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스위스신용금고는 최근 2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업체로 유명하다. 지난 99년 수신고가 8백억원에 불과, 서울시내 금고업체 중 34위를 기록했으나 최근 수신고가 4천9백억원을 넘어서면서 단숨에 3위에 올랐다. 지난해 4월 인수한 강남금고의 수신고까지 합한다면 6천8백억원에 달한다. 또 99년 당시 적자였던 현대스위스는 지난해 82억원, 올해 11억6천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02년 6월 결산에는 세전 순이익 3백50억원을 바라본다.올해 11억6천만원 당기순이익 기록이렇듯 급성장한 배경에는 김광진(46) 현대스위스신용금고 회장의 경영능력이 뒷받침됐다. 그는 지난 98년 말 부실한 금고를 인수, 3년만에 ‘빛나게’ 변신을 시켜놓았다.“99년 초부터 벤처기업 시장을 공략했어요. 당시 벤처기업은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어디에도 손을 벌릴 데가 없었던 거죠. 기술력있는 기업은 대출해줘도 떼일 염려가 적다는 판단에서 돈을 빌려줬어요.”때 마침 불어닥친 벤처 붐으로 빌려준 돈은 모두 회수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스위스로부터 돈을 빌린 벤처기업의 경영성적이 좋아지자 이 기업들이 다시 현대스위스에 거액의 회사자금을 맡겼다. 자연 수신고가 늘었고 우량한 고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김회장은 지난해 8월 스위스 펄프회사인 머서(Mercer)사에 금고지분 20%를 넘겨 외자유치를 실현시켰다. 금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를 계기로 회사의 이름을 현대신용금고에서 현대스위스신용금고로 바꿨다.회사 이름까지 바꿔가며 변신의 노력을 거듭한 김회장은 올해 초 45~60%의 고금리 상품을 내놓아 업계 상위로 껑충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타깃이었다. 금고업계의 관행상 금리가 25%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고금리 상품은 업계에서 처음이었다. 금고업계가 즉각 반발했다.“사채업자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또 신용이 불량한 자영업자와 서민들을 상대하다 보면 돈을 떼이기 일쑤라는 사내 우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금고업체들이 더 비판해주기를 바랬습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닫는 즉시 우리 상품을 모방할 것이란 확신이 들어서죠.”그의 확신은 사실로 드러났다. 푸른, 코미트, 한솔 등 신용금고업체들이 현대스위스를 따라 비슷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경쟁 업체들도 5조원대의 시장에 눈을 뜬 것이다. 이 상품 덕에 무려 2천4백억원의 돈이 대출됐다. 이를 기반으로 김회장은 내년 6월 결산 때 세전순이익 3백50억원을 예상한다.소액 고금리 상품을 내놓으면서 업계를 깜짝 놀래킨 김회장은 콜센터를 대대적으로 확충하면서 또 한번 업계의 시선을 받았다. 강남금고의 회장실을 없애버리고 콜센터를 들여놓았으며 인원을 25명에서 1백20명으로 대폭 확충했다. 경쟁업체들이 많아지면 여러 곳에서 대출한 고객들이 늘 것이고, 연체고객들도 늘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김회장은 콜센터 직원들의 활약으로 연체율을 20% 수준으로 맞출 것으로 기대한다.“수신고나 여신액수 규모로 1등을 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연체관리와 위험을 적절히 관리해서 수익을 많이 내는 데 1위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