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출전차에 ‘오토IS’기술 적용 … 개발공정 2배이상 단축
‘보이지 않는 무한질주의 굉음.’눈앞에서 최고 속도 시속 360km로 휙 지나간 미확인 물체는 다름 아닌 스포츠카. 지난 3월 2일 호주 멜버른에선 세계 최대의 카레이스 ‘포뮬러 원(F1) 그랑프리’가 열렸다. F1 경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들이 속도전을 벌이는 ‘카 올림픽’이나 다름없다. 올해 역시 페라리, BMW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한곳에 모여 지상 최대의 속도전을 벌였다.3,000달러를 호가하는 입장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지에서 몰려든 카 마니아들로 경기장 안팎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즌 동안 찾는 관람객 수만 350만명. 주차장 역시 판촉용 자동차들로 대형 전시장이 됐다.올해 F1은 속도전 아닌 ‘정보 활용전’이번 F1 대회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처음 출전한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모터스포츠(TMG) 팀이 단연 이목을 끌었다. 그 가운데서도 큰 관심거리는 처녀 출전에도 경기에 참여한 24대 중 6위를 기록한 스포츠카였다.실제 이번에 출전한 도요타의 스포츠카는 개발 기간이 18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보통 F1 그랑프리에 참여하는 스포츠카들이 48개월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할 때 기간이 절반도 걸리지 않았던 셈이다. 이번 도요타 스포츠카 개발에 참여했던 EMC 관계자들은 자사의 자동화 스토리지(저장장치) 시스템을 이용했기에 가능했다고 자랑했다.자동차메이커들은 신차 개발 후 양산에 들어가기 전에 연구개발 센터내 설치된 길이 4km의 주행시험장을 몇십 바퀴 달리는 것은 물론 해외 곳곳을 위장하고 돌아다니며 여러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항들을 체크한다. 이때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차에 설치된 저장장치에 데이터로 입력되고 자동차메이커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의 결함을 발견하거나 기술을 좀더 향상시키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각종 돌발사태의 데이터를 누가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기술력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이번 TMG팀이 경기에 참여한 스포츠카는 책 500만권 분량의 데이터를 활용해 개발된 것이다. 물론 여기엔 세계적인 스토리지 전문기업인 EMC가 있었다.10년 전만 해도 F1 자동차는 ‘초 단위’로 측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100만분의 1초‘단위다. EMC는 바로 이런 세밀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스포츠 카 개발에 큰 도움을 줬다.도요타 출전차에 적용된 정보기술은 ‘오토IS(Auto Information Storage)’. EMC는 우선 자동차 디자인에서 제조, 연구개발, 주행시험, 시뮬레이션에 이르는 모든 정보를 그것도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이에 따라 도요타의 F1용 자동차를 단 몇 시간 안에 디자인하고 제작에 들어갔던 것이다.디자인부터 주행시험까지 EMC 지원연구개발에도 EMC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풍동 실험실, X레이 분석 기기 등 모든 측량 설비와 시뮬레이션 설비는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화돼 EMC 스토리지에서 활용됐던 것이다. 엔진, 변속기, 제동 장치, 가속 장치 등 모든 부문이 실제 주행과 똑같은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으로 테스트된 데이터도 이곳에 담겼다.주행시험에서도 EMC 스토리지의 활약이 컸다. 차량과 드라이버의 상태를 점검하고 기록하기 위해 F1 자동차에 350개의 센서를 부착했다. 엔진에만 100개가 넘는 센서를 붙였다. 센서를 통해 포착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인공위성 텔레메트리를 통해 독일 쾰른의 본사로 전송돼 이전 주행시험의 데이터와 비교·분석됐다.TMG가 F1 경주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건 지난 99년초. 2002년 시즌 참가를 목표로 기존 F1 강자들이 몇십 년 동안 쌓아온 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 잡아야 했다. 또 매년 바뀌는 F1 규칙에 따라 그때마다 새 차를 선보여야 했다. 더구나 2주에 한번씩 열리는 레이스에 출전시키려면 경기 전날까지 개선점을 즉각 반영해야 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IT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EMC의 스토리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TMG의 CIO인 발데머 클렘은 “F1에서의 승리는 정보를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며 “따라서 변화무쌍한 상황에 대처하는 확장 가능한 정보 인프라를 EMC가 충족시켜줬다”고 말했다.미카 살로 도요타 F1 자동차 레이서도 “이제 정보는 자동차의 엔진이다. 정보 인프라는 주행에서뿐 아니라 디자인, 제작, 연구개발 등 모든 과정에서 자유로운 의사 결정과 지원을 보장하는 열쇠가 됐다”고 전했다.INTERVIEW스티브 패리스 EMC 아태지역 통합마케팅 담당 부사장“오토IS가 세계 시장 계속 주도할 것”F1 대회 참관차 호주 멜버른을 방문한 스티브 패리스 EMC 아태지역 통합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각종 스토리지 인프라를 통합해 데이터 관리를 자동화하는 전략인 ‘오토IS’가 이번 F1 대회에서 빛을 봤다”고 밝혔다.그는 또 “보통 4년 가까이 걸리는 F1 자동차 개발 기간을 불과 18개월로 줄였다”며 이는 “EMC 스토리지의 ‘정보활용수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F1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오토IS의 성공사례들이 나오리라는 것.패리스 부사장은 올해 EMC가 스토리지 하드웨어 업체에서 스토리지 토털솔루션 공급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 매출 비중을 낮추는 대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려나갈 참이다.그는 “다른 기업들도 이기종 환경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스토리지를 내놓고는 있지만, 스토리지로 탄탄한 기반을 다져온 EMC가 시장을 계속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지난 1∼2년간 스토리지 업계의 불황과는 달리 그가 전망하는 스토리지 시장은 장밋빛이다. 아태지역 스토리지 시장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높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특히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우 전년대비 최고 40%까지 높은 성장률을 점쳤다. 9·11 테러 이후 데이터 백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스토리지 수요가 늘어나리라는 것.그는 “올 상반기 중 고객지원 센터인 ‘EMC 인포토피아’를 한국EMC에 구축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한국에 높은 시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