호숫가를 거닐며 아름다운 정경을 만끽하고 뒤에 병풍처럼 두른 동대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태백산 끝자락의 이 산은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울창한 숲에서 피어나는 매울 정도로 시린 새벽 공기가 그만이다. 20여 분 정도만 걸어가면 정상에 이를 수 있는 데 정상에서는 동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절경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통나무 결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산방 미호. 천년 고도 경주의 조용한 마을에서 보내는 휴식의 시간과 집안손님처럼 맞아 주는 주인의 넉넉한 인심은 훌쩍 떠나 왔던 도시로 다시 발길을 돌린 후에도 분명 잊지 못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아름다운 주말 나들이 장소론 독특한 선택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