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실버시장 25조원으로 성장 예상 … 실버타운·용품에서 전 산업분야로 확대될 듯
프랑스에서는 노인을 ‘노인’이라는 말 대신에 ‘제3의 인생’으로 즐겨 부른다.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기 전까지를 ‘제1의 인생’, 직장에서 일을 하며 정년퇴직까지를 ‘제2의 인생’, 그 이후를 뜻하는 게 ‘제3의 인생’이라는 것. 이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이는 세계적으로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경제력을 가진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실버파워’가 커진 까닭에 생겨난 이야기다.실제로 고령화 추세는 뚜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지난 60년 52세에서 2000년 74.9세로 40년 만에 23세나 늘었다. 이런 추세는 급류를 타 오는 2030년께는 81.5세(남 78.4세·여 84.8세)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국제연합(UN)은 노인 인구비율이 7%를 넘을 경우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00년 11월에 65세 이상의 인구는 전체의 7.3%인 337만명으로 집계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2022년쯤 고령인구 비율이 14.3%로 늘어나면서 ‘고령화사회’ 문턱을 넘어 ‘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이 14%가 넘을 경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중요한 것은 ‘고령화사회’가 열리면서 노인들이 강력한 소비층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원 등 연금수혜자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오는 2008년이 되면 국민연금제도가 도입 20주년을 맞아 정규 수혜자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보건사회연구원은 오는 2010년에는 실버계층이 민간소비의 1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실버시장 규모는 지난해말 20조원에서 오는 2005년에 25조원, 2010년엔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따라서 ‘미래의 황금어장’으로 주목받는 실버시장에 잔뜩 눈독을 들인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실버산업은 주택, 의료, 금융, 건강 관련사업 등 다양하다. 넓게 보면 일정 연령층 이상의 노인인구가 소비하는 모든 것이 실버시장에 속한다.이 중에서도 실버타운은 주택과 의료사업이 복합된 분야로 최근 노년층의 독립주거를 선호하는 추세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실버용품시장 급팽창단순 주거기능 위주의 소규모 단일시설이 대다수였으나 최근에는 한 단계 발전, 주거뿐 아니라 의료시설, 레크레이션 및 휴양시설 등 서비스 시설을 갖춘 본격적인 실버타운 개발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경기도 용인의 삼성 노블카운티, 서울 시니어스타워, 경기도 수원의 유당마을 등 10여곳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지난해 5월 개원한 ‘노블카운티’는 향후 실버타운의 트렌드를 대변한다. 단순한 주거 위주에서 탈피, 첨단 의료서비스와 요양시설, 수영장과 골프연습장까지 갖춘 복합 실버타운이다. 또 실버타운 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생활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의 모든 시설을 지역주민에게 개방, 노년층의 고립문제를 해결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임대보증금이 최하 30평형 2억 4,000만원에서 72평형 6억∼7억 8,000만원에 이르고 월 생활비로 100만∼230만원의 별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노블카운티’가 올 1월말까지 75%의 분양률을 기록하며 짧은 시일 내에 자리를 잡자 한화, 코오롱 등 상당수 중견기업들이 실버타운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투자비가 워낙 많이 들어가고,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2∼3년 뒤에는 중견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에 비해 실버용품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노인용 기저귀를 비롯해 미끄럼 방지 양말, 전동휠체어, 의료용 기기 등 관련 용품이 속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특히 의료용 기기 업체는 현재 30여개가 난립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태다. 온열기로 이름이 알려진 (주)미건의료기의 경우 무료 체험을 실시하는 전국 350개 홍보관의 하루 방문객 수가 20여만명에 달할 정도다.태평양제약이 지난 94년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인 ‘케토톱’을 내놓은 뒤 1년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아직 실버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마인드는 미흡한 실정이다. 실버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곳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세종대학교 실버마케팅연구소의 이의훈 교수는 “대기업은 (실버)시장이 작다고 생각하고, 중소기업은 시장이해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늘 뒷마당에 머물러 있던 노인들이 앞마당으로 나오는 시절이 오면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 것이다.외국 실버BIZ 동향성숙기 진입…노령인구 소비 전체 30% 달해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은 이미 실버비즈니스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미국은퇴협회(AARP)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의 80%는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미국의 60∼69세 노인 중 전업 또는 시간제로 일하는 비율이 35%대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실버세대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은 50년대부터 실버비즈니스가 등장, 노령인구가 10%,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 70년대말부터 본격화됐다. 지금은 노령인구가 민간 전체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 정도에 이르며, 전체 상업광고에 22%의 노령층이 등장할 정도이다.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17%로 선진국 평균 15%를 크게 웃도는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지난 63년 노인복지법의 시행과 함께 주거관련분야 민간의 사업참여가 허용되면서 시작됐다.이후 고령인구가 약 7%에 이른 75년부터 민간참여가 늘어나기 시작, 10%를 넘어선 85년부터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39조엔에서 오는 2005년 155조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특히 홈 헬퍼 서비스, 건강 및 레포츠 분야, 실버용품 분야 등에 수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