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 애플컴퓨터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 목시 디지털 스티브 펄먼 창업자(사장 겸 CEO).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고 있는 이들 3인이 지난 1월 7일(미국 시간)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그것도 안방을 차지할 차세대 정보기기를 들고서.그러나 이들이 가는 방향은 크게 달라 차세대 안방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임을 예고했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PC를 기반으로 한 반면, 스티브 펄먼은 TV를 중심으로 삼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경쟁은 가정 안방의 핵심 기기 자리를 차지하려는 PC와 TV간의 해묵은 다툼을 재연시킬 전망이다.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사람은 스티브 잡스. 그는 이날 오전 7시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맥월드 전시회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i 맥’을 선보였다. 뒤이어 오후 1시 라스베이거스 컨트리클럽에서는 스티브 펄먼이 기자회견을 갖고 가정용 통합엔터테인먼트 솔루션 ‘목시 미디어 센터’를 공개했다. 이보다 6시간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1월 8일 개막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개막 전야 기조 강연을 통해 그는 e홈(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정)을 실현할 신기술 ‘프리스타일(Freestyle)’과 ‘미라(Mira)’를 소개했다.애플이 선보인 i맥은 평면 패널형으로, 가격은 가정용 PC 급이지만 성능은 전문가용에 맞먹는다. 중앙처리장치로 700~800MHz의 G4 프로세서를 채택했으며, 128MB의 메모리와 40GB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갖추고 있다. 스티브 잡스 CEO는 “이번에 선보인 차세대 i맥은 가정의 모든 디지털 기기를 하나로 연결하는 디지털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마이크로소프트의 e홈 구상 또한 컴퓨터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프리스타일은 윈도XP를 기반으로 개발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패키지로 가정에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며, 미라는 윈도CE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미라는 가정용 무선 정보시스템으로 PC나 TV를 무선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프리스타일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공개한 차세대 휴대형 컴퓨터인 타블렛PC와 비슷한 모양이다. 집안에서 갖고 다니면서 음악이나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고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e메일을 검색할 수 있다.미라는 개인정보단말기(PDA)보다 조금 크며 모니터나 TV 화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애플컴퓨터 하드웨어 설계를 맡았던 스티브 펄먼은 웹 TV를 창업한 이력이 말해 주듯 TV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회사명을 이날 리어든 스틸 테크놀로지스에서 목시로 바꾼 이 회사의 목시미디어 센터는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기반으로 삼았다.목시 미디어 센터는 TV를 표시장치로 사용하고 위성, 케이블인터넷, 디지털 가입자망(DSL)를 통해 인터넷망에 연결된다. DVD와 CD를 재생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비디오나 사진을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리눅스 운영체제를 채용하고 무선 LAN(802.11a)을 이용해 홈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다.목시는 이 시스템 보급을 위해 위성방송사인 에코스타 커뮤니케이션스와 제휴했으며, 다른 위성방송회사나 케이블TV 회사에 이 기술을 라이선스할 계획이다.기능이 뛰어나지만 다루기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PC, 간편하지만 기능에 제약이 많은 TV, 이들 가운데 누가 안방의 주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현재로서는 TV 중심의 홈 미디어 장치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음향이나 영상을 처리하는 기능이 훨씬 좋은데다 이용자들에게 친숙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