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온오프 넘나드는 유통업체 변신 박차 … 내년 흑자경영 ‘자신’

유신종 사장은 요즘 시험을 앞둔 수험생 같은 마음이다.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을 안팎에서 요구하고 있어서다. 안으론 계열사인 골드상호신용금고 노조로부터, 밖으론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주주들이 그의 경영능력을 묻고 있다. 한쪽은 금고 매각과 관련, 경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적자는 이제 그만 내고 수익을 내라고 조른다.두달 전 유사장은 얼굴 한쪽이 굳는 안면경직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스트레스는 다름 아닌 이런 안팎의 압력이었다. 지금은 조깅 등 운동으로 한결 몸이 좋아졌다는 그는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이하 골드뱅크)가 예전의 골드뱅크가 아니라며 이제 ‘뭔가’ 보여 줄 때라고 강조한다.사실 유사장이 온 후 골드뱅크는 완전히 변했다.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며 인터넷 1세대 대표주자로 꼽혔던 골드뱅크는 이젠 사라졌다. 대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새로운 유통업체 ‘코리아텐더’가 탄생했다. 유사장의 말처럼 “‘텐더’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골드뱅크를 새로운 기업으로 변화시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텐더 사업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내년 주총 때 회사 이름을 ‘코리아텐더’로 바꾸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텐더는 온오프라인 혼합 입찰방식으로 소비자가 카탈로그를 보고 인터넷 또는 전화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다. 코리아텐더의 주 수익원은 상품 판매마진, 광고, 입찰참가비 등이다.유사장이 직접 홍콩텐더로부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들여온 코리아텐더가 12월로 1년을 맞는다. 텐더를 통한 골드뱅크의 변신은 과연 성공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더 두고봐야’한다는 게 정확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익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외형적인 변신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유사장은 “코리아텐더 사업에 라이선스 비용을 합쳐 최근까지 1백20억원이 들어갔다”며 “앞으로 더 많은 자금이 투자되겠지만 올 12월부턴 BEP(손익분기점)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뱅크는 현재 코리아텐더를 통해 월평균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 텐더로 7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골드뱅크는 10월에 25억원의 실적을 올렸고 올 연말께엔 40억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지방 백화점 등과 전략적 제휴 추진”“월평균 매출이 40억원이 돼야 BEP를 맞출 수 있습니다. 사실 상반기까진 한달에 10일 동안 진행되는 텐더외에 별다른 매출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10월부터 다양한 수익모델이 부가됐습니다. 인터넷에서 한달 동안 진행되는 일반경매와 공동구매가 있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상점(Mall)도 개설한 것이 그런 예입니다.”말하자면 그동안 텐더 사업의 맹점으로 지적됐던 ‘10일간의 비즈니스’가 ‘한달 내내 장사’로 가능해졌다는 것. 골드뱅크는 또 코리아텐더 사업 확대를 위해 최근 지방 백화점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골드뱅크는 새로운 유통사업 코리아텐더를 위해 그 동안 말 그대로 ‘굳은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해 왔다. 유사장은 “현재 청산절차를 밟고 있거나 법인명만 남아 있는 회사를 제외하고 골드상호신용금고, 코리아텐더 농구단, GB캐피탈 3곳만이 계열사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코리아텐더 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 하지만 지금까진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골드상호신용금고(이하 골드금고)와 농구단 매각이 코리아텐더 사업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인 데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서다. 두 계열사 매각에 대한 유사장의 계획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골드금고 매각은 보류돼 있는 상태입니다. 매각은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골드금고에 대한 자산가치가 제대로 평가되는 시점에 매각할 것입니다. 농구단은 현재로선 매각하지 않을 계획입니다.”농구단은 코리아텐더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판단, 더 두고 본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농구단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20억원이다. 이 비용이 10억원으로 떨어지면 매각할 필요가 없다”며 “관중이 40%씩 증가하면서 구단 수입이 점차 늘어나 희망적”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최근 골드금고 노조가 부당인사(유사장은 현재 골드금고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골드금고 대주주 지분관련 의혹, 건물매각 문제 등을 주장해 유사장의 경영에 발목을 잡았다. 노조측 주장에 대해 유 사장은 박영만 상무이사를 통해 사실과 다르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부당인사에 대해선 “골드금고가 마치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소문을 내고 다니는 사람을 그대로 방치할 수 있느냐”며 “정당한 인사”라고 말했다. 또 골드금고 대주주 지분 관련 의혹에 대해선 노조측이 “소설을 쓰고 있다”며 일축했다. 유사장이 금고 규정을 어기고 대출하려 했다는 대목에선 “그런 일 없다. 깨끗하게 경영해 왔다”고 말했다. 건물매각과 관련해 “경영권에서 진행되는 일을 노조에 알릴 필요가 없다”며 “현재 어떤 업체와도 계약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부채탕감 위한 유상증자 추진이런 가운데서도 유사장은 골드뱅크 부채 탕감을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주당 7백30원씩 7백10만주를 유상증자해 약 50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면 연초에 빌린 해외CB를 상환할 방침이다. 유사장은 “이번에 유상증자된 자금은 해외CB 상환에 사용하고 내년 5월 만기되는 1백억원의 BW는 CB전환, 일부 상환 등으로 점차 갚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골드뱅크는 현재 약 40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다. 빚은 갚지만 골드뱅크는 올해 3백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 계열사 매각에 따른 손실분과 코리아텐더 사업에 의한 적자다.“올해초 주총에서 저는 주주들에게 올해 3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내년엔 흑자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코리아 텐더 사업이 계속 상승세를 탄다면 흑자는 가능합니다.”유사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골드뱅크를 맡아 1년만에 유통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 유사장만의 경영철학은 무엇일까.“경영은 융통성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외눈박이인 데 자기 혼자 두 눈을 갖고 있다면 자신이 틀렸다는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간단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정도의 추진력을 소유한 유사장만의 노하우다.사진·황선민 차장 hsm8844@kbizweek.comProfile in Mirror지난해 3월. 골드뱅크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서 유신종이란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골드뱅크를 인수하려는 회사의 사장으로, M&A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사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하버드대 컴퓨터공학도로 NASA 회로설계 엔지니어로 활동했고 미국 IBM에 근무할 때는 연봉 16만달러(약 2억원)를 받는 엘리트 컨설턴트였다.유사장은 엔지니어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경영인으로서의 자질도 골드뱅크 경영권 확보로 증명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런 그가 요즘 경영 자질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골드뱅크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인터넷 기업 골드뱅크를 버리고 유통업체 골드뱅크로 바꾸고 있기 때문. 새로운 사업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유사장은 유통업체 골드뱅크를 위해 계열사 매각을 통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그는 스스로 물질을 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선 이를 어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서 주주를 위해 직원을 위해 물질(수익)을 탐해야 한다는 것. 유사장은 돈을 많이 벌어 주주들에게 넉넉한 배당을 주는 것, 적자를 내는 CEO는 용서되지 않는다는 것 등을 강조한다. 수익경영을 위해 경영인은 당연히 시간관리가 중요하다. 쓸데없는 데 시간을 버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좌우명은 ‘시간관리를 잘 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