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야 놀자. 천안 광덕사를 1차 접수(?)하고 조계종 산하 전국 2천개 사찰을 2차 접수한다’. 최근 영화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조폭 얘기가 아니다. 독특한 보안 솔루션으로 사찰이라는 틈새시장을 뚫은 한 벤처 사업가의 스토리다.보안 서비스 전문업체인 고려정보통신 이광호(37) 사장이 그 주인공. 이사장은 일반 보안 용역업체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사찰에 집중했다. 국보급 문화재를 비롯해 시주금액 등 사찰 내 자산이 일반 기업만큼이나 커 특별한 보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그의 판단은 맞았다. 사찰들이 강철금고를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보안장치를 했지만 크고 작은 도난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보안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단적인 예로 대한불교 조계종은 최근 전국 2천개 사찰에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솔루션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 조계종 본산에서 1차 선정작업을 거쳐 5개 업체를 골라놓은 상태다. 2차 심사에서 최종 선정된 업체들은 보안 솔루션 납품 적격업체로 인정받아 전국 2천개 사찰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려정보통신이 제공하는 보안 서비스는 보안요원을 출동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 대신 서울 관제센터에서 유무선을 통해 침입자를 감시, 즉시 고객에게 알려준다. 이사장은 “사찰을 비롯해 산간벽지까지 보안요원을 출동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안이 필요한 곳에 센서만 설치하고 일반용역업체 서비스 비용의 3분의1 정도만 내면 철저한 보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려정보통신이 목표하는 시장은 사찰만이 아니다. 원격지 전원주택 농장 양어장 등 일반 보안 용역업체의 서비스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곳은 모두 해당한다. 11월말 현재 4천여 곳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 중인 이사장은 “1만개 정도 서비스하면 투자비용은 회수하고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사장은 조계종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단 솔루션 적격업체로 인증되면 2천개 사찰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다.원격진료시스템·온라인 복권사업도 진출고려정보통신의 보안 서비스는 현장에 설치된 열, 소리, 적외선 감지기가 침입자를 감시하고 침입이 의심될 경우 현장음 청취로 확인하고 바로 고객에게 알린다. 고객에게 연락이 안될 경우 고객의 동의하에 경찰에 자동 신고하는 시스템이다. 이사장은 “출동요원이라고 해서 만능이 아니다. 때론 고객이 직접 나서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려정보통신은 사찰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보안 서비스와 함께 사업 확대 차원에서 원격진료시스템과 온라인 복권 사업에도 진출했다. 현재 한국보훈복지관리공단이 발행하는 인터넷 전용복권 솔루션 공급업체이기도 한 고려정보통신은 11월말 무선복권 판매 서비스를 위한 별도법인을 설립한다. 이사장은 “신설법인 (주)엔터모빌은 무선을 이용한 각종 복권 서비스를 제공하며 내년 3월 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정보는 지난해 41억원 매출에 9억3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는 60억원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이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으나 학생운동으로 2학년 때 중퇴하고 90년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SI업체인 쌍용정보통신에 입사, 그동안 IT컨설팅 업체 TEG 이사, 고합그룹 (주)KNC 신규사업팀을 거쳐 98년 고려정보통신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