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규제가 연일 경제계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법적 근거와 절차 없이 정부가 기업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관치경제의 폐해를 그대로 노출할 뿐 아니라 헌법상 시장경제적 법치주의의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한국 PR협회(심인 회장, 서강엔터프라이즈(주) 대표)가 12월10일 ‘경제 살리기, PR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가진 심포지엄에서 이석연 변호사(전 경실련 사무총장)는 이같이 주장했다.이변호사는 ‘경제살리기,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라는 제1주제 발표를 통해 “국가 공권력이 부실기업 등의 구조조정을 위해 경영권에 개입하려면 적어도 긴박한 상황에 따른 법률상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부실기업으로 인해 국가가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에 처한 경우 공공 안녕질서의 유지상 부득이 발하는 긴급재정경제명령(헌법 제76조 제1항)에 따라야만 합헌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따라서 “공권력이 시대상황 또는 국민적 요구로 불가피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근거없이 직접 부실기업의 처분정리방침을 세우거나 대기업간의 사업 ‘맞교환(빅딜)’을 강요해 주거래은행 또는 해당기업의 이름을 빌려 발표하는 것은 위헌적인 행위나 다름없다”고 이변호사는 덧붙였다. 예컨대 부실채권규모가 크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채권자(은행)와 채무자(기업)가 자율적으로 처리할 일이지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이와 함께 이변호사는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경제활동에 관한 각종 정책, 제도, 법령 등의 상당수도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위헌의 소지가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며 “최근 시민단체가 경제정의 내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활동도 어디까지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 시장경제적 법치주의와 적법절차라는 헌법의 기본이념을 준수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때만 헌법적 정당성과 국민적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날 ‘바람직한 정부의 기업관’이라는 제목의 제3주제 발표에 나선 정갑영 교수(연세대 경제학과, 동서문제연구원장)는 “최근 기업 개혁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과제는 지배구조의 개혁이었다”며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조하는 주주 중심의 영미식 지배구조모형만이 가장 바람직한 기업모델이냐”고 반문했다.정교수는 또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사회에서는 기업이 결코 발전할 수 없으며 시장경제는 친기업 문화 속에서만 자라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에 획일적인 모형을 요구하기 보다 오히려 기업 고유의 다양성을 존중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기조 발제에 나선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기업은 투명경영으로 자본시장의 효율적 흐름과 금융지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케 해야 하며 정부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경제관련 행정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와 함께 김교수는 “시민단체는 시민의식의 국제화와 합리화에 노력함과 동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적합한 의식구조 정립운동과 정부의 경제 행정에 대한 지속적 감시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