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일본 시장에서 ‘가격파괴’는 일상화된 사회현상 중 하나다.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의 고물가국임이 분명하지만 ‘자고 나면 또 내려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동종업자들간의 가격인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최근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가격파괴형 뉴비즈니스의 하나는 초염가 세탁 서비스다. 후쿠오카에 본거지를 둔 교쿠토오가 ‘펠리컨구락부’라는 간판으로 운영 중인 초염가 클리닝점의 특징은 종류에 관계없이 대다수 의류를 단돈 100엔만 받고 드라이클리닝해 준다는 점이다.일본의 세탁비는 비싸다. 드라이클리닝의 경우 양복 한 벌에 몇백 엔, 스웨터는 최소 300엔 이상을 주어야 한다. 껌 한통도 105엔을 주어야 살 수 있으니 100엔이 갖는 돈으로서의 의미를 가늠할 수 있다.펠리컨구락부가 1점당 100엔 동전 한 닢만 받으면서도 드라이클리닝 사업을 꾸려갈 수 있는 비결은 철저한 비용절감에 있다. 기계화와 작업단순화, 그리고 정규직 대신 아르바이트 사원 활용을 통한 인건비 절약이 코스트 다운을 떠받치는 핵심 요인이다.시간절약형 시스템 설치 15분에 ‘세탁끝’이 회사는 일차 세탁된 의류가 행거에 걸린 채로 공장 내부의 건조 시설을 돌도록 하는 자동화시스템을 갖췄다. 건조기 사이를 도는 동안 의류에 남아 있는 수분이 저절로 날아가도록 만든 시간절약형 최신 시스템이다.다른 세탁점에서는 건조 시간이 30분 넘게 걸리지만 펠리컨구락부에서는 15분이면 건조 작업이 끝난다. 건조된 의류는 행거에 걸린 상태에서 아르바이트 사원들의 간단한 손질을 거친다. 그리고 바로 의류 표면에 비닐 포장이 씌워진다. 행거에서 옷을 풀어낸 후 다림질을 한 다음 다시 걸고, 그 위에 비닐을 씌울 때보다 작업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됨은 물론이다.100엔만 받는다고 세탁을 엉터리로 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에 대비해 검사를 다른 곳들보다 더 꼼꼼히 한다. 세탁물을 접수할 때 터진 곳이나 얼룩이 묻어 있는 곳을 빈틈없이 찾아내 확인시킨 후 서비스에 들어가니 소비자들도 트집잡을 수가 없다. 다른 곳보다 현저히 값싼 비용으로 별 손색 없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만족도가 낮을 리 없기 때문이다.관심의 대상이 된 또 하나의 이코노미형 뉴비즈니스는 인터넷상의 애완동물 중개, 판매업이다. ‘아고’라는 업체가 선구자로 뛰고 있는 이 사업은 애완동물의 종류와 가격 등을 접수한 뒤 이를 일본 전역에 깔린 몇백 개의 거래선에 수배해 찾아주는 일이다. 사무실이라고 해봤자 평범한 주택의 한구석 방에 차려진 조그만 공간이지만, 이곳을 통하기만 하면 고객들은 웬만한 강아지와 고양이를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다. 상품확보를 뒷받침하는 정보 네트워크에서 막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어서다. 가격 경쟁력도 다른 곳보다 훨씬 뛰어나다.도쿄의 일반 애완동물 숍에서 15만엔은 주어야 하는 생후 2개월 정도의 고가 애완견도 아고에서는 10만 8,000엔이면 살 수 있다. 점포를 따로 운영하지 않아 고정비가 들지 않는 덕이다. 동물을 한데 모아놓고 있지 않으니 먹이 값도 필요없다. 애완 동물이 같은 우리 안에서 서로 감염될 염려가 없으니 병원비가 들어가지 않아 염가에 판매해도 버틸 수 있다.인터넷 통신판매라고 아무 동물이나 파는 것은 아니다. 고객에게 넘겨주기 전 수의사에게 건강검진을 받은 다음 고객에게 연락하며, 동물을 받은 후 마음에 들어야 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원격지의 고객에게는 비행기를 이용해 배달도 해준다. 앞으로는 대금 지불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편의점 업체들과 손잡고 일선 편의점에서도 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