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눴지만 경제적 시각에서 볼 때 성인의 삶에는 세 단계밖에 없다는 얘기가 옳을 것이다. 첫 단계에서 우리는 가정을 꾸리고 가족과 새출발을 하기 위해 순채무자가 된다. 이 단계에서 주택이나 내구재 등 실물자산을 취득하지만, 동시에 그 때문에 많은 빚을 지게 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여유자금이 생기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시중 은행 등에 예금한다. 40세 전후가 되면 우리는 두 번째 단계로 이행한다. 이 단계에서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장기적 금융상품을 형성하는 데 더 주력하게 된다. 40대 전후 세대가 이같이 형성한 금융자산은 전체 국부의 절반에 이른다. 마지막 단계인 노년이 되면 저축의 대부분이 바닥난다.그렇다고 연금제도만 믿고 기다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연금제도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공적연금의 미래는 피라미드식 신용사기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됐고 일부 파이낸스회사가 사용했던 방법인 ‘폰지게임’은 초기 투자자들한테 지불한 엄청난 돈을 다음 투자자들한테서 거두어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금은 바로 이런 폰지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초기 연금제도는 근로자의 수가 연금혜택자의 수보다 훨씬 많았을 때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구의 유입이 결정적인 변수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연금수혜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적립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인구피라미드가 거꾸로 되면 연금피라미드 역시 거꾸로 되어 그 속임수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폴 윌리스, , 1999)현재 한국에는 유례없는 재테크 붐이 일고 있다. 지난 98년 디플레이션 이후 국내에서 출간된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책은 최고의 인기를 모았다. 자신이 ‘부자 아빠’인지, ‘가난한 아빠’인지 되돌아보는 사람들도 늘었고, 어떻게 하면 일확천금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면서 네트워크 마케팅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결국 ‘돈 버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는 게 현실이다.그래서 우리는 개인적 차원에서 앞으로 다가올 재앙에 대비하기 위해, 또 미래의 변화를 잘 활용하기 위해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 1955∼1965년 사이에 태어난, 소위 베이비붐 세대는 20년 안에 대량 퇴직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국가는 이들을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일제강점 시대, 한국전쟁을 거쳐왔던 그들의 부모와는 달리 베이비붐 세대들은 많은 것을 가진 채 성장했다. 과연 이들이 더 적게 가지고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앞으로 X세대(65∼75년 사이 출생자)와 그 이후 세대들은 전례없이 네 새대를 부양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위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이런 상황에서 이 시대의 30대 이상 가장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어떤 게 있을까? 사회가 변하는 만큼 그들의 자녀 세대가 앞으로 그들의 노년을 책임져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들의 자녀를 먹여 살리면서 살인적인 교육비를 감당해야 한다. 현재의 40대가 이러한 굴레를 쓰고 있다. 즉 자녀에게 되돌려받지 못하면서 전심전력으로 양육해야 하는 버거운 세대란 자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30년내 초고령화 사회 진입될 듯우리 시대의 30∼50대 가장들은 불과 20여년 전의 가장들과는 사뭇 다른 고민에 휩싸여 있다. 자녀들의 과외비를 포함한 가정경제를 꾸리는 한편, 연로한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을 동시에 지고 있는 것이다.이 모든 것이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시작됐다. 인구학에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를 넘어설 때 고령화사회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이 지점을 통과했으며 앞으로 30년 안에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노령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생기는 제반 경제적 문제들을 아시아적 가치인 ‘효(孝)’로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이제 효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한계에 이르렀다.일본의 경우 지난 25년간 서양식으로 각각 다른 집에서 거주하는 형태가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가 확산되는 중이다. 일본 역시 노인들이 전통적으로 자식들과 함께 살았던 지난 시대의 현실을 떠올리면 우리나라도 이제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자식의 당연한 도리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은 그의 ‘비용-수혜 공식’을 발전시켜 “부모-자식간 또는 형제 자매간에도 부담보다 혜택이 2배 이상 많을 때라야 상대방을 위해 희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부모에게 10만원의 의료보호혜택이 지불된다면 추가로 5만원을 지출할 수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재무설계 전문가에 맡기는게 유리이같은 한국의 현실에서 가장들은 과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노년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각 금융회사들이 ‘자산관리회사’를 표방하고 나선 것도 이런 요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현재 30대 직장인들은 예전처럼 고용이 보장돼 있지 않아 당장의 생활도 영위해 가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큰 편이다. 40대는 더욱 심각하다. 자녀들이 중학교 이상 학교에 다니고 있는 연령층이어서 생활비 외에 사교육비의 부담까지 감당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50대는 퇴직을 눈앞에 두거나 이미 퇴직한 연령층으로, 자녀들의 결혼준비에 많은 자금을 들여야 한다. 본지는 여러 연령층 중에서 이들 30∼50대 가장들을 위한 자산관리에 대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우선 부채를 정리하라는 조언이다. 최근 서점가에서 대박을 터뜨린 재테크 관련 서적의 가장 큰 공통점은 ‘웬만하면 빚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신용카드를 매달 정산하라는 지적이 많았다. 요즘에는 결제를 이월시켜주는 카드사들이 많아서 최저금액만 결제하고 다음달로 미룰 수 있지만 그게 결국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건 진리다. 꼭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에도 환불이나 마일리지 포인트 같은 보너스를 고려해서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빚을 졌다면 스스로 앞으로의 지출계획에 따라 재정설계를 하거나 제대로 된 재무설계사(Financial Planner)에게 자신의 재산관리를 맡길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요즘은 세법 하나도 너무 복잡해 재무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주식투자가 직접투자의 시대에서 간접투자의 시대로 이행하듯이 재무설계도 전문가에 맡기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또 최근 잇따라 생기고 있는 각 금융회사들의 프라이빗뱅킹(PB)을 잘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굿모닝증권 PB팀과 삼성증권 PB지점에 의뢰해 30대·40대·50대 등 연령대별 재무설계의 분석사례를 받았다.‘성인이 된 후에 받는 교육은 자극을 받아 스스로 자료를 찾고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말이 있다. 본지가 이번에 마련한 은퇴 후 설계와 관련된 기사가 독자 여러분들께 미래를 준비하는 자극제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본다.INTERVIEW 김선열 삼성증권 청담지점장“연령대별로 세분화된 자산관리 필요”“30대는 라이프사이클상 자산형성의 시기인만큼 종잣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삼성증권 김선열 청담지점장(41)은 지금이 어느 때보다 세분화된 자산관리가 필요한 시점이어서 연령대별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30대에 알맞은 자산관리 요령은30대 중반에 보통 주택을 매입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좀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30대만 해도 위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Risk Taking) 전략이 필요하다. 평범한 상품에서는 목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다소 공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40대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40대는 참 자산관리가 어려운 시기다. 과외비 지출도 크고,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도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일단 연금, 종신보험 가입 등 기본적인 미래대비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또 퇴직 후에 자신의 직업적 배경을 계속 연장시킬 수 있는 일거리를 미리 찾아놓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중요하겠지만 평균수명이 연장되는 추세에서 노후의 ‘일’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그럼 50대는 어떤 점에 무게를 둬야 하나.50대는 위험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 30대나 40대와는 달리 리스크를 정면돌파하기에는 다소 늦은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50대는 자녀의 결혼 등 자금수요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재산 불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금융상품에 대한 계획은 물론 세무전문가 등과 잘 논의해 종합적인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도 이런 현실을 감안, 각 PB지점에 국세청 출신 세무전문가까지 두고 상담에 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