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중시하지만 현실 받아들이는 유연성 강점
‘히딩크 리더십’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히딩크는 축구대표팀을 이끌면서 천부적인 리더십으로 개성이 강하기로 소문난 국가대표팀을 완전하게 장악했다.기업경영에서도 리더십은 경영자에게 필수항목이다. 잘나가는 기업을 보면 한결같이 일사분란하다. 빈틈이 없고,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미국 세인트루이스 램스가 99년 슈퍼볼을 거머쥘 수 있게 만들었던 딕 버메일 전 감독은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 강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힘의 25%는 실력이고, 75%는 팀워크와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감독(CEO)의 리더십이 승리(기업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 말이다.히딩크 리더십의 출발은 엄격한 규율 적용에서 시작된다. 그는 자신이 정한 규율을 선수들에게 반드시 지키라고 강조한다. 지키지 않는 선수에게는 적절한 불이익을 준다.그가 대표팀을 맡은 뒤 ‘선수복장을 통일하라’ ‘식사시간을 지켜라’ 등 갖가지 규율로 훈련 시작 며칠 만에 조직을 장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의 이런 카리스마는 자신감에서부터 비롯된다.‘김병지 길들이기’는 그의 리더십 두 번째 조건인 원칙주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히딩크 감독은 지독한 원칙주의자다. 그는 부임 초기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골키퍼 김병지의 가슴에서 과감하게 태극마크를 떼어버렸다. 그동안 맹활약해 온 주전급 선수라도 언제든지 못하면 내보낼 수 있다는 그의 원칙 때문이었다.경영자가 자꾸 원칙을 바꾸면 직원들은 흔들린다. 불만도 쌓여간다. 우리는 그동안 국내 기업 가운데 최고경영자 스스로 원칙을 지키지 않아 문닫은 기업을 수없이 지켜봤다.따지고 보면 IMF 외환위기 때 무너진 기업들의 상당수가 기업을 시작하면 세운 원칙을 깨버린 결과다. 특히 기업체 규모가 커지면 경영자들도 욕심이 생긴다. 자연히 과욕을 하게 되고 원칙은 찾아보기 힘들다.히딩크 감독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선수들에게 항상 ‘왜’를 이해시켰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선수들에게 훈련은 무엇을 위해 하는지를 분명히 이해시켰다.지금까지 우리 선수들은 이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감독이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하는 수동적인 훈련을 해왔다.히딩크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항상 엄격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리더십의 상당 부분은 바로 동료애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2월 두바이 4개국 대회 때 축구협회는 용돈 성격의 격려금을 지급하려고 했다.이때 히딩크 감독은 축구협회측에 “감독이나 선수 모두에게 격려금을 똑같이 나눠주라”고 요청했다. ‘동료와 함께 땀을 흘리고 과실도 함께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셈이다. 조직원들과 동고동락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히딩크가 보여준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 아닐까.기업 경영자들의 리더십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지나친 카리스마는 오히려 해를 부를 수 있다. 때로는 상대를 포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재계 1세대 경영인들과 달리 최근 젊은 경영인들 사이에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