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과 남해대교로 이어진 남해도는 조선조 때 서포 김만중이 이 섬에 머무르며 소설 <구운몽 designtimesp=22108>을 썼던 것처럼 섬 곳곳에 경승이 숨어 있다. 금산과 보리암, 상주·송정해변, 미조항, 물건리 방조어부림, 창선도 등이 대표적인 절경이다. 무엇보다도 깨끗한 자연이나 순박한 인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아직 개발의 손때가 묻지 않은 점이 자랑거리다.남해는 하동에서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대첩지로 유명한 노량해협을 건너 들어간다. 노량해협 위로는 남해대교가 있다. 길이 660m의 남해대교는 1973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이다. 남해대교를 건넌 뒤 처음 만나는 문화유적지가 충렬사. 1598년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이충무공을 기리기 위해 설천면 노량리에 세워진 사당(사적 233호)이다.이 일대는 봄철이면 벚꽃 감상을 위한 인파로 붐빈다. 충렬사의 82계단을 오르자면 왕벚꽃나무들의 길고 흰 꽃가지들이 여행자들을 반긴다. 충렬사는 노량에서 남해읍으로 가는 77번과 19번 국도 양편에도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 천국의 터널을 이룬다.충렬사에서 바닷가를 따라 만들어진 1024번 군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7km쯤 가면 문의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문항포구라는 작은 어촌을 만난다. 포구 앞으로는 세로로 길게 누워 있다 해서 ‘긴섬’이라 부르는 작은 섬이 떠 있다. 문항리 문항포구 주변 뻘은 ‘쏙’이라 불리는 가재 새끼 같은 갑각류가 대량 서식해 잘 잡히기로 소문난 곳이다.한편 남해대교를 건넌 뒤 19번 국도를 따라 남해읍 쪽으로 4.6km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넓은 주차장이 조성된 이락사가 나온다. 이락사는 바로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를 말한다.이충무공은 여기 노량 앞바다에서 3년 동안 육지에서 고립됐던 고시니 부대를 구출하기 위해 출동한 시마즈 요시히로 부대와 대접전을 벌이다가 장렬히 최후를 마쳤다. 이곳 사람들은 관음포를 이락포라고도 부르는데, 그 뜻을 풀이하자면 ‘이충무공의 목숨이 이곳에서 떨어졌다’는 내용이다.이락사 유허비 뒤편으로는 대밭과 소나무밭이 잘 정리돼 있다. 소나무밭 사이로 난 500m 길이의 소로를 따라가면 첨망대에 닿는다. 바닷가 둔덕 전망 좋은 곳에 노량 앞바다와 멀리 광양제철소까지 관망할 수 있는 첨망대가 세워진 것이다. 첨망대는 지난 91년에 세워졌는데, 관음포와 크고 작은 섬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을 감상하기에 적지이다.월포·사촌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절경 일품남해도를 여행할 때 금산 보리암이 워낙 유명해 고현면 대곡리 망운산 자락에 깃들어 있는 화방사라는 절을 비껴가기 쉽다. 이락사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남해읍으로 가다가 이어리마을 앞에서 오른쪽으로 난 군도로로 바꿔타고 서쪽으로 가면 양지마을을 만난다.양지마을에서 화방사 입구까지 난 포장도로는 1km 정도.화방사의 건물들은 역사가 짧은 편이다. 그러나 해가 뜨는 것을 내려다볼 수 있는 망운산 기슭에 자리를 잡은 데다가 경내가 아주 깨끗해 찾는 이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다향 그윽한 사찰이다. 주지스님방이나 요사채에 들르면 질 좋은 차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남해도 서부의 진짜 절경은 섬의 남쪽 끝인 남면 일대 해안가에 펼쳐진다. 임진왜란 때 쌓았다는 고진성이 위치한 월포해수욕장에서 시작해 바위산 망산과 응봉산을 올려보며 가천마을, 자갈해변이 멋진 항촌을 거쳐 사촌해수욕장까지 이르는 해안도로는 잠시도 주위 풍광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꿈의 코스이다.월포해수욕장은 마을의 경계가 나뉘는 곳이라 월포와 두곡이라는 두 이름을 지녔다. 하지만 외지인 대부분은 두곡도 월포로 알고 있다. 고운 모래사장과 자갈해변이 함께 하는 곳이라 철지난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적당한 곳이다.월포와 두곡해수욕장 두 곳의 해변을 합하면 그 길이가 넉넉히 2km는 된다. 월포에서 사촌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10km쯤으로 대부분 절벽을 끼고 나 있다. 태평양으로 툭 터진 바다, 도로변에서 바다 밑까지 계단식으로 늘어선 논과 밭은 푸른 바다 빛깔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남면 홍현리의 가천마을은 옛 이름이 간천. 마을 양 옆으로 두 줄기 냇물이 흘러내린다고 해서 가천이라는 지명이 생겨났다. 가천마을은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바닷가에 국내에서 가장 잘 생겼다는 암수미륵바위가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을 유혹한다.암미륵바위는 아기를 가진 여인의 형상, 숫미륵바위는 남성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다. 58가구, 150여명의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음력 10월 23일이면 바위 앞에 각종 음식을 차려놓고 마을 제사를 지낸다. 남해군청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이 미륵바위는 1751년(조선 영조 27년)에 발견됐다고 한다. 도 민속자료 제13호로 지정돼 있다.● 여행 메모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남해행 버스가 하루 6회 운행된다. 남해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면행 버스가 2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남해시외버스터미널 (055-864-7101). 승용차로는 남해고속도로 하동나들목을 빠져나간 다음 19번 국도를 타고 남해대교를 건넌다. 남해읍소재지를 지나 상주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다가 상주면 신전리 삼거리에서 우회전, 1024번 지방도에 올라 월포해수욕장을 지나면 가천마을에 닿는다. 남해읍에는 영남장여관(055-864-2478), 만석장(862-5566), 진주장(864-2232), 현대장(864-2120), 망운여관(862-1501), 남해장(864-2273), 장수장(863-2017), 효성장(862-1811)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맛집은 설천면에 한려횟집(863-1883), 남해읍에 서진정(863-2775), 청운정(864-2900), 상주면에 하나로횟집(862-2166) 등이 있다.맛집 공주식당초장에 찍어먹는 갈치회 ‘별미’초장 맛 때문에 그 먼 데서도 찾아오지요. 막걸리를 발효시켜 톡 쏘는 초장 맛을 내는데 한번 맛본 사람은 꼭 다시 찾습니다. 미조항으로 들어오는 갈치야 모두 우리나라에서 최고지요.”20년 가까이 미조면의 미조항 부둣가 식당가에서 갈치회와 멸치회를 맛보여 세칭 ‘유명한 집’ 반열에 오른 공주식당 여주인 김정선씨는 남해도 갈치맛이 세계 최고라고 땅땅 못을 친다. 하지만 그도 번듯하게 시작하지는 못했다.부둣가 좌판에서 잡어를 팔다가 남해도의 명물집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유명하게 된 비결은 그녀가 자기만의 초장을 개발해내 갈치회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낸 때문이다. 막 잡아올린 은빛 나는 작은 갈치의 비늘을 벗기고 뼈째 잘게 썰어서 양념으로 무친다.양념이 갈치회의 맛을 내는 비결인데 같은 양의 막걸리전주(거르지 않은 먹걸리)와 식초를 섞어 보름간 두었다가 거기에 고추장, 파, 마늘, 양파, 참기름, 통깨를 넣는다. 이 양념에 갈치를 무치는데 맛이 연하고 부드럽고 달다. 함께 나오는 된장국도 뒷맛을 개운하게 해준다.갈치회 2만원, 갈치구이와 갈치조림 각 1만 5,000원.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차 10대까지 수용 가능.(055-867-6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