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권태정 과장(37·한국영업부문 특기영업담당)은 사내에서 ‘신시장 개척자’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직장인이다. 시스템 에어컨(개별 냉·난방이 가능한 빌딩공조용 에어컨) 영업을 맡고 있는 그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학교를 집중 공략, 지난해 2000년 대비 500%를 상회하는 3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덕분에 LG전자는 국내 시스템 에어컨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권과장이 학교를 주목한 것은 지난 2000년 8월. LG전자는 1997년 시스템 에어컨 사업착수 후 제품화에 성공했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판매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기존 빌딩은 대부분 중앙공조시스템에 의존했고 일반 주택은 개별 에어컨을 사용했다. LG전자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때 권과장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바로 ‘학교’다.“학교 다닐 때 겨울에는 난로를 통해 난방을 유지했지만, 여름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여름에는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며 수업을 하지 않았습니까.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그러나 권과장의 실천력이 보태지지 않았다면 그냥 아이디어로 끝날 뻔했다. 영업은 처음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학교예산 가운데 냉방비가 없었다. 게다가 공무원들도 새로운 방식의 제품수용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때부터 휴일은 아예 반납했다. 평균 퇴근시간도 자정을 넘나들었다. 기존 냉·난방 설비 대비 초기투자비가 적게 들어 국가예산이 절감된다는 공익성과 난방비용으로 냉·난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매달리자 결국 그의 열성에 공무원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면서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역지사지’ 심정으로 현장뛰어사실 그의 아이디어 개발능력과 실천력은 이미 여러 해 전에 검증된 바였다.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아이디어가 많고 강한 실천력까지 겸비했다”고 입을 모은다. 직속상사인 안창회 시스템 에어컨 영업부장은 “회의 때 남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기발한 생각을 많이 내놓는데다 어떤 일이 주어지면 목숨을 걸 정도로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일반 에어컨 유통관리 영업을 맡고 있던 지난 1999년 전국 각지 에어컨 전문점의 판촉사례를 모은 <판촉사례집 designtimesp=21884>을 펴내 같은해 회사로부터 ‘한국영업신지식인상’을 받았다. 그는 “본사의 영업사원(마케터)이 하는 일이 단순히 전문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밤잠을 못 자고 만들어 낸 책”이라고 회고했다.또 그의 영업철학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권과장은 “유통관리 영업에서 자신과 회사만 잘되자고 영업을 하면 안 된다”며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사람뿐 아니라 점주, 구매자 모두가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좌우명은 “조직에서 인정받아 아내와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는 남편과 아빠가 되자”는 것이다. 지난해 ‘2001 LG인상’금상을 수상한 그는 시상식이 끝나고 그날 저녁, 아내에게서 “당신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영원한 영업맨’으로 남고 싶다는 그는 요즘도 전국의 학교를 누비고 다닌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인생을 사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들과 삶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