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국면 거치지 않아 구매욕구 크게 감소...'수요자 중심 시장' 전환 조짐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흐를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완연한 안정세’로 모아지고 있다. 가격이 워낙 오른 상황에서 매수세력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월드컵·지방선거·대선 등 굵직한 대내외 행사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을 실어주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이에 따라 하반기 서울 집값 가격 상승폭은 평균 1~2% 선을 넘지 못하고, 일부 고평가된 지역은 큰 폭의 가격 하락도 예상되고 있다. 내집 마련 시기는 여름철 비수기와 이사철이 시작되기 전인 10~11월이 적기로 꼽힌다.올 1/4분기, 91년 이래 가장 많이 올라부동산중개업소조차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가격상승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수급불균형과 저금리 등으로 인해 시중 뭉칫돈이 부동산시장으로 어느 정도 흘러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것이 가격폭등으로 연결된 것에 대해서는 ‘거품 심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 일선 중개업소의 얘기다.실제 <부동산뱅크 designtimesp=22397>가 올 1/4분기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91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올 1~3월에 9.3%가 올랐는데 이는 89년 21.9%, 90년 15.2%가 상승한 이래 최고치다. 구별로는 영등포구와 송파구가 각각 11.7%가 올라 가장 많이 뛰었으며, 그 뒤를 강남구(11.6%)가 이었다.신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91년 입주가 시작된 이래 역대 가장 높은 매매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매매가 상승률을 보면 신도시 평균은 10.2%. 지역별로 보면 분당 11.5%, 평촌 11%, 중동 10.2%, 일산 8.5%, 산본 6.8%이다.상반기 신규 분양시장도 1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호황기를 누렸다. 말뚝만 박으면 게눈 감추듯 분양이 됐고, 서울지역의 경우 동시분양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웠다.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틈새 시장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양 100% 달성은 ‘식은 죽 먹기’였다.문제는 이같은 상승세가 조정국면 없이 진행돼 왔다는 점이다. 원래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은 팔자세력과 사자세력 간의 절충으로 인해 시장이 안정된 후 다시 상승하는 순환고리를 갖는게 일반적이다.그러나 조정국면 없이 가격만 뛰다보니 사자세력의 구매욕구만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수요가 뒷받침된 단계적 가격상승이 아닌 팔자세력 위주의 가격상승이 진행된 셈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기능은 상실될 수 밖에 없다.기존 주택시장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매수자는 거품이라고 단정짓고, 매도자는 더 오를 것으로 예측하는 등 시장 참여 주체간 시각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시장도 분양권 전매를 통한 단타매매를 노린 수요자가 시장을 장악하다 보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상반기 가격상승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주식시장 불안, 저금리, 수급불균형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저금리는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을 계기로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주식시장 불안 역시 어느 정도 해소돼 가고 있다.게다가 수급불균형 역시 지난 99~2000년에 건립된 대규모 아파트들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입주를 앞두고 있어 물량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하반기엔 체감경기 악화될 듯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의 경우 매도자들 사이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수그러든 점이다.강남·서초구 등 서울 강남권 중개업소에 따르면 집주인들 사이에서 하반기 집값이 어느 정도 떨어질 것인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가격은 여전히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간 자취를 감췄던 매물이 하나둘씩 늘고 있는 추세다.반면, 매수자들의 관망세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집 마련 계획을 내년 이후로 늦추는 매수자만 늘고 있을 뿐이다. 강남권은 물론 수도권 대다수 지역에서는 거래가 전혀 없는 공백상태가 해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주상복합, 오피스텔 분양시장은 정부의 잇단 규제정책에다 물량 과포화까지 겹치면서 침체국면에 들어선 상태다. 일반 아파트 신규분양 시장만 활기를 띠고 있으나 계약률이 떨어지고 초기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예전과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유니에셋이 부동산전문가 45명과 수도권 중개업자 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부동산시장 경기전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응답자의 39.3%는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답했다.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대답은 23.1%,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19.7%로 집계됐다.특이한 점은 부동산전문가들은 절반 이상(56.3%)이 안정세를 점친 데 반해, 중개업자들은 경기침체(36.1%)에 높은 비중을 뒀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접하는 부동산 체감경기가 상당히 냉각돼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또 집값전망과 관련해선 안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응답이 62.4%로 압도적이었다. 올해 초 실시된 각종 설문조사에서 집값이 오른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하반기 집값상승률 역시 1~2% 내의 소폭 상승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제반 여건을 고려해 볼 때 하반기 주택시장은 매수자가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매도자·공급자 위주 시장에서 매수자·수요자 위주 시장으로 바뀌면서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돋보기 / 지렛대 효과대출금 비중 최대한 낮추는 게 현명경영학 용어에 ‘지렛대효과’(Leverage)라는 게 있다. 지렛대를 이용해 자신의 힘보다 훨씬 무거운 돌을 들어올릴 수 있는 것처럼 은행 등에서 대출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을 지렛대삼아 높은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이때 빌린 돈에서 발생하는 이자보다 빌린 돈을 투자해 얻는 이익이 커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외환위기 전까지 국내 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대출을 받으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도 이런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지난 한 해 부동산시장에는 ‘단군 이래 최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초저금리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되자 지렛대효과를 기대한 묻지마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짭짤한 투자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집값이 엄청나게 폭등했고, 오피스텔·주상복합 등의 분양권 프리미엄도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0.25% 인상했다.이에 따라 시중금리는 꾸준히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부동산시장의 열기는 주춤해졌다. 재건축아파트값은 하락하고 있으며 전세금과 분양권 프리미엄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하반기 역시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렛대 효과를 노리고 대출을 받은 수요자, 타인 자본으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수요자라면 대출금 비중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