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소비시장 역시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베이징 산리툰(山里屯)에 등장한 복장시장.최근 베이징 동쪽 산리툰(三里屯)에 타이핑양(太平洋)이라는 호화 백화점이 들어섰다. 서울 강남의 현대백화점에 비교될 만하다. 타이핑양백화점 제품은 고급 일색이다. 가격도 비싸다. 외국브랜드가 즐비하다. 그래도 이 백화점은 성황이다.타이핑양 백화점 맞은편 왼쪽으로 산리툰복장시장이라고 하는 또 다른 백화점이 들어섰다. 의복 및 잡화를 파는 이곳 제품은 아주 싸다. 신사복의 경우 타이핑양백화점에서는 2,000~5,000위안(1위안=약 145원) 정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산리툰복장시장에서는 200위안에도 살 수 있다. 물론 품질은 크게 차이가 난다.타이핑양과 산리툰복장시장. 중국은 이렇게 서로 극과 극을 이루는 시장이 공존하고 있다. 한끼 1,000위안 하는 고급 식당이 있는가 하면 그 옆에는 10위안에 점심을 떼울 수 있는 서민식당도 있다.어느 나라에서도 고급과 서민형 상가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에는 그 폭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소득수준의 차이,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얘기다.기자가 만나는 중국인 친구를 통해 중국인들의 소득계층을 알아보자. 레이먼씨(47)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테니스 파트너다.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영어이름으로 불러주기를 원한다. 그가 살고 있는 베이징 중심가 아파트임대료는 한 달 2,000달러. 벤츠를 몰고 다닌다.취미는 테니스와 골프. 매주 토요일 부인과 함께 골프를 즐긴다. 그의 아들은 학비가 학기당 3만위안 하는 사립학교에 다닌다. 고급샐러리맨이 1년을 꼬박 저금해도 모으기 어려운 액수다.왕원잉(王文英,·35)은 자주 만나는 잡지사 기자다. 최근 상하이다중 자동차를 샀다. 6개월 전에는 공상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베이징 근교 아파트를 장만했다. 집값은 16만위안.80%를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고, 앞으로 20년간 소득의 30%인 900위안을 매달 꼬박꼬박 갚아나가야 한다. 가족과 주말마다 외식을 한다. 쇼핑은 주로 할인매장에서 한다.선도형 소비집단, 기업책임자 가장 많아후난성 창사에서 기차로 12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농촌마을 지쇼우에서 만난 농민 런칭씨(57). 그의 생활은 지쇼우에서 평균정도다. 1년 농사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남는 돈으로 저축도 조금 한다. 가끔 호박, 밀 등을 시장에 내다 팔아 가족생활비를 마련한다.이들 3명의 생활방식은 너무도 다르다. 도저히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심하다.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중국인’이라는 것뿐이다. 중국에는 지금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최근 유력 일간지 <광밍일보 designtimesp=22512>가 ‘중국의 3대 소비계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인들의 시장구조를 추적해 봤다.우선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선도형’ 소비집단이다. 레이먼씨는 이 부류의 한 사람이다.이들의 평균연간가처분소득은 1만8,440위안(약 290만원)에 달한다. 한 달에 약 24만원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도시인구의 약 10%, 총인구의 약 3.5%에 해당하는 4,460만명이 이 부류에 속한다.이들의 구매력은 8,400억위안으로 중국 전체 구매력 5조위안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다. 엥겔지수(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식료품 지출 비율)는 15%로 선진국 수준이다.선도형 소비집단 구성원을 직업별로 보면 각종 기업책임자가 31%로 가장 많고 전문기술인력 25.2%, 연예인 운동선수 등 자유직업자 17.8%, 사영기업 외국기업 등 일반 종사자 9.5%, 서비스업 종사자 8.5% 등의 순이다.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대중적인 소비품보다 정교하고 개성화된 상품을 찾는다. 이들의 패턴을 연구하면 미래 중국의 소비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있다.둘째, 중등소득자로 이뤄진 ‘발전형’ 소비집단이다. 왕원잉 기자가 그 중 한 명이다.1인당 평균연간가처분소득은 약 6,500위안(약 100만원)에 달한다. 한 달 약 8만4,000원을 쓴다. 농촌인구의 10%, 도시인구의 80%에 해당하는 1억3천만명이 이 부류에 속한다.총 구매력은 2조8,900억위안으로 전체 구매력의 60%에 육박, 최대 소비군으로 분류된다. 엥겔계수는 35% 안팎이다.절대다수 도시지역 주민과 농촌의 소수 부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주요 직업별로는 공무원, 국유기업 종사자, 커티후(소규모 자영 상인) 등이다.발전형 소비집단은 기본 소비제품을 이미 구비, 소비패턴이 다양화, 고급화되고 있다. 주택, 자동차, 휴대전화 등이 대표적인 구매상품이다. 소비가 가장 활발하고, 구매력이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육성형 소비집단, 도시지역 거주자 10%차지셋째, 저수입 위주의 ‘육성형’ 소비집단이다. 지쇼우의 농민인 런칭에게서 그들의 소비행태를 엿볼 수 있다.1인당 평균연간가처분소득은 2,000위안(약 31만원) 안팎. 한 달 2만6,000원 정도를 쓸 수 있다. 도시지역 거주자의 10%, 농촌인구의 80%에 해당하는 약 2억명이 이 부류에 속한다.총구매력은 1조3,800억 위안으로 전체 구매력의 27%에 달한다. 엥겔지수는 약 50%. 도시지역의 저소득 가구 및 농촌지역의 중등소비자가 이 부류에 속한다. 도시지역의 실업자, 퇴직자,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근로자 등으로 구성된다.육성형 소비집단은 주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소비에 나서고 있다. 주로 저가제품을 매입하고 있으며, 물건을 사려고 해도 돈이 없어 못 사는 경우가 많다.이 밖에도 중국에는 1인당 연평균수입이 700위안(약 11만원)에 불과한 극빈층이 8,0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체 농촌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준. 이들은 전체 수입의 60% 이상을 식료품 구입에 쓰는 등 소비여력이 매우 취약하다. 이들에게 시장은 커다란 의미가 없다.<광명일보 designtimesp=22551>는 중등 소득수준의 ‘발전형’ 소비계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중국 내수시장의 핵심 군단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중국 시장연구는 내수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업체에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어떤 층을 공략할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선도형 소비집단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고급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급성장하고 있는 발전형 집단을 겨냥한 대량 판매제품에 승부를 걸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