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는 ‘어른’ 감성은 ‘아이’인 성인 주대상 … 의류에서 완구류·식품류까지 확산

키덜트(Kidult)족이 등장했다. 키덜트란 아이와 어른의 합성어(Kid+Adult)로 아동의 감성을 가진 어른을 뜻한다. 어린 시절의 동심과 향수를 간직한 20~30대 성인인 이들은 10대 때의 취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광고기획사에 근무하는 김정미씨(26)는 최근 의류매장을 찾았다. 곰 캐릭터 테디베어가 그려진 티셔츠를 고른 김씨. 예전 같으면 ‘나이값도 못한다, 유아틱하다’는 핀잔을 들을까봐 살 엄두도 못 냈을 옷이다. 김씨는 자율복장 출근일인 토요일에 테디베어 티셔츠를 입고 회사로 향했다. 직장 동료들이 “그 예쁜 옷을 어디서 샀느냐”며 관심을 보였다.최근 LG경제연구원은 ‘2002년 이런 상품이 히트한다’라는 보고서에서 계층별 히트상품의 등장을 예고하며 20~30대 키덜트족 관련 상품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LG경제연구원의 허원무 경영컨설턴트는 “아동 취향의 패션몰, 캐릭터 상품, 화려한 색채 및 디자인의 의류, 유아적 감수성이 풍부한 상품을 선호하는 키덜트족은 불황과 관계없이 소비를 하며 유행에 민감하다”며 “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및 노스탤지어 자극 기능이 강조된 제품을 출시하면 키덜트층의 높은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랜드는 성인 타깃 곰 캐릭터의류브랜드 ‘티니위니’를 2000년 런칭해 그해 10억원, 2001년 4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티니위니의 매장에서 만난 박찬영씨(28)는 “여자친구가 곰인형 등의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좋아해 선물하려고 매장을 찾았다”고 말했다.국내 브랜드 외에도 키덜트족을 대상으로 한 해외 패션브랜드는 다양하다. 아이스버그는 트위티, 실버스타, 스누피 등의 캐릭터가 수놓인 히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다. 또 카스텔 바작에서도 원색의 캐릭터 의상과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응용한 의상 등을 내놓고 있다.키덜트족,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키덜트 마케팅은 패션 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자제품에도 해당된다. 애플컴퓨터가 98년 출시한 아이맥(iMac) 컴퓨터가 대표적이다. 화려한 색깔과 알록달록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누린 아이맥은 단일기종 사상 최초로 전세계 600만대 판매를 기록했다.2월말 출시될 예정인 신형 아이맥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가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룩소 주니어’에 나오는 컴퓨터와 비슷하게 생겼다. “이 신형 아이맥의 선주문량은 15만대로 역대 애플사 PC기종 가운데 가장 많았다.”LG전자에서도 키덜트층의 성향에 맞춘 제품을 출시했다. 99년말 내놓은 TV 네띠(Netee)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월 5,000여대가 판매됐다. 네띠에 이어 지난해 12월 나온 ‘축구공 TV’는 월드컵을 기념해 축구공 모양으로 제작됐다. 축구공 TV는 현재 월 3,000대 가량 팔리고 있다. LG전자의 DND판매기획그룹 공성수 대리는 “20대를 겨냥한 신제품 개발이 활발하다”며 “디자인과 색깔을 개성있게 만드는 전략으로 젊은 계층을 공략한다”고 말했다.완구류도 더 이상 어린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프라모델을 파는 전문쇼핑몰의 주요 구매자도 20~30대 중반이다. 2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조이하비(www.joyhobby.co.kr)의 매출액은 월평균 1억 5,000만원을 웃돈다. 이 중 순이익은 20% 정도. 프라모델 외에도 무선모형, 직소퍼즐, 서바이벌 용품을 팔고 있는 이곳은 80여평의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매출비율은 70 대 30.블록 장난감으로 유명한 레고(Lego)에서는 마인드스톰(Mindstorms)이라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90년대 후반 등장한 마인드스톰 라인은 레고 전제품 판매율의 7~8%를 차지한다. 또 레고 전체 매출액의 18%에 이르는 테크닉(Technic) 라인의 경우, 성인을 타깃으로 제작한 제품군이 아닌데도 구매자의 30~40%가 20대 이상이라고 레고코리아의 마케팅팀 이나영 대리는 설명했다.식품시장에서도 키덜트족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맥도날드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해피밀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어린이에게 인기있는 인형을 선물로 주는 해피밀은 최근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의 캐릭터 인형을 그 아이템으로 삼았다. 맥도날드측은 놀랍게도 20대 이상의 구매자의 전화와 메일을 자주 받았다. ‘몬스터주식회사’의 캐릭터 중 ‘설리(Sulley)’와 ‘부(Boo)’가 품절됐다는 클레임이 자주 들어왔던 것. 맥도날드 김종규 마케팅팀장은 “인형을 받으려고 해피밀을 구입하는 키덜트층 덕분에 맥도날드의 전체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KFC도 디즈니와의 제휴를 통해 메뉴와 디즈니 관련 캐릭터 상품을 번들링(끼워팔기)해서 판매하고 있다. 특히 디즈니 캐릭터들은 20~30대에 익숙하고 친숙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KFC의 설명이다. 코카콜라사는 지난해 2월 워너브라더스에 1억5,000만달러를 지불하고 해리포터의 마케팅 파트너로 나섰다. 성인계층에게까지 하나의 문화코드로 작용하고 있는 해리포터를 자사 제품의 비주얼로 삽입하며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것.이런 키덜트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영국 <가디언 designtimesp=22003>지에서는 독자를 대상으로 본인의 키덜트 지수 테스트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근대사회에서는 아동과 성인의 세계를 따로 구분했다”며 “그러나 정보화 사회, 탈근대화 사회에서 제반의 경계가 무너졌고 이는 아동과 성인의 구분이 없어지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고 키덜트족 등장 배경을 설명했다.키덜트 e- 마케팅사이버 공간에도 ‘키덜트’ 열풍키덜트 마케팅이 인터넷에서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키덜트 계층이 인터넷에 친숙한 20~30대 네티즌이라는 것에 착안, 이들의 어릴 적 추억을 자극하는 상품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캐릭터 상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은 호황을 누린 지 오래다. 캐릭터상품 헬로우키티를 판매하는 키티코리아닷컴(www.kittykorea.com)의 회원수는 7,000여명. 이 쇼핑몰의 배윤호 대표는 “주고객층은 20~30대로 수입이 없는 10대 청소년보다는 직장인 여성들이 물품을 많이 구입한다”며 “마니아 고객이 100명 정도 되는데 이들은 일주일에 20~30개 정도 출시되는 신제품을 모두 살 정도”라고 말했다.키티 캐릭터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산리오(Sanrio) 매장에서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리는 규모가 더 크다는 것이 배대표의 설명. “서울에만 있는 산리오 매장과는 달리 인터넷 캐릭터 쇼핑몰은 전국, 해외의 고객에게 제품 판매가 가능하지요. 또 고객들은 배달이 되는 인터넷 쇼핑몰의 장점을 이용, 크기가 큰 물건 구입이 편리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이와 같은 캐릭터 관련 쇼핑몰 외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키덜트 e마케팅 아이템은 소위 불량식품이다. 학교 난롯불에 살짝 구워 먹던 ‘쫀디기’나, 수업시간 선생님 몰래 하나하나 빼먹었던 ‘아폴로’, 여름이면 시원함을 달래주던 아이스바 ‘깐도리’ 등을 파는 쇼핑몰이 등장한 것.어린 시절 구멍가게에서 선생님과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사먹던 추억의 먹거리를 그리워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이 쇼핑몰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하루 접속자는 2만명에 이르렀다. 맛쫀디기, 월드컵맛기차, 쫄쫄이, 돈부, 꽃가마, 달고나, 똘똘이, ABC무지개, 씨씨, 아폴로, 밭두렁, 쌀맛대롱, 청자사탕, 연필무지개, 월드컵어포 등을 종합선물로 묶어 8,000원~1만원에 팔고 있는 쇼핑몰은 쫀디기닷컴(www.zondigi.com), 아폴로상회(www.apolo.co.kr) 등.쫀디기닷컴 황장수 대표(29)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어릴 때 먹던 먹거리를 떠올리다가 요즘도 소위 불량식품들이 생산되는지 궁금해졌다. 조사를 해보니 뜻밖에 15여개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었다”며 “추억을 소비자와 함께 나누기 위해 쫀디기 쇼핑몰을 차렸다”고 덧붙였다. 불량식품 쇼핑몰의 하루 매출액은 150만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