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산업분류 체계는 세 가지였다. ‘1차·2차·3차’. 혹은 농수산업·제조업·서비스업 등이 그것이다. 정보기술(IT)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에 걸쳐 있다. 그런데 디지털 기반의 소프트웨어는 제조업이긴 한데 생산물의 실질적인 형체가 없다. 특히 게임, 아바타, 애니메이션 등은 데이터로 존재한다. 1과 0의 조합이 새로운 산업을 창조한 것이다.일부에서는 이를 놓고 소프트웨어산업, 지식산업 또는 ‘크레비즈’라고도 한다. 형체가 없는 데이터들이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돈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아바타는 소프트웨어 산업 가운데 독특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네오위즈 세이클럽이 수익모델로 개발한 것이 인터넷 업계 뉴비즈니스의 전형이 됐다. 업계가 추산하는 아바타 이용자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고 아바타를 이용한 채팅도 계속 늘고 있다. 아바타의 폭증은 ‘팩스효과’와 흡사하다. 팩스는 한대로 존재하지 않는 두대 이상 존재해야 한다. 팩스 서비스는 제곱의 효과를 낳는다. 아바타도 채팅창에서 폭발하고 있다.네오위즈, 다음, 프리챌 등 인터넷 커뮤니티 업체들은 아바타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데다 오프라인 업체와 제휴,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서비스제공 업체는 약 15개사. 사용자들은 아바타를 선택하고 관련 의상과 장신구를 구입하며 대금을 지불한다. 간단한 티셔츠, 치마 수준에서 최근에는 성형수술도 등장했으며 배경도 구입할 수 있다.아바타의 가장 큰 장점은 저비용이다. 디지털 0과 1로 영상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0~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도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결제수수료를 제외하면 매출액의 60%가 순이익”이라고 밝혔다. 사용자층도 성장하는 세대들이다. 세이클럽의 경우 20세 이상이 2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10대가 실질적 구매층으로 성장하면 매출내용도 견실해질 전망이다.이제는 오프라인 아이템과 결합하면서 이동성 부여, 표정표현, 성형수술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아이템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한 아바타 사용자는 “가상공간에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바타에 다양한 옷을 입혀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제 매장에서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올 들어 모바일 아바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채팅의 재미를 더해주는 조미료로서 아바타는 온라인 게임 분야로도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1인 또는 2인 게임은 한풀 꺾이는 추세다. 대신 온라인으로 연결, 2명 이상의 다수가 참여할수록 각광받는 게임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LA에서 열린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의 최대 화두는 온라인 게임.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의 큐브 등 게임콘솔도 온라인 게임과 기능을 첨가하거나 강조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엔씨소프트. 이 회사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국내 게임의 새로운 장르를 제시했다. 리니지에서 거래되는 무기와 아이템들은 오프라인에서 현찰 베이스로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종전 게임은 CD에 담겨 혼자 또는 둘이 즐기는 형태였다. 온라인으로 연결한 게임이 엄청난 ‘팩스효과’를 불러일으킨 것.가상·현실 넘나드는 게임도 ‘대박’디지털 공간을 기반으로 한 게임업계의 매출도 급성장했다. 95년 40억원, 96년 50억원을 넘어서더니 2000년에는 1,200억원, 지난해에는 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그동안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인력의 변화도 놀라울 정도다. 20명에서 550명으로 성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디지털산업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리니지 게임은 그래픽으로 연출된다.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는 채팅모드를 제공한다. 동시에 수만명이 접속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이를 뒷받침한다. 자신의 게임을 대행하는 캐릭터와 가상현실의 환경은 대리만족 충족의 수단으로 자리잡게 해준 주요 비결로 꼽히고 있다. 리니지의 대표적인 상품은 ‘성’. 사이버 공간에 존재하는 성을 구축하기 위해, 아니 성을 빼앗기 위해 엔씨소프트 사무실로 찾아와 폭력을 행사할 정도다.지난 97년 5억4,600원의 매출을 올린 에씨소프트는 5년이 지난 지난해 1,247억3,600만원이라는 경이로운 매출성장을 보였다. 이 기록은 닷컴 열기의 하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지털산업의 상징으로 살아있다.리니지에 힘입은 업계는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쏟아냈다. 뮤, 바람의 나라, 포트리스, 미르의 전설, 천년, 라그하임, 레드문, 울티마온라인, 에버퀘스트 등이 등장하며 게임시장을 가열시켰다.해외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커다란 시스템의 투자 없이도 게이머들을 끌어들이면 일취월장할 수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에버퀘스트를 한국, 대만, 홍콩에서 차례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2000년 7월 대만 진출을 시작으로 미국, 홍콩, 일본시장에 진출했으며 올해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이 밖에 그라비티, 나코인터랙티브, 웹젠 등 3개 게임업체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E3를 계기로 그동안 물밑에서 벌여온 수출협상을 거의 마무리하고 해외진출 계획을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그라비티는 최근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를 유럽 및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막판협상을 진행 중이다. 라그하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나코인터랙티브도 최근 대만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고, 웹젠은 대만 U사, 중국 A사 등과 잇달아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플래시와 애니메이션도 기대되는 분야다. 플래시는 영상미학과 캐릭터만으로 신규시장을 창출한 케이스다. 사전조사, 대작에 앞서 시험판 등의 실험적인 작품으로 인정을 받으며 성장한 플래시는 캐릭터산업과 연결되면서 산업의 한 분야로 정착했다.플래시·애니메이션도 성공 예감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말 인터넷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연재를 시작한 지 불과 4회 만에 조회수가 1,000만회를 돌파하고 스타덤에 오른 엽기토끼가 주인공. ‘마시마로의 숲이야기’라는 플래시가 인기를 끌며 주인공 마시마로는 새로운 머니메이커로 등장했다. 김재인씨가 공주대 만화예술학과에 재학 중에 만든 이 깜찍한 주인공은 플래시 성공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공간으로 무대를 확장했다.마시마로와 같은 플래시는 제작비용도 거의 들지 않았다. 플래시 제작용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되기 때문.마시마로가 인기를 끌자 플래시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플래시애니메이션 사이트 플래시왕국(www.enpop.com)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네티즌들에게 선보인다. 허무맹랑 ‘그라스맨’, 순진한 대학생 ‘K’, 엽기컬트가이 ‘해밀턴’, 고독한 영웅 ‘퍼프’ 등. 주 타깃인 10~20대의 취향을 분석, 반영해 성격과 행동, 모습 등을 기획한 플래시 애니메이션들이다.한편 플래시를 포함한 전통 애니메이션도 성장일로에 있다. 국내 순수창작 부문으로는 800억원 시장으로 추산되고 있다(2001년 기준 약 600억원). 수입 애니메이션과 이를 이용한 머천다이징을 감안하면 1조9,000억원 시장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국내 업체로는 디지털드림스튜디오, 동우, 시네픽스, 대원C&A 등이 활동하고 있다.인터뷰노종섭 인포웹 사장“아바타는 무국적 색채 가진 퓨전 문화”“팝플(popple)을 통해 겉모습만 화려한 게 아니라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아바타 채팅의 진수를 보여줄 것입니다.”네오위즈가 아바타를 처음 소개한 이후에 다양한 업체들이 이 사업에 속속 참여했다. 저마다 독특한 소재로 네티즌을 유혹했다. 이 가운데 노종섭 인포웹 사장은 움직이는 아바타로 출사표를 던졌다. 사업 2개월 만에 2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노사장은 “아바타 49억개, 꾸미기 아이템 40개, 공공시설 16곳, 개인선실 9개, 객실꾸미기 물품 450여 개 등 다양한 아이템을 준비했다”며 “전용화폐인 루피를 통해 구입할 수 있어 말 그대로 가상사회를 구축했다”고 팝플을 소개했다. 노사장은 ‘굴뚝 기업’ 출신이다. 한일합섬, 국제상사 등에서 무역을 하며 사업을 익힌 케이스. 대기업을 떠나 자동차원격시동장치를 개발, 넷정밀(주)을 창업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98년에 인터넷 기업인으로 변신한 그는 아바타사업에 변화를 확신했다.아바타사업의 시장전망은.아바타시장은 올해 1,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벌써 성숙기에 들어선 모습이다. 전화기나 TV 수상기는 이미 오래 전에 성숙단계에 들어섰지만 시장은 꾸준히 변화하고 발전한다. 아바타도 마찬가지로 성숙단계를 지나 변화기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움직이는 아바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더니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아바타가 등장했다. 수요가 있으면 발전하는 법이다.사실 아바타 아이디어는 시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셈이다. 특히 소프트웨어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제조업이라고 하면 물류 생산원가 등의 비용요소가 큰 반면에 디지털방식의 소프트웨어는 부가가치 효과가 높다.해외수출 가능성은.리니지 게임 등 소프트웨어가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아바타도 마찬가지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아바타는 전통문화가 아니다. 새롭게 태어난 문화의 한 현상이다. 따라서 글로벌한 시각을 갖고 접근하면 세계화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신규사업은.아바타를 이용한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엽기토끼가 대표적인 사례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인기 주인공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된 케이스다. 아바타, 플래시애니메이션 등은 기성층이나 노회한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분들이었지만 신세대 특히 N세대들에게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다.기성세대들에게 아바타는 무척 생소한데.god에 열광하는 세대는 기성세대와 전혀 다르다. 청소년을 그들의 시각으로만 본다면 무리가 따른다. 물론 아바타에 중독돼 소비관념이 부족한 청소년은 반드시 지도가 필요하다. 학부모라면 모두가 걱정할 부분이지만, 어른의 시각으로만 다그치거나 야단만 친다면 문제가 따른다. 그들을 이해하고 절제와 오락문화로서의 적절한 가르침이 더 중요하다.바타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육성한다면.아바타는 일종의 다국적 공동 퓨전문화로서 가치가 있다. 일단 그림으로서 언어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으며 전파가 간단하다. 귀여운 아바타가 손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다만 사업적으로 중요한 점은 과금 시스템이다. 이를 어떻게 적절하게 적용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돋보기아바타 ‘월드컵 열풍’인터넷 속 아바타도 붉은 옷 입고 “오~ 필승 코리아”월드컵 열풍은 아바타세계에도 넘쳐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 40만명의 시민이 모여 한국축구를 응원했듯이 인터넷세상 속 아바타들도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응원을 펼치고 있다. 아바타를 선보이고 있는 닷컴 업체들은 다양한 월드컵 이벤트와 아이템으로 소비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월드컵이 수십개의 아바타 업체를 기술력과 아이디어 승부전으로 뛰어들게 한 것이다.네오위즈의 세이클럽은 지난 4월 말부터 우리나라 대표팀의 축구유니폼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대표선수 중 이천수, 설기현, 송종국 선수의 얼굴을 본뜬 아바타를 출시했다. ‘한국축구 파이팅’이라는 동호회에 가입하는 회원에게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줬다. 프리챌에서는 6월4일부터 붉은악마 티셔츠 ‘비 더 레즈’와 수건, 태극기를 모든 회원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약 25만명이 참여해 붉은 옷으로 속속 갈아입었다. 프리챌은 또 ‘반지의 제왕’이라는 이름으로 축구선수 안정환 아바타 캐릭터를 판매하고 있다. 넷마블은 한-미전 이후 기민함을 보였다. ‘오노! 골 세리머니’라는 이름의 아바타를 경기 직후 선보인 것. 움직이는 플래시 이미지가 전체 아바타의 50%를 넘는 특성을 살려 안정환 선수가 쇼트트랙 경기의 손·발동작을 하는 모습을 아바타로 재현한 것. 한-미전 때 부상을 당했지만 투혼을 발휘한 황선홍 선수의 아바타를 ‘붕대투혼’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아바타 업체에서 별도의 월드컵 행사를 기획하지 않아도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응원 이벤트를 만들기도 한다. 팝플(www.popple.co.kr)은 요즘 붉은 악마 아바타들의 월드컵 응원 열기로 가득 차 있다. ‘모두 붉은색 복장으로 갈아입읍시다’를 외치는 자칭 월드컵 바람잡이 아바타, 개인선실에서 16강 기원 폭죽을 터뜨리며 ‘코리아 파이팅’을 외치는 축구 열성팬 아바타를 회원들이 만들어 내고 있다.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