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한나라당이 지난달 법인세법 2% 포인트 인하를 내용으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세율인하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해 당장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세금을 깎아 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세율을 내릴 수만도 없는 일이다. 최소한 국가운영에 필요한 세수는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인세율 인하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판단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따져 볼 문제다.우선 이번 법인세 인하 주장은 경기부양책과 관련이 깊다.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안을 제출하자 야당은 세출을 늘리는 것보다 세금을 깎아 주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해왔다. 정부가 거둬갈 세금을 깎아줌으로써 그만큼 민간들이 쓸 수 있는 돈을 늘려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정부는 세금을 깎아 주더라도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투자를 늘리지 않고 내부유보에 치중할 것이기 때문에 경기부양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감세정책은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해서 효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칫 경기조절에 역행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세금을 깎아줘 기업들이 실제로 투자를 늘릴 때쯤 되면 경기가 회복돼 오히려 경기과열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기적인 경기대책으로는 재정지출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신중론의 근거다.다음으로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의 또 다른 근거는 우리의 법인세율 수준 자체가 높고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에 있어 우리도 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에 세금을 깎아줘 다른 나라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리의 법인세율 28%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31.4%보다 낮아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상당수의 선진국들이 근래들어 법인세율을 인하했고 인하를 검토중인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의 긍정적 검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하겠다.마지막으로는 판단해 볼 문제는 재정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반대하는 정부 여당은 야당이 한편으로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걱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법인세율을 내리자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세율은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경기부양을 위해 세율을 낮춰버리면 그만큼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이고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불가피했던 재정의 적자기조를 균형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세율인하 반대 의견이다. 재정지출 확대도 재정적자를 늘리기는 마찬가지다. 세출은 다음해에 조정하면 그만이지만 세율은 되돌리기 어려워 적자기조의 만성화를 초래한다는 얘기다. 이 또한 경제운용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임은 틀림없다.이같은 판단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경기부양을 위해 서둘러 법인세율을 내리는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다만 경기대책 차원이 아니라 세계각국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라고 한다면 수준과는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결국 경기대책으로서보다는 국가정책 목표의 우선순위에 따라 세제를 개편하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