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러다오.’2000년 5월 국내 최초의 대출전용카드 ‘아하론패스(Aha Loan Pass)’를 개발해 1년 만에 패스사업을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성장시킨 삼성캐피탈 안성찬 사업부장(46). ‘신상품 히트제조기’로 불리는 그는 1직급 특별승진과 상금 5,000만원이 부상으로 주어지는 2002년‘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수상했다.그의 사무실 현황판에 있는‘아하론패스’의 매출추이를 기록한 막대그래프는 거의 수직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출시 뒤 2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회원수 190만명, 대출실적 4조 5,000억원, 영업수익 1,736억원의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후 8개 업체가 뒤따라 참여해 연간 6조원대(2001년 추정 실적 기준)의 시장을 형성하는 등 금융계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안사업부장은 지난 1983년 삼성전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줄곧 영업 부서에서 일해온 영업 베테랑. 1997년 삼성캐피탈 영업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신상품 개발에 두각을 나타낸다. 그가 신상품 개발에 적극 나선 것은 삼성자동차 퇴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던 회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1998년 학자금 대출상품, 1999년 오토론 상품, 2000년 아하론패스등의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회사 매출액을 월 1,000만원(1997년)에서 1조원(2001년)으로 끌어올렸다.히트상품 개발의 비법은 뭘까. 그는 “고객들의 불만이나 불평에 귀 기울이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누가 더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읽고 상품화하느냐에 따라 상품의 파급력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아하론패스’의 경우, IMF 체제 하에서 고객들이 신속하고 편리하게 대출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개발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해외 선진사례를 국내 여건에 맞게끔 접목해 새로운 개념의 대출전용카드를 선보인 그의 역할이 컸다는 게 사내 평가다. 특히 일본의 론카드를 벤치마킹해 대출전용카드라는 컨셉을 도입하고 상품설계와 시스템 개발을 주도해 인프라가 전무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열정과 혼을 갖고 일해야”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처음 대출전용카드를 만들어보자는 말이 나왔을 때 과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회사 내에서도 팽배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상품개발 초기 점포 개설에 150억원의 고정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난관에 부딪쳤고, 금융감독원에서 ‘신용카드 기능으로 법규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려 그가 직접 방문해 시스템을 설명해야 했다. 이런 어려움을 안사업부장이 발로 뛰며 극복했다는 것이 동료들의 이야기다.그의 좌우명은 “열정과 혼을 갖고 일하는 것”이다. 열정과 혼을 갖고 일하면 불가능이 없다는 지론이다. 같은 부서 임시영 과장은 “세세한 문제까지 챙기는 꼼꼼한 스타일로 목표가 정해지면 무서운 추진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직장생활이라는 게 자신의 뜻대로 풀릴 수만은 없는 법. 직장 일로 생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냐고 묻자 그는 “일로 생긴 문제는 일로 풀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하론패스가 최고의 신용상품으로 인정받게끔 노력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