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국내 자동차시장은 포니(현대), 브리사(기아) 등 소형 승용차가 휩쓸었다. 90년대로 접어들면서 판도가 바뀌어 준중형 승용차가 위세를 떨쳤다. 엘란트라(현대), 세피아(기아), 에스페로(대우)가 그 주역이다.90년대 중반부터는 중형 승용차 시장이 커졌다. 쏘나타(현대), 크레도스(기아), 레간자(대우) 등이 자동차 내수시장을 이끌었다. 2000년대에 접어든 지금 어느 차종이 시장을 이끌고 있을까.EF쏘나타, 리갈, 매그너스, SM5 등 중형 승용차의 위력이 약해진 것은 아니지만 시장주도권을 점차 SUV를 포함한 RV(Recreational Vehicle:레저용 차)에 넘겨주는 추세다.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이들 차량(다목적)은 지난해 40만여 대가 팔렸다. 가장 많이 팔렸던 99년 27만여 대보다 48%가 늘었다. 올 들어 4월까지 17만여 대가 팔려 연말까지 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자동차 내수판매시장의 45%를 RV가 차지했을 정도다.자동차회사 관계자들은 “휘발유값 급등에 따른 유지비 부담, 일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이들 차종의 판매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90년대 후반까지 티뷰론, 갤로퍼, 싼타모, 스포티지, 코란도, 스타렉스, 프레지오, 이스타나 등에 불과했던 RV차량은 2002년 5월 말 현재 이들 차량 외에 싼타페, 트라제, 테라칸, 카니발, 카렌스, 카스타, 렉스턴, 쏘렌토 등이 가세해 모두 17종으로 늘어났다. 그야말로 2000년대 자동차시장의 키워드는 ‘RV’인 셈이다.RV는 미니밴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나뉜다.미니밴은 모든 차체는 승용차와 비슷하지만 차 높이를 높이고 트렁크 부분을 좌석으로 만들어 기능성을 높인 차종이다. 보통 7~9인승 차종이 대부분인데 외국에서는 MPV(Multi Purpose Vehicle:다목적차)라고도 한다.미니밴은 승용차와 동일한 플랫폼에서 생산돼 구동축, 서스펜션, 섀시 등이 승용차처럼 안락하다.레조는 누비라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며, 현대 라비타는 아반떼, 트라제는 쏘나타의 라인에서 태어났다. 기아의 카렌스는 세피아의 변형 모델이며 기아의 카스타와 현대 싼타모는 형제나 다름없다.SUV는 미니밴과 달리 차체가 있어 튼튼한 게 특징이다. 바퀴 구동방식도 2륜과 4륜 모두 가능하다. 현대의 갤로퍼·싼타페·테라칸, 기아의 쏘렌토·스포티지·레토나, 쌍용의 렉스턴·무쏘·코란도 등 9종이나 된다. 이 중 싼타페는 SUV 중 유일하게 모노코크타입 플랫폼을 채택해 승용차에 더욱 가깝다.레저카 풀라인업체제를 갖춘 현대는 승용차에 레저카 감각을 높인 소형 승용 라비타에 이어 올해 같은 차종급의 클릭을 추가로 선보였다. 대우는 현대의 클릭에 앞서 신개념의 소형 승용 및 레저카인 칼로스를 일찌감치 내놓았다.특히 GM은 대우자동차 인수 직후 자사에서 생산 중인 레저카를 대우 생산라인에서 만들어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쌍용자동차는 아예 레저카 전문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2004년 새로운 11인승 크로스오버형 MPV(다목적 차량) 모델을 출시해 RV(레저용 차량)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것은 물론 고성능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중국 현지생산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수입차들도 지난해 RV 차량을 대거 팔았다. 수입 RV의 선두는 지난해 800여 대가 판매된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 RX300. 지난해 선보인 RX300은 2000년 국내에 들어온 미니밴 BMW X5와 벤츠 ML320과 함께 국내 RV시장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차 지붕을 열 수 있는 컨버터블 차량은 수요가 해마다 50%씩 증가할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중고차 시장에서도 RV 인기는 날로 급상승하고 있다. 2000년 전체 거래량의 6%에 불과했던 RV 중고차들은 지난해 11%로 올라선 데 이어 올 들어 이미 13~14%까지 상승했다. 중고차 직영판매회사인 이주하 자마이카 차장은 “하루에 매장을 찾는 100여 명의 손님들 중 50%는 RV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