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손에 쥐지도 않은 상품을 미리 사고 팔고(선물), 또 이것을 거래할 수 있는 미래의 권리를 사고 팔고(옵션)…. 파생상품이란 것이 워낙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다 보니 처음 들으면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을 느끼기 마련. 세계 시장에서는 쌀 밀과 같은 농산물부터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 그리고 달러와 같은 통화, 금리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파생상품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안상욱(36) 웨더머니 사장은 이렇게 세계적으로도 역사가 짧고 매우 생소한 ‘날씨 파생상품’ 시장을 개척하겠노라고 나선 인물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날씨를 응용해 돈을 만들어낸다 하니, 이 낯선 개념을 설명하면서 그는 심심찮게 ‘봉이 김선달’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파생상품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위험을 헤지한다는 취지에서 생겼죠. 날씨 파생상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전까지는 ‘천재지변’으로 여겨서 헤지할 생각을 못했던 날씨라는 위험을 금융 장치로 헤지하는 거죠.”패션, 레저산업 등이 날씨에 직접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업종이고 실제로 이들은 경영 계획을 세우는데 날씨 정보를 매우 요긴하게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안사장이 향후 큰 고객층으로 생각하는 분야는 에너지와 환경 산업이다.웨더머니는 날씨정보 서비스업체인 케이웨더의 관계사로, 올 4월 문을 열었다. 설립 초기인데다 아직 날씨 금융상품 시장이 형성 단계이기 때문에 당분간 날씨 관련 금융컨설팅과 날씨 위험 헤지 보험의 중개 수수료 등으로 근근이 회사를 유지할 계획. 그러나 2003년께 한전 등 국내 에너지 기업이 민영화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외국에서는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설립한 엘러멘트 리, 세계적 에너지회사인 아퀼라 등 거대 기업들이 이 분야에 최근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앞으로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뜻이죠.”세계 거대기업 큰 관심 … 전망 밝아날씨 파생상품 시장의 주요 참여자는 골드만 삭스 등의 투자은행과 보험사, 에너지 기업들. 실제로 세계적 플레이어들은 한국 시장에도 관심이 많아 제휴 상대를 찾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안사장에게 물어보라”고 통한다고.안사장은 경제신문의 금융 담당 기자로 일하다 호주 헬싱키와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취득하고 돌아와 파생상품 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 “대단히 합리적인 경제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파생상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날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말처럼 그는 금융전문가다. 안사장은 웨더머니도 “날씨 관계 회사라기 보다는 파생상품 컨설팅사로 인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웨더머니의 관계사인 케이웨더에서는 이번주부터 난방비 보조 보험이라는 상품을 내놓는다. 상품설계는 웨더머니에서 했다. 1월 서울의 평균 온도가 영하 6도 이하로 내려가면 각 가정의 한달 평균 난방비인 1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일단 보험 형태의 상품을 출시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지만 작은 시작일 뿐”이라고 안사장은 말했다. 그는 “시장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변화 속도로 인해 본격적인 옵션 상품을 내놓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하면서도 조만간 제대로 된 옵션 상품을 선뵈고 싶어 안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