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 살모넬라균, O-157균, 비브리오균 등 인체에 유해한 세균들은 모조리 찍어내라.’생활용품 전문업체인 피죤이 100억원을 투자, 개발한 살균세정제 ‘무균무때’의 살생부에 오른 세균은 모두 50여 가지. 기존 세정기능에 살균기능을 첨가한 이 세정제는‘살균과 세정을 동시에 해결한다’는 마케팅 전략이 주효,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히트상품이다.회사측은 ‘무균무때’를 기존 세정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제3세대 살균세정제’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즉 ‘제1세대 세정제’는 50∼60대 주부들이 즐겨쓰는 독한 락스를, ‘제2세대 살균제’는 단순히 때만 벗겨내는 일반적인 세정제를 뜻한다면 ‘제3세대 세정제’는 세정과 동시에 대장균, 살모넬라균, O -157, 비브리오균, 폐렴간균 등 인체에 해로운 균을 박멸시키는 살균력을 갖춘 세정제라는 것.피죤이 지난해 4월 출시한 이 제품은 6개월 만에 60억원의 매출(100만개 판매)을 올려 시장 크기가 250억원 정도인 세정제 시장의 24%를 차지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일보 designtimesp=21960>, <경향신문 designtimesp=21961> 등 각 언론매체에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창조적인 아이디어 발굴, 시의 적절하고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는 마케팅 능력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히트 상품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법. ‘무균무때’도 결국 이런 3박자를 고루 갖췄기 때문에 히트상품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무균무때’의 성공은 피죤이 두 번의 실패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피죤의 첫 도전은 지난 89년. 당시 피죤은‘바이졸’을 자체 개발해 판매했으나 1년 만에 손을 들고 철수했다. 당시 생활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살균력을 소비자에게 설명한다는 것은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이후 1994년 미국 L&F사에서 ‘라이졸’을 직수입해 다시 한 번 살균시장을 공략했으나 역시 실패의 쓴맛을 봤다. 그 이유는 당시 눈에 보이는 곰팡이 제거에 초점을 맞춘 경쟁사 제품인 ‘팡이제로’에 완패당했기 때문.그러나 피죤은 여기서 중단하지 않고 지난 99년 다시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예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먼저 소비자 조사부터 철저하게 실시했다. 수많은 소비자 개별면접, 유통업체 바이어·영업사원 좌담회 등을 통해 얻은 결론은 살균제와 세정제를 결합한 제품을 내놓는다면 신세대 주부들의 구매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결국 10여년 동안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끝내 제품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살균과 세정을 동시에 공략한 전략 때문으로 회사측은 밝혔다. 제품도 용도별로 세분화해 주방용, 바닥용, 실리콘 곰팡이 제거용, 행주용, 좌변기용, 가정·차량용 에어컨 등 총 7종을 출시했다.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고급화되는 소비패턴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이 과정에서 각종 아이디어를 발굴, 마케팅 전략에 활용했다.철저한 소비자 조사가 성공의 첫걸음‘무균무때’라는 브랜드도 1년 6개월의 작업을 통해 정했다. 사자성어로 발음하기 편하고 무(無)를 두번 반복해 강한 세정 및 살균효과를 강조했다. 시안 몇백 개 중 소비자에게 살균세정제라는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디자인 또한 블루색 일색이었던 컬러를 강한 살균세정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선명한 오렌지색으로 통일했다. 이 오렌지색은 CF, 포스터, 판촉물을 통해 일관되게 노출시켜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했다.사내 붐을 적극 조성한 것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였다. 회사 내에서 ‘무균무때’ 붐을 일으키기 위해 전체 판매 여직원을 대상으로 ‘사용소감 콘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여직원들에게 사용경험을 줘 구매시점의 소비자에게 좀더 많은 유용한 정보와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려는 목적이었다. 판매직원이 직접 써보고 만족한 제품을 더 자세하고 당당하게 소비자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여기에다 ‘발로 뛰는 마케팅’은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면서 기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발판이 됐다. 문화센터, 여름철 휴양지, 고속도로 톨케이트, 아파트 부녀회, 할인매장 등을 통해 샘플 제품 100만개를 나눠줬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는 차량을 대상으로 에어컨을 청소해 주기도 하고 신도시 아파트 지역의 가정을 방문해 싱크대, 화장실 청소를 즉석에서 시연했다.그뿐 아니라 3인1조로 봉사팀을 결성, 전국의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라면과 과자를 전달하고 부엌과 화장실 등을 청소하는 ‘사랑의 클린 라이프 운동’을 통한 봉사마케팅도 펼쳤다.피죤은 섬유유연제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알려진 업체지만, 매출이 지나치게 한 제품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였다. ‘무균무때’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피죤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올해 120억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의 절반을 잠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다 300억원대 규모의 락스시장까지 잠식해 위생용품 시장의 대표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Interview프로덕트 매니저 이동준 대리“사내붐 일으키는 게 가장 어려웠죠”“지난 여름철에 휴가는 물론 물가 근처도 못 가봤지만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에 힘이 납니다.”지난 99년 1월부터 4년째 ‘무균무때’에 전념해온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PM) 이동준 대리(31). 시장조사부터 마케팅까지 책임지고 있는 그는 “회사에서 수많은 제품을 출시했지만 뚜렷한 히트상품이 드물었던 탓에 부담감이 무척 컸다”고 말했다.그러나 2년 이상 충분한 준비를 거쳐 제품을 내놓았기에 성공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제품의 우수성을 증명한 실험연구 자료와 국가공인기관에서 받은 인증데이터만 라면박스로 50박스가 넘었다”고 밝혔다.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그는 “사내붐을 일으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즉 판매를 책임질 영업사원들이 ‘무균무때’를 회사 내 수많은 제품 중 하나로 여길 경우, 적극적인 시장공략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따라서 출시 초기 일일이 영업사원들을 쫓아다니며 입점 및 행사매대를 하나라도 더 잡으려고 애썼다고 한다. 이대리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영업사원들이 서로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다투는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이대리는 앞으로 계절별로 ‘크린 특공대’를 조직, 지하철과 공공시설을 청소하면서 ‘크린 코리아’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대리는 “회사측이 올 한 해 프로모션 비용으로 42억원을 배정할 정도로 적극 지원하고 있어 새로운 청소문화를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