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21세기 키워드는 환경과 품질이다. 이에 관한 한 이미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풀어나가야 하는 ‘도요타 웨이’에 입각해서 볼 때 당연한 얘기다.기자는 6월5일 일본 도쿄 영업본부에서 아라이 마사유키 아시아본부 아시아부 부장, 기타가와 데쓰오 해외홍보부 제너럴매니저를 만나 도요타의 21세기 전략을 들어봤다. 이 자리엔 사이토 다케오 아시아본부 전략기획매니저, 다카하시 야스히로 아시아본부 섭외그룹매니저, 강대환 한국토요타자동차 대리(일본 도요타 아시아부 파견근무 중)도 배석했다.21세기 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의 생존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기타가와 해외홍보부 제너럴매니저=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자동차업계의 재편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자동차메이커들이 한 지역에서의 경쟁에서 동시대적인 글로벌경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과 지구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기술 확보에 나선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다른 메이커에 매수당할 수도 있다. 특히 환경문제 해결은 광대한 투자자금 마련 및 인재확보, 경영개선이 관건이다. 이를 혼자 해결할 능력이 없으면 많은 회사들과 기술협력을 해야 한다.도요타는 그동안 약한 지역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60년대 중남미 등에서 생산판매에 들어간 이후 현재 6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도요타는 현재 한 지역에서의 시장점유율, 특히 양을 늘리기 위한 매수 및 합병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환경에 있어서 도요타는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다. 독자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혼자선 무리라고 판단되는 부분은 기술협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아라이 아시아본부 아시아부 부장GM의 대우자동차 인수가 아시아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아라이 아시아 본부 부장= (GM의 대우인수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GM의 판단일 뿐이다. 도요타는 한국 외에 아시아시장 전체에 현지 투자로 인해 진출해 있지만 최근엔 미국, 유럽과의 제휴로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 진출하고 있다.도요타는 중국 등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아라이= 환경을 인식해 도요타는 독자노력을 기울여 왔고 최근엔 GM, 크라이슬러 등과 연계해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지금은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는 상품개발과 딜러 및 고객들에 대한 관리가 관건이라고 본다. 다행스럽게도 도요타는 지금까지 품질에 관한 한 고객으로부터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특히 중국에서는 시츠안에서 1만대 규모의 소형미니버스 코스타를 생산하고 있고 올 가을부터 톈진에서 3만대 규모의 승용차를 생산할 계획이다.한국의 자동차시장과 자동차산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아라이= 한국은 일본, 중국을 빼면 큰 시장이다. 한국 고객 역시 많이 바뀌었다. 도요타 자체조사에 따르면 한국 고객들이 자동차의 품질과 서비스를 상당히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렉서스의 판매추이를 지켜보는 등 한국 고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한국산 자동차들은 아시아지역 이외에서도 품질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미국 등 여러 시장에서의 활약상을 볼 때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경쟁상대라고 본다.기타가와 해외홍보부 재너럴매니저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기타가와= 도요타는 기본적으로 좋은 물건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메이드 인 재팬’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아닌 ‘메이드 바이 도요타’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한 품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품질이 떨어지면 아예 비즈니스를 안 한다는 게 최고경영자의 생각이다. 미국에서도 40년 가까이 일했지만 실패도 많이 했다. 여기에서 체험적으로 품질의 중요성을 느꼈다. 생산, 판매, 서비스 등 여러 면에서의 품질에 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품질의 범위는 넓다. 잔고장이 없다는 것에서부터 환경, 안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모든 것이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조립라인의 근로자들만 잘하면 품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고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급자의 품질, 즉 일방적인 품질이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의 소비자 만족을 중시한다. 예컨대 항상 ‘고객이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를 생각한다.만약 100만대 중 1대의 불량이 생긴다면 잘 수리해서 만족시켜 준다. 그러면 고객이 도요타를 좋아하게 된다. 물론 불량이 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이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자는 생산현장에서, 판매자는 판매현장에서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현지현물주의’를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다.지난 5월 노사가 원만하게 임금협상을 매듭지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기타가와= 노사의 입장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동일한 배를 타고 있기에 목표는 한 가지다. 노사는 회사가 어려워지지 않도록 협력해서 경영이 좋도록 하는 게 서로 이롭다고 생각하고 있다.실제 도요타는 1950년 대량해고라는 경험을 갖고 있다. 이때 경영진도 퇴진했다. 회사가 없어질 뻔한 위기를 경험했기에 서로 대립보다 협력해서 최대한 좋은 실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임금을 많이 받아 회사가 기울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도요타 노사는 서로 타협이 아닌 협력으로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협상을 이뤄내고 있다. 일본은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고 높은 물가지수로 코스트 경쟁 또한 치열하다. 노조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이를 위해선 노사 상호신뢰가 기본이다. 도요타는 매월 여러 가지 테마를 갖고 노사가 토론을 벌인다. 회사경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다. 이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꼭 제품에 반영한다.도요타는 어느 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나. 한국 자동차메이커들과의 기술제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가.기타가와= GM과는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연료전지개발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과는 리사이클링, 텔레매틱스 부분에서 협력하고 있고 엑슨모빌과는 연료전지 및 신연료개발 부문에서 제휴를 맺고 있다. 푸조와는 2005년부터 체코에서 소형차를 공동생산키로 했다. 현재까지는 (한국자동차메이커와의 제휴가능성에 대해 )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이 없다.도요타의 미래전략인 ‘2010 글로벌 비전’에는 무엇이 담겼나.기타가와= ‘2010 글로벌 비전’은 4월 초 조 후지오 사장이 경영간부들을 모아놓고 자기 생각을 담은 아웃라인을 발표한 것인데 일부 수치에서 오해를 불렀다. 2010년에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15%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부분이었다. 실제 그 수치는 목표가 아닌 단지 사장의 생각이었을 뿐이다.98년 ‘2005년 비전’이라는 게 있었다. 90년 후반부터 향후 10년간 사업목표를 정한 플랜이었다. 오쿠다 회장(당시 사장)이 만든 것이었는데 이를 재차 검토해서 현상황에 맞게 만든 것이 ‘2010 글로벌 비전’이다.아라이=당시 도요타는 ‘글로벌10’을 발표했다. 이는 도요타가 전세계 시장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이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다이하쓰와 히노를 포함하면 도요타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10%에 이른다.기타가와= 조 후지오 사장은 지난 4월 ‘21세기에는 어떤 세계가 실현될 것인가’를 얘기하면서 ‘도요타는 이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 것인가’를 설명했다. 즉 21세기는 단순하게 차근차근 준비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장은 이를 ‘패러다임 시프트’로 정의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5%는 달성목표라기보다 이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 차원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아라이= 21세기의 큰 이슈는 변혁이다. 이에 도요타의 모터는 ‘변화 아니면 죽음뿐’이다. 이는 ‘현상에 만족하면 성장이 없다’는 사고로 어디에 문제가 있고 문제를 발견해 해결해야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이 ‘도요타 웨이’이고 ‘2010 글로벌 비전’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