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현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국민 한 사람당 3백11만원꼴로 부과된 공적자금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 과다차입과 부실경영으로 IMF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임직원과 부실기업 대주주 등이 6조5천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린 사실은 물론 이들을 감독해야 할 자산관리공사 직원들의 횡령사실도 적발됐다. 특히 일부 임직원들은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는등 국부유출까지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감사원이 지난 3월부터 공적자금 1백40조8천억원의 운용실태를 특별감사한 결과 1백82건의 위법 부당행위가 적발됐으며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재산을 본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거나 가족 명의로 빼돌린 사람만도 5천여명에 이른다.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은 부실기업의 전 대주주 임원 등 6백91명은 채무를 면제받기 위해 재산을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수법으로 4천1백13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K중공업 김모 전 대표 등 금융부실을 초래한 채무자 2천7백32명(법인 5백57개 포함)은 5조6천3백54억원의 재산을 본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었다. 또 6백91명은 회사의 부도시점을 전후해 4천1백43억원의 재산을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증여,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법으로 채무면탈 행위를 일삼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부실기업 전 대주주 16명은 지난 98년 초부터 지난 7월까지 3백19회에 걸쳐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골프 도박 귀금속 구입 등으로 5억7천만원 상당의 외화를 물쓰듯 쓰고 다닌 일도 적발됐다.H종금 임원 4명은 소속 종금사가 위기에 몰리자 98년 8월부터 99년 9월까지 4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가족 명의로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빛 조흥은행과 대한생명 등 경영위기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12개 금융기관은 임직원에게 5천2백억원을 1% 이하의 금리로 대출해 줬다. 또 금융기관 부실책임 임직원 1천3백36명은 본인 명의로 부동산과 주식 등 5천2백73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J, M, K사 등 4개 부실기업 전 대주주 8명은 4억달러(약 5천억원) 상당을 캐나다 등 해외로 유출한 혐의가 포착돼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거나 거래를 위장해 외화를 송금하고 유령회사에 투자하는 등 실제 상거래인양 위장,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S사의 경우 미국 소재 현지법인이 청산됐음에도 2천7백18만달러 상당의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자산관리공사 직원 횡령 사례도한국자산관리공사 직원 9명은 부실채권 경락배당금과 담보유가증권 등 24억원을 횡령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또 대한생명보험 직원 4명이 퇴직금을 과다 산정해 16억7천만원을 횡령하는 등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횡령사례도 다수 적발됐다.감사원의 특감결과가 이같이 공개된 만큼 앞으로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직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물론 정부측 책임자에 대한 징계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