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80년대에 여성으로 처음 단독 판사를 지낼 때, 부담이 무척 컸어요. 강금실이라는 사람이 이 일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여성의 능력을 판단하는 자리였거든요. 과연 여자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지요.”법무법인 지평의 강금실 대표변호사(44). 그는 국내 최초 여성 로펌대표 변호사가 된 소감을 묻자 이 말로 대신했다. 이젠 ‘여성 최초’ 라는 말이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법조계에서 그 당시 여성의 사회활동 비율은 1%에 불과했기 때문에 내가 최초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20~30%에 이르고 여성도 전문가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어요.”현재 ‘지평’의 여성 전문가의 비율은 20% 정도로, 강변호사는 차별이 아닌 차이에 따른 배려를 할 수 있는 로펌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지평’은 2년차 변호사가 되면 누구나 파트너변호사가 된다. 현재 전문가 24명 중 18명이 파트너변호사다.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수평구조인 ‘지평’의 운영시스템은 지평 변호사들의 주인의식을 강화시켰고, 이것이 바로 14명으로 시작한 ‘지평’이 현재 수준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변호사는 설명한다.“우리는 벤처전문 로펌으로 시작했어요. 벤처라는 틈새시장을 노렸고 실험적인 전략이 성공한 것이죠.”앞으로는 벤처에 국한하지 않은 종합로펌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금 어느 정도 성공으로 들어가는 단계라고 한다. 그는 로펌이 점점 커지면서 여성 대표변호사로서 겪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밝혔다.“로펌의 대표로 내부적으로는 구성원을 배려하고, 밖으로는 고객과 만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인 조직관리에서는 여성적인 섬세함,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외적인 마케팅은 남성에 비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요즘 기업환경 자체가 많이 변했어요. 오히려 여성 대표에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지요.”미국 거대 로펌 ‘화이트앤케이스(WHITE&CASE)’의 듀안 월 대표의 국내시장진입 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만만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외국 로펌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강변호사의 생각이다. 그녀는 “한국인은 저력이 있다. 망할 듯하면서 항상 일어난다”며 “외국 로펌의 국내시장 진출로 국내 로펌이 잠식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3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우리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지평’의 대표변호사로 일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기쁨’이 가장 크다는 강변호사는 사람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고, 승무와 궁중무용을 배우는 등의 문화생활을 즐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