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응원열기를 고조시키며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붉은 악마’의 인기는 재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붉은 악마를 통한 홍보에 적극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기업들 입장에서는 붉은 악마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어머어마한 조직으로 성장한 이상 홍보 효과 역시 상당한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각 기업들이 홍보를 하면서 붉은 악마와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는 데 적극 노력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다.현재 공식적으로 붉은 악마와 이런저런 연을 맺고 있는 업체는 모두 4곳이다. 붉은 악마를 이용한 광고를 제작해 안방을 점령한 SK텔레콤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외환카드, 동양제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업체는 후원비 명목으로 붉은 악마의 대외사무대행 업체인 토피안을 통해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을 전달했다. 후원 조건은 업체마다 다른데 공통적인 것은 붉은 악마 이미지를 기업홍보에 활용한다는 것.일각에서는 붉은 악마가 이들 기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과장된 것이고 실제로는 10억원 정도를 받았다. 이 가운데 6억원은 현금이고, 나머지 4억원은 티셔츠 등 현물이었다.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붉은 악마는 지난해 3월, 앞에서 언급한 토피안을 대행사로 끌어들여 전면에 내세웠다. 순수 아마추어 응원단체인 까닭에 특정 기업과 계약을 할 수 없는 데다 일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하지만 토피안과는 지난 5월27일자로 계약해지했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상업주의 논란 등 문제점이 노출됐고, 양측 모두 적잖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토피안의 한 관계자는 “포괄적인 계약을 맺다 보니 계약서를 양측이 다른 시각에서 해석하는 바람에 의견이 많이 달랐다”고 설명했다.경제적으로 거대조직 붉은 악마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것은 기업 후원금과 자체 수익금이다. 이 가운데 후원금은 앞서 언급한 대로 10억원 정도를 받았지만 앞으로 월드컵이 끝나면 당분간 끊길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회원들 사이에 기업 후원금과 관련해 비판적 의견도 적지 않아 적극적으로 후원금을 유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회비는 한때 가입비 명목으로 5,000원을 받았으나 지금은 일절 받지 않는다. 이는 붉은 악마 입장에서 볼 때 회비를 통한 수입은 없어졌으나 대신 회원수를 늘리는 데는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결국 현실적으로 수익사업을 통한 자금마련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최근 들어 붉은 악마가 수익사업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기업 후원금을 대신할 새로운 모델로 수익사업을 택한 셈이다.구체적으로 붉은 악마는 올해 들어 머플러를 제작해 팔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신해철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한 음반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머플러나 음반 모두 아직 공식적인 판매액은 발표하지 않았으나 주변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머플러는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동안 약 5,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붉은 악마의 한 핵심멤버는 “머플러의 경우 사려는 회원들이 많아 품절사태가 발생할 정도”라고 말했다. 음반 역시 제작에 1억4,500만원을 투자한 만큼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다만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Be the Reds’라는 말이 들어간 티셔츠는 붉은 악마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다시 말해 붉은 악마측이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당초 이 셔츠는 토피안이 7만5,000장을 만들어 유통시켰으나 붉은 악마측이 자신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었다고 브레이크를 걸면서 더 이상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붉은 악마의 의사와 관계없이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면서 요즘 들어 시중에는 ‘Be the Reds’ 티셔츠가 흘러넘치고 있다.수익이 있으면 지출이 따르는 법. 붉은 악마 역시 순수한 응원단체지만 매달 적잖은 돈이 지출된다. 최근 들어서는 수입과 지출의 규모가 커져 자금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다.요즘 붉은 악마는 비용으로 매달 500만원 안팎을 지출한다. 집행부 전원이 무보수로 일하지만 사무실 운영비, 상근 근무자 활동비, 통신망 사용료 등이 만만치 않게 나간다. 다행이 8평짜리 사무실은 대한축구협회가 처음부터 무상으로 빌려줘 별도로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돈과 관련해 붉은 악마 집행부는 각별히 신경을 쓴다. 특히 지출에 관해서는 다각도로 검토해 결정한다. 월드컵이 끝나면 남게 될 2억원대의 ‘잔여금’ 역시 신중하게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온라인 축구전문지를 창간한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으나 집행부 차원에서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투명성은 붉은 악마의 또 다른 고민이다. 최근 조직이 커지면서 붉은 악마와 관련된 사무를 투명하게 처리하는 문제가 조직운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칫 한 곳에서 일을 불투명하게 처리하거나 몇몇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경우 조직 전체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집행부에서는 업무처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다.붉은 악마의 앞으로 행보와 관련, 일각에서는 해체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집행부 내에서도 이미 월드컵 이후의 진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쉽게 간판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집행부를 이끄는 신인철 회장 역시 비판을 수용하면서 발전적으로 이끌어가는 방향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그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 대비해 이미 후원금 적립에 들어간 상태이고, 기업 후원금에 대해서도 소액이라면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