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축(丁丑)생인 그는 사주에 통일의 물꼬를 틀 인물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떼를 몰고 북으로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여기서 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가리킨다. 정명예회장이 연출한 세기적 이벤트인 ‘소떼 방북’의 힌트를 준 인물이 바로 최봉수(78) 역술가다. 정명예회장과 최역술가의 만남은 92년 대선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관계 인사의 사주를 봐주면서 명성을 얻고 있던 최역술가에게 정회장의 부인이 찾아온 것이 계기가 됐다.“정회장의 부인이 자식들 건강문제로 찾아왔는데 그때 정주영 회장의 사주도 보게 됐습니다. 정축시에 태어난 정회장의 길은 대통령이 아니라고 나왔어요. 대선 준비에 한창이던 정회장을 직접 찾아가 대통령 출마를 말렸습니다.”김일성 사망 예언으로 유명세하지만 정회장은 대선에 출마했고 최역술가의 예언대로 결국 쓴잔을 마셨다. 그 일로 최씨는 정회장의 고문 역술인이 되면서 각별한 관계를 맺는다. 그 뒤 정명예회장은 최역술가의 말을 듣고 98년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는 역사적인 ‘이벤트’를 성사시켰다.최역술가는 국내 최고의 운명철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뛰어난 예언력은 박정희 전 대통령 하야(下野) 권유와 김일성 주석 사망 예언에서 잘 나타난다. 먼저 박 전대통령 건. 최역술가는 매년 청와대에 대통령과 국운에 대해 조언을 해왔다. 그러던 중 78년에 박대통령의 비극적인 운명을 예언하게 된다.그는 “78년 9월에 대통령직을 물러나야 된다고 전했다”며 “사주에 무오년(78년)에 박대통령의 운은 다 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예언을 받아보지 못했던 박대통령은 결국 자신의 생일이 끼어있는 79년 10월에 운명을 달리했다.최역술가는 다른 역술가와 달리 김주석 사망 예언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 94년 5월 김주석 사망이 있기 4개월 전인 1월에 국내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 “올해 안에 김일성은 사망할 것”이라고 예언한 것. 이 일로 해당 월간지는 특종의 영광을 안았고 그는 한국 최고의 역술가임을 재확인했다.역술가로써 명예와 부를 갖게 된 그는 요즘 인터넷에 푹 빠져 있다. 40여년 동안 그가 축적해온 운명철학 DB를 에프파일닷컴(www.ffille.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제공하고 있어서다. 사실 최역술가는 컴퓨터와 일찍 조우했다.“67년에 컴퓨터입문이라는 외국책을 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컴퓨터 구조가 운명철학에서 말하는 ‘하도 낙서(河圖 洛書)’와 똑같은 거예요. 하도낙서는 수력, 인력운동을 뜻합니다. 그때 미래는 운명철학과 개념이 같은 컴퓨터가 이끌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1924년 강원도 금화군에서 태어난 최 역술가는 54년 육군 문관으로 입대, 58년까지 지낸 다음 34세 때 본격적인 운명철학에 입문, 40여년 동안 운명철학론을 연구했다. 내년 국내 경제운을 묻자 그는 “현재의 정치적인 틀이 바뀌지 않는 한 경제는 계속 불안정할 것”이라며 “역사적 변환이 시작되고 있어 3~4년 안에 새로운 틀이 탄생한다”고 예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