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보기술은 4위로 추락 … 재벌개혁 불똥 속 SKC&C·한전KDN 대약진

국내 시스템통합(SI) 시장을 주도해온 LG-EDS시스템이 합작사인 미국 EDS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어 업계 판도에 변혁을 몰고올 태세다. 이와 함께 국내 SI업계를 이끌어가는 연매출 5천억원 이상의 상위 5위 그룹에선 수년간 이어져 오던 삼성(SDS)-LG(EDS시스템)-현대(정보기술)의 대기업 계열 3두마차 체제가 깨지면서 새로운 강자의 출현이 예고되고 있다.또 3, 4위에 있던 SKC&C와 쌍용정보통신은 운명이 엇갈렸다. 한 곳은 3두마차에 끼는 영예를 안았고 다른 한 곳은 상위 그룹에서 탈락했다.힘의 균열은 ‘부모 잘못만난 죄’로 이른바 ‘재벌’ 개혁의 불똥이 튄 곳에서 일어났다. 한때 ‘부모 잘둔 덕’에 업계 2위까지 넘보았던 현대정보기술은 올해 4위로 내려 앉았고 대신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SKC&C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똑같이 불똥을 맞은 쌍용정보통신은 5위를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DN에 내주고 자신은 5위권 밖으로 처졌다.이로써 국내 SI 시장은 삼성SDS LG-EDS시스템 SKC&C 한전KDN이 바통을 이어받아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시장 재편에 대해 그동안 업계 3두 마차로 시장을 이끌었던 삼성SDS LG-EDS시스템 현대정보기술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말한다. 특히 모기업이 전체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LG-EDS시스템의 약진이 눈부시다고 분석한다.LG-EDS 매출 증가 … 삼성SDS 맹추격LG-EDS시스템은 올해 전년 대비(7천60억원) 33% 이상 올라간 9천4백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순이익도 전년도와 비슷한 2백70억 정도가 예상되고 있다. 반면에 정통 1위 기업인 삼성SDS는 당초 매출목표(전년대비 25% 상승)를 채우지 못하고 7% 성장에 그쳤다. 삼성SDS는 올해 1조3천5백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올해 초 잡은 1조4천5백억원에서 1천억원이 모자라는 수치다. 삼성SDS측은 매출 부진도 부진이지만 정작 우려하는 것은 LG-EDS시스템의 ‘소리없는’ 접근이다.LG-EDS시스템이 삼성SDS 매출에 가까운 1조원 대 매출을 바라보면서 뒤를 바짝 좇고 있어서다. 더욱이 삼성SDS를 더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올해 수주가 좋았던 LG-EDS시스템의 호조가 내년에도 이어지면 자칫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삼성SDS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경우 2, 3위 업체 매출을 합친 것이 우리 매출과 비슷했는데 올해는 LG-EDS시스템 매출만으로 비슷하게 올라왔다”며 LG-EDS시스템의 성장에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LG-EDS시스템이 삼성SDS를 바짝 따라붙는 동안 현대정보기술(HIT)은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등 재무상태를 안정화시키면서 성장해오다 그룹의 외풍에 시달린 한 해였다.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자신탁 등 대주주의 경영난 불똥이 튀면서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현대자동차마저 외면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5천7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HIT는 올해 매출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약 4천5백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룹 최대 물주였던 현대자동차가 떨어져 나가면서 그룹 매출이 줄어드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았다. 그 결과 HIT는 3위에서 4위로 물러나 3두마차를 모는 지위를 박탈당했다.3두마차에 이어 4, 5위에 있던 변화도 주목된다. 우선 지난해 5위에 랭크되면서 빠르게 성장하던 쌍용정보통신이 5위권 밖으로 물러났다. 쌍용정보통신의 퇴장은 HIT와 마찬가지로 대주주 경영난에 의한 매출 부진이 원인. 쌍용정보통신은 올해 4천억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1천억원 이상 줄어 들었다. 이에 반해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SKC&C가 무섭게 올라오고 있다.이같은 변화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LG-EDS시스템이 삼성SDS를 앞지르고 1위에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삼성SDS 사업구조 전환 적극 추진중이 배경으로 SI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SDS가 흔들리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SDS가 당초 매출 목표를 채우지 못한 것은 경기 악화 여파와 함께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솔루션 중심의 사업구조조정 변경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삼성SDS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사업구조 전환이 이유였다”며 “사업 다각화와 사업 다변화로 LG-EDS시스템만큼 수주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어수선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모 금융고객사로부터 시스템구축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페널티)도 물어야 했다.한국디지털위성방송, 한국마사회, 재정경제부의 일부 프로젝트 수준에서도 LG-EDS시스템으로 인해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부터 SI사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솔루션 기반 소프트웨어 공급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투자를 해왔다” 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솔루션 개발 채널 판로확보 등에 투자를 해왔다는 것.삼성SDS는 현재 유니ERP등 20여개 솔루션을 자체 개발한 상태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삼성SDS의 매출 비중은 그룹사 SM이 60%를 차지하고 외부 SI와 수출이 40%다.LG-EDS시스템이 삼성SDS를 바짝 따라올 수 있었던 것은 삼성SDS가 한눈을 파는 사이 시장을 야금야금 확보했기 때문. LG-EDS시스템은 전년대비 매출이 30% 이상 성장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SI사업 특성상 수주 규모가 매출의 선행지수라고 볼때 LG-EDS시스템은 올해 수주가 좋아 내년도 매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삼성SDS는 LG-EDS시스템을 따돌리기 위해 다시 사업구조를 전환 수주사업에 다시 뛰어들 것인가.이에 대해 삼성SDS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삼성SDS 관계자는 “그룹사 매출 의존도가 높은 저수익 구조론 국내 SI 경쟁력이 없다”며 “매출보단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고 그만큼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해 기존 솔루션 중심 의 사업노선을 지속할 방침이다.숨고르는 LG, 독자행보 가속화한편 LG와 EDS의 결별은 그동안 예상돼온 결과로 LG가 50대50의 합작파트너 EDS의 지분을 얼마에 사느냐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이미 EDS코리아가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에 둥지를 틀고 독자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양 사가 결별 원칙에 합의했다. 내년에 LG만의 시스템통합사가 출발할 것”이라며 “새로운 회사 출범을 위해 사내 브랜드도 공모, LG시스템, LGC&S 등이 거론돼고 있을 정도”라며 결별 수순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당초 EDS와의 계약내용은 EDS가 LG와의 합작에 지분 50%를 투자하고 EDS의 직접적인 진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재 LG-EDS시스템의 자본금은 87억5천만원이며 이중 EDS가 50%를 갖고 있다.이와 관련 EDS와 협상을 진행중인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업기획팀 정창훈 부장은 “현재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여러가지 대안을 놓고 논의 중이기 때문에 뭐라 말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LG-EDS시스템은 연초부터 경영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로부터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경영컨설팅을 받고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컨설팅 결과는 최근 ETP(Enterprise Transformation Programme)란 이름으로 현업에 적용하고 있는 단계다. LG-EDS시스템은 ETP에 따라 새로운 조직과 사업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LG-EDS시스템 관계자는 “LG-EDS시스템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갖추기 위한 리스트럭처링에 해당하고 내년엔 이에 맞춘 조직과 시스템을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SKC&C, 그룹 지원에서 3위 등극한편 지난해 3위로 삼성SDS LG-EDS시스템과 함께 대기업 3대 SI업체로 활동했던 현대정보기술은 대주주의 경영난으로 크게 위축됐다.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 등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계열사인 현대정보기술쪽으로 불똥이 튄 것. 최근까지도 현대정보기술에 대한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나올 정도로 경영 정상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이같은 모습은 지난해 5위에 있던 쌍용정보통신도 마찬가지. 올해는 약 4천억원 정도 매출을 올려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자리엔 대신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DN이 올라왔다.쌍용정보통신도 현대정보기술과 같이 대주주 경영난에 피해를 본 경우다. 쌍용정보통신은 대주주인 쌍용양회의 적극적인 해외매각 추진에 따라 올초까지 미국, 뉴브릿지캐피탈 아이비엠 등 해외업체들과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무산됐다. 그 영향으로 쌍용정보통신은 올해 실적이 부진했다.이에 반해 SKC&C는 LG-EDS시스템 만큼의 성장이 돋보인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목표가 7천5백억원으로 전년도 5천7백29억원에서 36%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의 90% 이상이 그룹매출이어서 수익성은 거의 없고 약 1천5백억원(20%)이 대외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C&C의 급성장은 최대주주(49%소유)인 최태원 (주)SK 회장의 정보통신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든든한 배경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SKC&C는 특히 IT아웃소싱 사업을 위한 인프라와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것을 자신한다.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SI 시장의 문제점을 저수익구조와 인력 중심의 사업 구조라고 말한다. 또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로 출발해 그룹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대외 사업에 대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든다. 때문에 SI업종은 타 업종에 비해 영업이익율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만 해도 상위 5대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7%대인 것이 이를 반증한다.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영업이익률이 예상되며 일부 업체는 매출이 대폭 상승했음에도 불구 적자가 예상되는 곳도 있다.한양증권 SI업종 전담 분석가인 성태형 연구원은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보면 업계 순위가 바뀌면서 SI시장의 구도가 변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내용적으로 보면 저수익구조를 탈피하지 못해 매출이 늘어났다고 해도 일부에선 적자를 본 곳도 많아 체질 개선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유니텔’ 없는 유니텔의 운명통신망 회사로 변신 … 승부수 주목“유니텔을 아직도 PC통신업체로 부르는 사람이 있더군. 이젠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데.”불과 한 달전까지만 해도 유니텔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유니텔도 다른 PC통신 업체와 같이 빠르게 인터넷 기반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 업체로 변신했다. 하지만 이런 빠른 변신에도 불구 12월초 더 이상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다. 기업 인지도면에서 유니텔의 근간이 됐던 PC통신 사업을 분사 독립시킨 것이다.유니텔 관계자는 “PC통신 유니텔로 대변되는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사업이 독립하는 것이 발전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하지만 결국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렵다는 것이 주 원인이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인터넷 온라인 PC통신 ‘유니텔’이 빠진 유니텔의 앞날은 어떨 것인가.향후 유니텔의 관건은 사업구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시스템통합 서비스다. 삼성그룹사 전체를 관리하는 네트워크 통신망, 별정통신, 위성통신, 기업간상거래, 빌링 시스템 등이 근간을 이룬다. 업계 관계자들은 PC통신 유니텔을 떼낸 유니텔이 인프라 사업만으로 경쟁력이 있을지 우려를 나타낸다. 유니텔이 사업 구조 재편과 분사로 생존기반을 갖춘다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기 때문이다.현재 삼성SDS라는 태생적 부모가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룹 매출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네트워크 기반 사업은 삼성SDS와 삼성전자 출신의 멤버들이 창업한 S-넷이 이미 텃밭을 이룬 상태.그동안 유니텔서비스로 기업의 유니크(독창성)를 유지, 군계일학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이제는 네트워크를 전문으로 하는 군계의 하나로 들어가게 된다.연말 주총 때 유니텔이란 이름을 버리고 삼성네트웍스(가칭)로 새출발하는 또 하나의 SDS가족이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