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새해를 맞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숨은 그림 찾기가 한창이다. 지난해의 부진을 털어내고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디딤돌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이런 움직임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닷컴’을 되살리려는 노력이다. 지난 몇 년간 인터넷 기업에 쏟아부은 2천2백5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로 잘 닦여진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보는 것들이다.2001년의 실리콘밸리는 ‘닷컴 붕괴의 잿더미’에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지난해(11월까지) 문을 닫은 인터넷 기업은 모두 5백12개(웹머저닷컴 집계)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전체(2백23개)보다 2배 가량 많은 것이다. 같은 기간동안 인수합병된 회사도 1천1백개(4백억달러)나 된다.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불리는 야후도 사상 처음으로 엄청난 매출 감소와 적자를 경험하게 됐다.무너져 내린 인터넷 비즈니스를 되살릴 선두주자로는 온라인 교육, 전자책(eBook), 온라인 물물교환, 온라인게임 등이 손꼽히고 있다. 이들 비즈니스는 한결같이 콘텐츠를 제공해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온라인 교육은 현재 대학교육과정을 인터넷으로 제공하는데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기업내 직원 교육이나 협력사 종업원이나 고객 교육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시장규모는 2000년 23억달러에서 2005년 1백8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IDC는 예측하고 있다.전자책(e-Book)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새로운 문자표시 소프트웨어나 타블렛 PC같은 새로운 장비들이 등장해 스크린에서 읽거나 주석을 보고 원하는 부분을 찾는 것이 훨씬 쉽고 재미있게 돼 전자책이 10년 안에 널리 이용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전자책 시장이 5년 후에는 78억달러로 늘어나고 콘텐츠의 주류가 현재 소설류에서 대학 교재나 고객맞춤형 도서로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온라인게임은 게임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소니와 이 시장에 새로 도전장을 내민 마이크로소프트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리콘밸리 최대의 정보기술(IT) 전문 홍보대행사인 호프만 에이전시의 루 호프만 사장은 “고속인터넷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전망이 무척 밝다”고 말한다. 시장 규모는 2005년 56억달러(주피터 미디어 매트릭스)로 예측되고 있다.온라인 물물교환(Bartering)은 B2B(기업간 전자상거래)의 한 분야로 이용자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물물교환협회는 이용기업이 현재 30만개에서 10년 후 1백20만개로 늘어나고 거래 규모도 2001년 90억달러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특히 물물교환은 불황기에 인기를 끈다는 점도 이 비즈니스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다.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진 지난 90년의 물물교환 실적이 지난해보다 13%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온라인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 덩달아 잘되는 사업으로 온라인 결제 서비스가 있다. 온라인으로 거래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온라인으로 지불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 빌링 및 결제의 이용이 늘어나게 된다. 온라인 빌링이나 결제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효율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주피터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결제 서류을 만들고 보내는데 1백80억달러를 들이고 있다. 주피터는 이 작업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면 비용을 80%나 줄일 수 있다고 예측한다. 미국 기업이 모든 결제 서류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경우 36억달러만 들이면 해결된다는 얘기다.실리콘밸리의 관심은 새해 벽두부터 ‘닷컴 붕괴의 잿더미에서 인터넷 비즈니스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