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사 98년 벤처바람에 힘입어 급성장 … 철저한 대리점 관리 영업전략 주효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이하 썬)의 스콧 맥닐리 회장이 3월 6일 한국지사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 88년 한국지사를 설립한 썬은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썬은 ‘네트워크는 컴퓨터다(The Network is Computer)’라는 기치 아래 꾸준히 성장해온 컴퓨터 기업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입담 맥닐리가 진두지휘해 유명세를 톡톡히 보고있다.이 기업은 정보화 바람을 타고 벤처기업에서 글로벌 대기업으로 변신한 전형적인 실리콘밸리형 회사이다. 82년 스탠퍼드 대학의 맥닐리, 안드레아 벡톨샤임, 비노 코슬러, 빌 조이 4명이 스탠퍼드대 네트워크(Stanford University Network)의 머리 글자를 따서 ‘썬(Sun)’이라는 회사를 차렸다.이 기업은 컴퓨터 박스를 판매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자바, 지니, 선원 등 다양한 용어를 선보이며 개발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경쟁기업과 대별되는 점은 썬이 기업용 컴퓨터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는 점. 이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무척 어렵게 느껴지는 기업이기도 하다.마이크로소프트, 컴팩, HP와 달리 기업용 서버 제품으로만 승부를 걸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88년 국내지사 설립썬의 국내 히트작은 울트라스팍 워크스테이션. 기계설계(CAD/CAM) 및 개발용 컴퓨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 기업의 연구실 한 켠에 자리를 넓혀나갔다. 특히 벤처 열풍이 불었던 98년 이후부터는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인터넷 사업 개발, 통신용 서버컴퓨터 등으로 썬의 활용성이 뛰어난 워크스테이션이 제격이었던 까닭이다.벤처기업의 한 통신용 프로그램 개발자는 “썬 제품은 유닉스(운영체제의 하나)를 기반으로 보편타당하게 운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경쟁제품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이 회사는 95년에는 자바(Java)를 선보이며 인터넷 개발자 기반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자바는 소형 기기부터 슈퍼컴퓨터까지 어느 기기에서나 운영 가능한 장점을 내세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어 연예인 이름 같은 코드명 즉 지니, 자이로, 솔라리스, 썬 원, 스타스위트,아이플래넷, 울트라스팍, 썬 파이어서버 등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쏟아내며 업계 리더를 유지하고 있다.철저한 수익기반의 영업관리썬은 85년 워크스테이션 공급을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90년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정보통신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현 직원은 350명. 썬이 한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은 첫째 우수한 제품 기술력, 둘째 뛰어난 영업관리를 들 수 있다.썬의 64비트 울트라 워크스테이션은 삼성, 현대, SK 대기업의 기계 설계자들을 매료시켰다. 데이터의 이동을 간편하게 실현시켜주는 네트워크 기능은 통신 개발자들을 만족시켰다. 국내 시장에서 썬의 강력한 경쟁자는 한국HP와 한국IBM. 그러나 유닉스컴퓨터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경쟁자를 따돌리고 있다.영업 분야에서는 철저한 대리점 관리가 주효했다.한국썬의 대표적인 영업정책은 대리점을 통한 워크스테이션의 판매와 자체 세일즈맨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 수주이다. 대리점에게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썬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IT 트렌드를 설명하는 시간이다.이와 함께 짭짤한 마진을 보장한다. 달콤한 수익은 경쟁기종에 앞서 썬의 워크스테이션을 권장하게 된다. 대리점의 세일즈맨들은 수익에 따른 인센티브와 미국 본사 연수기회는 거절할 수 없는 당근이다.한국썬의 대리점 관리는 업계에 정평이 나 있으며 경쟁사도 이를 배우려고 할 정도이다.그러나 올해 한국썬은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해 한국법인을 맡았던 이상헌 대표가 최근 사임을 표시했다. 현재는 에드 그래이함 아태지역 영업부문 총괄 부사장이 한국 지사장을 대행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썬의 도전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다.세계를 자신의 태양 아래썬의 전략은 단순하다. 자사가 개발한 네트워크 기반 기술에 전세계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바’라는 개방형 인터넷 기술을 발표하고 컴퓨터 업계는 물론 유무선 통신사업자에게까지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이와 함께 윈도로 전세계를 지배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 전략을 전방위로 저지하고 있다. 닷넷에 대항한 썬의 전략은 ‘태양은 하나(Sun ONE)’ 전략. 선-원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어느 장비에서나 정보와 응용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선-원의 예를 들면 간단하다.여행 및 항공기 예약 서비스를 연동시켜 항공기 운행일정 변경시 다음 비행편이나 호텔, 식당, 렌터카 등 예약을 자동으로 변경시키고 PDA 또는 휴대폰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특징은 모든 기종을 연결하는 개방형 웹 서비스라는 점이다.회사 현황·설립연도 : 1982년·본사 :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실리콘밸리)·CEO : 스콧 맥닐리·매출 : 183억달러·세계 네트워크 170개국 연구소 17개·인력 : 3만 9,000명·<포천 designtimesp=22103> 500대 기업 중 125위(2002년 2월)Interview 스콧 맥닐리 회장“개방형 선-원으로 폐쇄성의 닷넷과 승부”썬마이크로시스템즈 최고경영자 스콧 맥닐리(Scott Mcnealy)는 거침없는 말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백상어’ ‘IT 업계의 독설가’로 유명하다.3월 6일 한국을 찾은 맥닐리는 이날도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은 닷낫(dot not)이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윈도의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략) 미국에서는 헤로인을 처음 줄 때 무료로 준다. 경쟁사의 투자나 소프트웨어 무료공급 정책도 이와 유사하다.”거침없이 쏟아붓는 맥닐리는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럴 만한 것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개발한 자바는 세계 소프트웨어는 물론 무선통신분야에까지 표준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얼마 전 넷째 아들을 본 맥닐리는 “정보통신 인프라는 두 개로 양분되고 있다. 선-원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이다. 10년 전만 해도 수십 개의 개발자 기반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두 개로 압축됐다. 선-원은 ‘개방형’원칙을 고수, 폐쇄성의 닷넷과 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GE 잭 웰치 전회장과 내기 골프를 즐기는 도박형 경영자이다. 그가 추구하는 경영의 특징은 완벽한 품질과 개방성, 그리고 도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꾸준히 자바를 설파하며 공룡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에 도전하고 있다.자신감이 지나쳐 건방져 보이는 캐릭터로 곤혹을 치르기도 하지만 그의 눈빛은 항상 확신에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