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자녀 결혼비용 등 긴급자금 미리 확보하는 것도 필수
K기업에 25년간 근무해온 김만호 부장(54)은 내년 초 퇴직을 앞두고 있다. 당장 내년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군복무 중인 아들(25세)과 고교 3년생 딸이 학업을 마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들 결혼문제도 남아 있다. 분당에 살고 있는 그는 요즘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 뿐이다. 정년 후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한 상황.10년 전만 해도 퇴직이라면 55세 이후에, 상황에 따라서는 60세가 돼야 고민해야 될 문제였다. 퇴직 후에도 퇴직금과 그간 모은 돈으로 은행·투신사의 확정금리 상품에 가입하면 비교적 느긋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었다. 91년만 해도 평균수명이 남자 68세, 여자 76세였고(통계청), 부부가 무소득으로 보내는 기간이 10~15년 남짓했다. 따라서 특별한 노년 설계라는 것이 필요치 않았다.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IMF 위기 이후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50세가 넘으면 직장생활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50∼55세인 남성은 기대여명(앞으로 살 날)이 25년, 여성의 경우는 31년이다. 50세 퇴직을 가정하면 30년 넘는 세월을 또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결론이다.제2의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아진다고는 하지만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별로 안심이 되지 않는다. 은퇴를 앞둔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계속되는 저금리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바뀌는 금융환경 속에서 현재의 재산과 퇴직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안정적으로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예전처럼 안일한 자세로는 더 이상 노년을 보장받을 수 없다. 퇴직설계가 점차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데는 이런 까닭이 있는 것이다.개인연금신탁 만기까지 불입해야김부장은 물론 퇴직이 멀지 않은 50대 가장이 투자 계획을 세우려면 기본적으로 고려할 사항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자산증대가 아닌 안정적인 소득 창출, 둘째 물가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보호, 셋째 의료비·자녀학비·결혼비용 등 긴급자금과 특별자금 확보, 마지막으로 취미생활을 위한 비용 조달 등 네 가지다.하지만 이에 앞서 현재 재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재무목표를 구체화해야 한다.자산관리자는 김씨의 재무상황을 보고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1. 부채를 가급적 줄인다. 퇴직 후에는 추가 소득이 없기 때문에 대출이자 같은 지출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 은행권 예금에만 치중돼 있는 예금을 투신사 상품 등에 분산 예치한다.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은행 정기예금 상품에만 투자해서는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3. 기존에 납입하던 개인연금 신탁은 만기까지 불입한다. 이 상품은 세금 혜택 등이 크다.4. 비과세 및 절세 상품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5. 예금자 보호법 한도에서 제2금융권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한다.6. 보험 가입이 필요하다.자산관리자의 추정에 따르면, 퇴직 후의 삶을 위해 김부장 부부에게 필요한 최소 자금은 8억 1,000만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부 생활비 월 200만원 가정시 6억원, 부인 생활비 120만원 가정시 6,000만원(여성수명이 평균 5년 길다), 자녀결혼비용 1억 4,000만원, 비상 자금 1,000만원 등이다. 자산관리자는 이에 따라 왼쪽 표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김부장은 일단 포트폴리오대로 1년을 투자한 후, 1년이 지난 다음에는 달라지는 상황을 고려해 다시 투자전략을 짜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만 55세에서 65세까지 개인연금신탁에서 80만원쯤을 받을 수 있고, 새로 가입할 개인연금에서 65세부터 종신까지 월 100만원씩 받게 된다. 60세부터 매달 60만원씩 받는 국민연금을 고려하면 퇴직 후 생활이 막막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구체적인 투자설계는 좀더 자세한 데이터와 상담이 필요하다. 김부장의 경우 자녀 결혼자금은 거주지를 옮기는 것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퇴직 후 원하는 생활 수준에 따라 좀더 다양한 재정설계가 가능하다. 또 현 직장에서 퇴직한 후 창업을 고려할 수 있고, 다른 직업을 갖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도움말 : 굿모닝 증권 PB팀·삼성증권 Fn HONORS 청담지점©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