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상인·건물주 희비 엇갈려 … 월세이율 제한 불구 보증금 인상 등 부작용 우려도

정기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지난 12월7일, 주택과 상가 세입자를 위한 법안 두 가지가 개정·의결됐다. 하나는 임대차 보호 범위에서 제외돼 왔던 상가건물에 대한 새로운 보호법안 의결이고, 또 하나는 월세 이율의 한도를 규정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다.두 가지 모두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를 위한 법적 보호 장치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정·의결 직후 시장 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끄는 분야이기도 하다. 법안 골자와 각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상가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보호법안은 필요성이 제기된 지 근 20년만에 의결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4백만 임차상인의 염원이 이뤄졌다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일부 불만족스런 대목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대체로 소규모 상인들의 재산권 보호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당수 건물주들은 건물 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이 법은 2003년 1월1일부터 발효된다. 적용대상은 임차인의 사업자등록이 가능한 건물로 폭넓게 해석된다. 주거용 건물이라도 사업자등록을 하고 상업을 영위하고 있는 임차인이라면 적용대상이 되는 셈이다.다만 임대료가 추후 대통령령으로 결정될 ‘일정액’ 이하인 임대차만 보호범위에 해당된다. 법사위는 당초 상가 건물에 세든 모든 상인들을 보호하려 했으나 이럴 경우 대형 업체가 더 큰 혜택을 받게 된다는 지적을 수용, 임대료 한도액을 정하기로 했다. 임대료 액수는 보증금과 월세 실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령에 위임키로 했다.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임대차 기간의 중장기화. 1년 미만의 임대차는 1년으로 간주되고 임차인은 총 5년의 기간 내에서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적어도 5년 이내에는 건물주의 횡포로 거리에 내쫓기는 일이 없어지게 됐다.또 상가건물이 경매나 공매로 팔렸을 경우 변제받을 수 있는 소액보증금 최우선 변제범위는 경매가격의 3분의 1로 결정됐다. 2분의 1 범위를 적용하는 주택보다 적은 금액인 것은 월세 위주인 상가의 특성을 감안했다는 후문이다.건물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인상폭도 제한토록 했다. 구체적인 인상폭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지만 전문가들은 연간 5~10% 선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상가임대차보호법 의결로 벌써부터 상가시장에는 수요 증가 조짐이 일고 있다. 창업e닷컴, 한국창업개발연구원 등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관련 문의가 늘어나 별도의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임차인에게 불리한 사업환경이 개선되면서 창업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반면 건물주들은 임대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특히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 법 적용 범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예상되고 있다. 5년 동안 재계약이 보장되는 만큼 건물주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한편 시중은행들은 상가건물의 담보가치 하락이 뚜렷해질 것으로 판단, 담보대출금에 대해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여신 일부를 회수할 방침이다. 조흥은행 여신 관계자는 “내년부터 기존 상가건물에 대한 재평가가 실시돼 상당수 대출금 회수가 있을 전망”이라고 밝히고 “자금이 부족한 건물주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투코리아 황종현 이사도 “내년도 건물주의 주요 고민은 금융기관 대출금 회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법안 통과로 금융권 대출 비율, 임대차기간, 임대방식, 임대료, 계약내용 등이 복잡 다양화 되는 등 상가시장 전반에 파장이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월세이율 상한제주택 세입자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다. 월세 임대시 전환이율을 제한하는 내용의 제7조 2항이 신설된 것. 내년 6월부터 발효되는 이 조항은 주택의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을 은행 대출 금리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비율을 곱한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게 주요내용이다.이번 법 개정은 최근 전세난과 함께 과다한 월세로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월세 이율을 제한할 경우 이자율 제한을 피하기 위해 보증금을 크게 올릴 가능성이 많아 오히려 서민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맺으면서 임대료를 인상할 경우엔 속수무책이 된다는 지적이다.개정 법에 명시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비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월세 전환이율에 대한 체계적인 근거나 통계가 없는 데다 지역, 물건에 따라 제각각 적용되고 있기 때문. 최근 들어서는 연 10% 안팎에 월세이율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어 법 개입 필요성에 의문이 일기도 한다.부동산114 이상영 사장은 “세입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 동감하면서도 그 실효성에 우려가 크다”고 밝히고 “세부 시행령이나 운영방향에 현실적용 가능한 방안이 고안돼야 하며 월세 전환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범주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 원리에 의해 형성된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제한, 더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법안 주요 내용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안제5조(보증금의 회수) ②대항요건을 갖추고 관할 세무서장으로부터 임대차계약서상의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은 경매나 공매시 임차한 대지를 포함한 상가건물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제9조(임대차기간 등) ①기간의 정함이 없거나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1년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제10조(계약갱신의 요구 등) ②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제11조(차임 등의 증감청구권) ①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기타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해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증액의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제14조(보증금 중 일정액의 보호) ③우선변제를 받을 임차인 및 보증금 중 일정액의 범위와 기준은 임대건물가액의 3분의 1 범위 안에서 당해 지역의 경제여건, 보증금 및 차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제7조 ②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 단위의 차임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그 전환되는 금액에 은행법에 의한 금융기관에서 적용하는 대출금리 및 당해 지역의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을 곱한 월차임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