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회장과 동고동락한 1세대 위력...신동빈 부회장 측근임원들 차기리더로 부상

롯데그룹의 권력구조는 강력한 중앙집권제다. 신격호 회장의 카리스마는 절대적이어서 그룹의 대소사가 모두 그의 ‘입’을 통해서 첫걸음을 내딛는다.홀수달에 한국에 머무는 신회장은 호텔롯데 34층 집무실에서 오전·오후로 나눠 2주일간 32개 계열사 전문경영인(CEO)들의 보고를 듣는다. 그가 한국에 머물고 있을 때는 계열사 사장들이 “회장님이 언제 부를지 모르기 때문에 점심약속도 하지 않고 사무실을 지킨다”고 할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그룹의 CEO들은 모두 오랜 기간 신회장의 꼼꼼한 검증과정을 통과한 ‘신회장 사람들’이다. 그들 중에는 신회장과 20년 이상 동고동락하며 롯데를 일군 고명대신들도 적지 않다.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현해탄 경영’을 하고 있는 신회장의 입장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성실하게 이행하는 ‘분신’ 같은 경영자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롯데그룹이 주요 그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치에 밝고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상고 출신 CEO들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이종원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전무(덕수상고), 이광훈 롯데삼강 대표이사 전무(목포상고), 김영재 한국후지필름 대표이사 전무(부산상고), 이종규 호텔롯데부산 대표이사 사장(마산상고), 이창준 롯데역사 대표이사 상무(대구상고), 오용환 롯데월드 사업본부 대표이사 부사장(부산상고), 박진웅 롯데 유통사업본부장(경남상고)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제2의 신격호’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다.그러나 신회장의 카리스마가 아무리 강해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 고령(80세)인 신회장의 뒤를 이어 누군가는 롯데의 새로운 ‘태양’으로 떠올라야 한다. 신회장이 점찍은 인물은 둘째아들 신동빈 부회장이다.신부회장은 이미 그룹 계열사의 보고를 받고 있을 뿐더러 그룹윤리경영위원장(2000년)과 전경련 유통위원회 위원장(2001년)을 맡으면서 대외적으로 그룹의 대표성을 인정받은 상태다. 때문에 ‘신동빈 시대’가 활짝 열렸을 때 왼팔·오른팔 역할을 하게 될 측근들도 ‘뉴리더’에 속한다.내실을 중시하는 CEO신회장은 겉치레보다 내실을 중요시한다. 32개 계열사 중 17개사가 차입금보다 은행예금이 많은 무차입경영을 자랑할 정도다. 신회장의 이런 경영철학을 100% 행동으로 옮긴 사람만이 CEO자격이 주어진다.롯데제과의 모기업인 롯데제과의 한수길 사장(61)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75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20년 동안 경리 분야를 이끌어온 재무통. 회사 자금상황에 대해 끝자리 숫자까지 줄줄 외울 정도다. 지난해 ‘자일리톨껌 붐’을 일으키는 등 실적을 인정받아 올해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올해 3월부터 호텔롯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권원식 사장(67)은 79년 호텔롯데를 거쳐 홍콩에서 호텔 사장을 지내다가 지난해 20여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해외에서 장기간 영업에 전념한 경험을 바탕으로 호텔롯데 부흥을 위해 뛰고 있다.임승남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64)은 롯데그룹 공채 1기로 들어와 CEO 반열에 오른 전통 롯데맨. 98년 롯데건설 대표이사를 맡은 그는 당시 국제통화기금(IMF)로 건설경기가 최악이던 시절, 아파트에 최초로 ‘롯데캐슬’과 ‘낙천대’라는 고유브랜드를 도입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신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다.이인원 롯데쇼핑 사장(55)은 신중하면서도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치밀한 관리능력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한국외대 일어과를 졸업하고 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한 뒤 줄곧 관리업무를 맡아오다 87년 롯데쇼핑 관리담당 이사로 부임하면서 쇼핑과 인연을 맺었다.97년 대표이사를 맡기 전까지 영업·매출·관리 등 여러 부문을 두루 거치며 신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이종원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전무(58)는 미과즙 음료 ‘2%가 부족할 때’와 국산 위스키 ‘스카치블루’의 마케팅을 주도하면서 ‘마케팅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다.이광훈 롯데삼강 대표이사 전무(54)는 지난 74년 롯데제과에 입사한 뒤 줄곧 기획·경리 부문에 매진해 온 기획전문가이다. 목포상고를 졸업하고 롯데제과에 입사한 뒤 주경야독으로 홍익대 경영학과를 졸업하는 등 돋보이는 성실성으로 신회장의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신회장의 참모 역을 맡고 있는 호텔롯데 경영관리본부의 김병일 사장(59)도 빼놓을 수 없는 실력자다. 김사장은 영남대 경영학과를 나와 81년 기조실 이사부터 상무(84년), 전무(88년), 부사장(93년)을 거친 정통 참모다. 신회장의 조카인 신동인 사장(56)과 함께 신회장의 눈만 봐도 심중을 알 수 있는 최측근으로 통한다.신동빈 부회장 사람들롯데의 차기 오너인 신동빈 부회장의 매끄러운 권력이양을 돕고 있는 사람들은 ‘차기 리더군’에 포함해도 무리가 없다.신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코리아세븐과 롯데닷컴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혼다 도시노리 전무(55)와 강현구 이사(42), 신부회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황각규 롯데쇼핑 이사(47)가 대표적이다.혼다 전무는 신부회장의 핵심 브레인이다. 일본 세븐일레븐에 근무하던 그를 신부회장이 스카우트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코리아세븐 전무를 비롯해 마그넷 업무개혁추진위원장, 레몬사업본부장, 롯데후레쉬데릴카 전무 등 4개의 명함을 내놓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유통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업무개혁위원회’(위원장 신동빈)의 부위원장을 맡는 등 신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미래전략을 세우고 있다.혼다 전무가 유통 부문의 핵심참모라면 강현구 롯데닷컴 이사는 정보통신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참모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강이사는 86년 대홍기획에 입사해 2001년 롯데닷컴을 설립하면서 신부회장을 대신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짧은 기간에 롯데닷컴을 흑자로 돌려 놓는 수완을 발휘하면서 신부회장의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신부회장이 추진 중인 정보통신사업 전략이 대부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보면 된다.황각규 이사는 신부회장의 실질적인 비서실장 으로 통한다. 서울대 화공과를 나온 황이사는 호남석유화학 재직 시절 신부회장의 눈에 띄어 중용된 인물이다. 신부회장이 95년 12월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산하에 국제부를 만들 때 실무를 도맡아 했다.그룹측에서는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 그가 적임자였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하지만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앞날은 신부회장의 미래와 함께할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