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스포츠 열기는 알아줄 만하다. 1년 연중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중요한 게임들이 끊이지 않는다. 봄에 시작되는 야구(MLB)가 가을에 월드시리즈로 끝을 맺을 때쯤 풋볼(NFL)이 시작되고, 2월초 슈퍼볼과 함께 풋볼 시즌이 마감되면 농구(NBA) 시즌이 한창이다. 요즘이 바로 그맘때. 미국인들의 관심이 농구장으로 집중되는 시즌이다.올시즌 시들해져 가던 NBA의 열기는 마이클 조던의 복귀로 조금씩 뜨거워져갔다. 그러나 요즘 미국 농구팬들을 열광시키는 농구코트의 스타는 마이클 조던과 같은 유명 선수들이 아니다. 다름 아닌 텍사스주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 마크 큐반(Mark Cuban)이다. NBA에서 가장 색깔 있는 구단주로 소문난 그를 보기 위해 관중들이 몰린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큐반 구단주는 2년 전까지 잘 나가던 닷컴 기업인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매버릭스를 2억 8,000만달러에 인수, 지금은 잘 나가는 프로농구 구단주가 돼 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해 야후에 60억달러에 팔아넘긴 ‘브로드캐스트닷컴(broadcast.com)’의 경영방식을 NBA 구단 운영에 접목해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최근 들어 전세계 프로 스포츠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다.절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유로운 생각(Free Spirit)’을 강조하는 큐반은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농구팬이었다. 그의 기업활동도 농구와 무관하지 않았다. 야후에 매각한 브로드캐스트닷컴의 전신인 오디오넷(AudioNet)을 세운 것도 농구 때문이었다.모교인 인디애나 대학의 농구 경기 중계를 인터넷에서 듣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오디오넷이었다. 오디오넷은 이후 브로드캐스트닷컴으로 명성을 날렸고 인터넷 중계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자유로운 생각’의 결과물인 셈이다.전세계 프로 스포츠팀 벤치마킹 대상 부상농구단을 인수한 큐반은 닷컴 기업에서나 있을 법한 여러 가지 ‘재미난 돌출 행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런 행동으로 매버릭스 구단은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팀 성적도 함께 올라갔다. 물론 그의 돌출행동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었다. 관중(고객)과 선수(종업원)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방식이었다.큐반은 구단주가 된 직후 매버릭스가 뉴저지 네츠팀에 패하자 선수단 전원에 마사지 서비스를 받으라고 명령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후의 일들을 보면 그것은 ‘워밍업’에 불과했다. 선수단 버스에 동승해 선수들과 카드게임을 하는가 하면 슈퍼볼이 열릴 때는 선수와 스태프 전원을 초대해 ‘슈퍼볼 파티’를 열었다.그는 권위의 상징인 프로팀 구단주답지 않게 직원들과 함께 춤추고 노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려고 애썼다. 샐러리캡(Salary Cap)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좋은 선수들을 계속 영입했다. 매버릭스 선수단이 원정 경기 때 머무는 호텔을 일제히 업그레이드했고, 홈경기 때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열정이 없다며 새로운 인물로 교체하기도 했다.팬들을 위한 서비스에도 온힘을 기울였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일반 팬들과 함께 관람하는 것은 ‘팬의 입장에서 팀을 바라본다’는 취지에서였다. 경기장 스코어보드 위에 자신의 e메일 주소(mark.cuban@ dallasmavs.com)을 붙여놓았다. 그 때문에 경기장 좌석에 껌이 붙어 있었다는 불만부터 스코어보드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팬들의 민원이 e메일을 통해 직접 구단주에게 가고 있다. 또 이런 민원은 곧바로 시정되고 있다.이같은 닷컴식 경영방식은 팀의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큐반이 인수하기 전까지 이긴 게임보다 진 게임이 많은 팀이었던 매버릭스는 큐반 인수 이후 이기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 올해는 서부지구 단독 1위를 달리는 등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확실시되고 있다.큐반의 유명세에는 거침 없는 불만 발언도 한몫했다. 그는 최근 NBA 사무국의 리그 운영과 심판들의 판정에 대해 불만을 터뜨려 미국 스포츠 역사상 개인 최다 벌금인 50만달러를 부과받았다. 지난해도 심판을 비난했다가 모두 51만달러를 벌금으로 내는 등 ‘고액 벌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심판 판정 불만토로 51만 달러 벌금 내기도그는 벌금령으로 자신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데이비드 스턴 NBA 커미셔너에 대해 “그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힘을 잃게 만드는 데 아주 탁월한 소질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심판들이 특정 선수와 팀에 유리한 판정을 하는 것 같다며 ‘폭격’을 가하기도 했다.큐반은 심판들의 잘못된 판단을 감시하기 위한 ‘전문가’를 고용, 조만간 ‘비밀 문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전문가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고 그들이 뭔가를 반드시 밝혀줄 것”이라고 말한다. 심판들이 본 대로 휘슬을 불어야 하는 공정한 게임의 룰 없이는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큐반은 심판들을 비난하면서 ‘실언(?)’을 한 일이 있다. “NBA 심판장인 에드 러시는 좋은 심판일지는 몰라도 관리는 잘못하는 것 같다. 그는 데어리 퀸(패스트푸드점)의 매니저도 될 자격이 없다”고 말한 것. 이 발언을 전해 들은 데어리 퀸의 사장은 “패스트푸드점의 일이 얼마나 힘든지 한번 체험해 보라”며 일일 고용을 제안했다. 이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깔보지 말라’는 충고였다.큐반은 정말 남달랐다. “데어리 퀸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만 밥값을 못하는 사람들(심판)을 비난하기 위해 아주 보편적인 예를 들었던 것이다”고 해명하면서 일일 사원이 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1월 16일 하루 동안 일일 사원으로 일을 했다. 그날 이 패스트푸드점에는 ‘억만장자’의 서빙을 받기 위해 몰려든 몇백 명의 고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큐반과 매버릭스의 미래를 보는 느낌이었다. dongin@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