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서구화 되면서 시장 급팽창...가전3사 사운걸고 한판 승부 돌입

1,000만원을 호가하는 60인치 벽걸이(PDP)TV, 200만원대의 대용량 양문 여닫이 냉장고, 직접 세탁통을 회전하는 150만원대의 드럼세탁기….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급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국내 대표적인 가전업체들이 회사의 운명을 건 한판을 치를 전망이다. 특히 맞수 대결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총력전 태세다.LG전자 가전부문 김상수 사장은 올 시무식에서 “프리미엄 가전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올해 모든 역량을 투입해 입지를 굳혀야 한다”고 향후 경영전략을 고급 가전시장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LG전자는 올해 주력상품으로 디지털TV, 에어컨, 세탁기 등을 정하고 잇따른 신제품 출시를 통해 수출 및 내수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TV 모델을 대폭 강화, 상반기엔 60인치 LCD 프로젝션 TV를, 하반기엔 신기술을 적용한 프로젝션(대형화면) TV도 시판할 계획.삼성전자 가전부문 이상현 사장도 올해 초 가진‘삼성전자 대리점 경영전략 설명회’에서 “‘디지털가전의 폭발적 수요’라는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겁먹지 말고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에 70% 이상 회사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PDP(벽걸이) TV, 인터넷 TV, 인터넷 냉장고 등 첨단 디지털 신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 LG전자와의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특히 65·55·47인치 고화질 프로젝션TV를 선보이고, 24·17인치 LCD(액정화면) TV도 고급모델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PDP TV의 경우 앞으로 3,000억원을 투자,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99년 5월 세계 최초로 42인치 벽걸이TV를 시판했던 대우전자도 올해 후속 모델을 기존 제품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예정이며, 고급 가전시장을 적극 공략해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고급가전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아고급 가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냉장고, TV, 세탁기 등 일명 ‘가전 3총사’다.우선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양문 여닫이 냉장고 시장을 보자.지난 97년 삼성전자가 ‘지펠’을 내놓을 때만 해도 당시 외국에서 이미 GE, 월풀 등을 경험한 소비자와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냉장고를 구입하는 신혼부부의 절반이 양문 여닫이 냉장고를 구입(LG전자 조사)할 정도다. 이는 판매대수의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국내 냉장고 판매대수는 연간 260만대(1조 8,000억원). 이 중 일반 냉장고는 지난 99년 112만대가 팔렸으나 이후 115만대(2000년), 100만대(2001년)에 이어 올해는 80만대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반면 고가인 양문 여닫이 냉장고는 지난 99년 11만 7,000대에 불과했으나 이후 25만대(2000년), 39만대(2001년)에 이어 올해는 50만대정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지난해 양문 여닫이 냉장고가 5,850억원을 기록, 일반 냉장고(3,250억원) 시장을 이미 넘어섰다.고가의 냉장고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은 일반 냉장고 보급률이 95%(96년)에 이르면서 더 이상의 수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규 수요보다 대체 수요가 시장변화를 주도하게 됐고, 이런 대체 수요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용량이 크고 고급스런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양문 여닫이 냉장고는 현재 외산을 압도하고 있다. 시장의 95%(시장규모 40만대)를 국산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삼성(지펠)과 LG(디오스)가 서로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주장할 정도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프리미엄 TV 시장은 올해 고급 가전시장의 최대 격전장이다. 미국·일본·한국 등 주요 시장의 고급화·대형화 추세가 뚜렷하고 월드컵 특수, 디지털 방송 등의 여파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세계적으로 TV 사용환경이 거치형 중심에서 거실용, 모바일용(자동차용), 퍼스널형, 홈시어터용 등 다양해지고 있다.미국은 지난해 홈시어터 판매량이 전년도에 비해 100% 이상 증가했고, 일본은 대형 양판점에서 팔리는 디지털 TV의 물량이 전체 8% 정도로 적으나 매출액 기준으로는 25%를 차지했다. 올해는 50%까지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국내 TV 판매대수는 총 230만대. 그중 디지털TV의 시장규모는 프로젝션, PDP, LCD, 프로젝션 등을 포함해 지난해 23만대에서 올해 40만대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에는 250만대 정도의 디지털TV가 판매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대형 TV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TV시장에서 29인치 이상 판매 비중은 60% 이상이었다. 지나 96년에는 23%에 지나지 않았다.프로젝션 TV는 97년 4만대 규모의 시장이 지난해 15만대 규모로 성장했으며, LG전자의 엑스캔버스, 삼성전자의 파브, 대우전자의 써머스가 격전 중이다.이들 업체는 도시바, 소니, 필립스 등 세계적인 가전업체들이 차지했던 자리를 밀어내며 지난해 시장의 86%를 차지했다.LG전자와 삼성전자는 자사가 50% 이상의 시장을 점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4,000대 정도 팔린 PDP TV는 올해 2만∼3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LCD TV 시장도 급속히 팽창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세계 LCD TV 시장은 올해 100만대 이상으로 커져 향후 3∼4년간 연평균 3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CD TV는 아직 일본에 밀리고 있지만 PDP TV는 국산이 앞서고 있다. 지난해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드럼세탁기를 출시, 고급세탁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아직 초기단계다.국내 세탁기 시장은 세탁기와 탈수기를 하나로 묶은 전자동 세탁기가 대다수였다. 최근 빌트인 가전시장이 커지면서 드럼세탁기의 인기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소음이 적고 정면개폐가 가능해 다용도실이 아닌 부엌 싱크대에 설치하기 편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그동안 국내시장은 밀레(150만∼180만원), AGE(100만∼120만원) 등 외국산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으나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일반 세탁기는 110만대(5,000억원)가 팔린 반면 드럼세탁기는 겨우 4만대(500억원)가 팔렸다. 이 중LG전자가 지난해 초에 출시한 드럼세탁기가 40% 정도 시장을 차지했다. LG전자는 올해 10만대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드럼 세탁기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신규브랜드 ‘트롬(TROMM)’을 런칭하고 신제품을 대거 출시할 계획이다. 같은해 11월 드럼세탁기를 출시해 맞불을 놓은 삼성전자는 올해 도시바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국내 고급가전, 외산제품 이미 따돌려이처럼 주요 업체들이 고급 가전에 역량을 집중키로 한 것은 지난 97년부터 서서히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프리미엄 가전시장이 올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 그 이유는 다섯가지로 나눌 수 있다.우선 디지털 방송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오는 3월 1일 디지털 위성방송이 본격 실시된다. 오는 2010년이면 현재 아날로그 방송이 전면 중단되고 디지털 방송만 실시하게 된다. 디지털TV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둘째, 월드컵 또한 디지털TV의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좀더 선명한 화질의 화면을 원하는 수요자가 늘어나기 때문.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세계적으로 300%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셋째, 빌트인 가전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4,300억원 규모의 빌트인 가전시장 규모가 오는 2003년 6,300억원, 2005년에는 1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넷째, 지난해 11월 정부가 특소세를 인하한 것은 고급가전의 가격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가령 프로젝션TV의 특소세율이 15%에서 10%로 인하됨에 따라 판매량도 30∼50%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다섯째, 가장 중요한 이유로 기업 입장에서 고급 가전 제품의 수익률이 일반 제품보다 훨씬 높다는 것. 예컨대 냉장고의 경우 고급가전의 판매대수는 17%이지만 매출액은 50%를 넘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저가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일반 가전에 비해 수익률이 2∼3배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이와 함께 고급 가전시장에서 밀리면 우량회사가 될 수 없다는 위기감도 한몫하고 있다. LG전자의 전체 매출액 중 고급가전제품을 떼어 따로 계산해 보면 이를 알 수 있다.지난 99년 고급 가전의 비중이 5%였으나 2000년 13%에 이어 지난해 20%까지 높아졌다. 올해 2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오는 2005년에는 35%까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LG 관계자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국내 가전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우선 고급가전 제품이 주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는 것. IMF 이후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반 제품의 수익률은 점점 떨어지고 반면 고가제품의 수익률은 높아지고 있다는 것. 따라서 고급 가전 시장에서 밀리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그렇게 되면 우량회사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이와 함께 고급 가전에서 밀리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 2류 브랜드로 남아 있으면 앞으로 기술력 있는 제품을 내놓더라도 시장 진입이 쉽지 않게 될 것이라는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일본의 TV업계는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장기간 일본내 3강의 지위를 누렸던 마쓰시타, 소니, 도시바 등의 지위가 크게 흔들린 것이다. 디지털TV의 강자인 샤프가 도시바를 제치고 3위로 도약했으며 올해 마쓰시타와 소니를 넘어서서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국내 가전업계도 상황에 따라서는 순위변화는 물론 ‘영원히’ 2류 브랜드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돋보기 / 가전3사 프리미엄제품 기술력디스플레이 기술력 일본 능가가전업체들이 고급 가전에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것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국내 업체에서 개발된 대형 PDP TV가 해외 유명전시회에서 증발된 사건이 두 번 있었다.2000년 독일 베를린 전자전에서 LG전자의 60인치 PDP TV가 운송 중에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자전에서는 삼성전자의 63인치 PDP TV가 전시회 운반 도중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제품 모두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제품이다.도난사건은 세계 최대의 PDP TV에 대한 핵심기술 파악을 위한 경쟁업체의 산업스파이가 벌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이처럼 국내 업체의 가전 기술력은 3∼4년 전부터 세계 고급 가전시장을 이끌어왔던 일본과 유럽 업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은 일본 제품을 능가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국내 업체들은 일본 제품보다 우수한 화면 자동보정(Auto Conver) 기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보다 4년 정도 PDP 양산 시점이 늦었으나 2000년 4월 세계 최대 크기의 63인치 HDTV를 개발하며 상황을 역전시킨 것도 우리 업체들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는 이미 일본과 유럽의 기술력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산 제품은 외산과 비교해 디자인, 소비전력, 소음 등에서 월등하게 앞섰다는 업계의 평이다.업계 관계자는 “양문 냉장고의 경우 97년 지펠이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외국산이 100% 점유했으나 삼성전자 지펠과 LG전자 디오스 등 2개 제품이 시장을 94%까지 독점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입을 모았다.김학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가전 업체들이 일본에서 심포지엄 등의 행사를 가지면 일본업체들의 참가열기가 무척 높다”며 “기술력은 세계적인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