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까지 1500개 점포증설,공격경영 진두지휘...소비자 중심 사고로 바꿔야 생존가능

혼다 토시노리롯데 코리아세븐 전무세븐일레븐은 2월말 1,100호점을 열며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부동의 선두임을 한껏 뽐냈다. 그렇다고 여기서 발걸음을 늦출 회사가 아니다. 올 연말까지 하루 1.4개꼴로 1,500개점을 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 3위 업체가 아예 추격의지를 잃을 만큼 멀찌감치 달아나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편의점을 2010년까지 3만개로 늘리라’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주문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능한 얘기일까.일본에서 건너온 유통전문가 혼다 토시노리 코리아세븐 전무(52)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신회장은 물론 신동빈 부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내 실력파 임원들 중 한 사람이다. 이는 그가 코리아세븐 외에 마그넷(업무추진위), 롯데쇼핑(레몬사업본부장), 롯데후레쉬델리카 등 3개 롯데 계열사의 전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데서 역력히 나타난다. 그는 롯데그룹 유통부문 외에 그룹 전반의 전략적 사업까지 관여하고 있다. 신동빈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룹 비공식 조직 ‘업무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게 그 증거다.세븐일레븐이 부임 4년 만에 국내 편의점 업계를 사실상 평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지요.제가 98년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한국 편의점 업계는 한창 성업 중이던 일본, 미국과 달리 고전하고 있었어요. 그 이유를 파악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편의점 간판만 달았을 뿐이지 구멍가게나 다름없었어요.처음 1년간 신규 출점을 정지시키고 의식과 점포 운영방식을 바꿔 편의점 사업을 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고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면 편의점이야말로 가장 가능성 높은 유통업이라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해 아침손님을 적극 공략한 것도 성공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하루 1.4개꼴로 점포를 늘리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요.편의점은 반경 500m 상권의 소매유통점입니다. 물론 이 상권을 정확히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한 점포를 계약할 때까지 3개월이 걸립니다. 여기에다 우리는 오피스, 아파트, 도로, 주택가 등 입지별 특성에 따라 별도의 과학적인 데이터를 갖고 움직입니다. 상권분석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븐일레븐은 ‘7시에 일어나서 11시에 잠들 때까지 모든 편의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충실하면 폐점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앞으로 편의점이 어떻게 변해갈 것 같습니까.‘유통은 변화대응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령 5년 뒤 세븐일레븐에서 지금 판매하는 상품 중 한 가지도 판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비패턴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마다 소비자들이 생활하면서 ‘이거 참 편하구나’하는 상품만 팔아야 합니다.또 편의점은 단순한 유통소매점이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 역할까지 떠맡게 될 것입니다. 세탁물을 맡기고 주민등록등본을 뗄 수 있으며 정보(광고)를 판매하는 곳으로 바뀔 것입니다. 일례로 우리는 내년부터 소비자들이 꼭 확인하는 계산기 화면을 통해 기업의 광고 영상을 내보낼 계획입니다. 하루 평균 70만명(여름철엔 100만명)이 찾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무척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레몬(슈퍼마켓 브랜드) 사업을 시작할 때 그룹내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강행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백화점은 한 달에 한 번, 할인점은 일주일에 한 번, 슈퍼마켓은 일주일에 두세 번, 편의점은 일주일에 세 번 넘게 오는 고객이 70%가 돼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상품구색과 질, 가격을 다르게 가져가야 합니다.예를 들어 양배추의 경우, 할인점은 절반, 슈퍼마켓은 6분의 1로 잘라서 팔아야 합니다. 이제까지 이런 컨셉을 갖고 있는 슈퍼마켓은 국내에 없었습니다. 롯데가 다양한 유통망을 가지려고 하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이제까지 (진정한) 슈퍼마켓은 없었다’며 신격호 회장을 설득한 끝에 허락을 얻어낸 기억이 납니다.마그넷(할인점) 사업은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해결책은 있습니까.마그넷이 백화점 건물에서 잇따라 개점해 백화점 시스템을 그대로 따른 탓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할인점은 ‘집 한 채에 대한 제안’을 하는 곳으로 생필품이 모두 서비스돼야 합니다. 롯데가 할인점 확장에 주력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면 기업의 힘(브랜드 파워 및 자본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구체적으로 직영상품을 늘리고 매니저의 의식을 개혁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개혁을 진행 중입니다. 이후 소비자들이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반 발 앞선 상품을 제안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요즘 신동빈 부회장과 함께 ‘업무개혁위원회’라는 비공식 조직을 통해 그룹의 체질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요.신부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있고, 저는 부위원장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계열사별로 방문해 CEO를 뺀 전 임원진과 함께 업무개혁을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한 달에 한 번 위원장이 참여하는 본 회의를 갖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지금의 롯데에 만족하지 않고 목표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의식개혁을 통한 체질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즉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핵심은 시장이 판매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급변하는 소비자 요구를 상품개발에 반영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누구나 더 편안한 걸 바랍니다. 즉 어제 한 것은 오늘도 하고 싶은 거지요. 그래서 저는 롯데그룹이 도약하기 위해서는‘지금까지의 경험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열사 임원들에게 ‘경험은 곧 악(惡)’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과연 일본인이 한국실정에 맞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요.처음에는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나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업무방식은 세계 어디를 가나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1+1=2’라는 것은 일본과 한국이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사람은 케이크 크림 중 식물성을, 일본사람은 동물성을 좋아한다는 차이(정보)를 본인이 취합할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일본에 부인과 아들 둘을 두고 있는 그는 일요일 저녁식사 시간이 가장 외롭다고 한다. 외로울 땐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그의 답변이 걸작이다. “외로울 때는 그냥 외로워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