랙서스.크라운마제스타 등 최고 품질차 생산...직원 키 맞게 자동조절되는 작업대 처음 적용

특별취재팀= 이창희 기자(취재)·김진상 자동차전문가· 황선민 기자(사진)도요타자동차는 일본 내 15개 공장(표 참조)과 24개국에 41개 자동차조립 및 부품제조 회사를 거느린 초대형 글로벌 자동차그룹이다. 이들 공장 중 으뜸으로 치는 곳은 일본 아이치현 아쓰이군에 위치한 다하라공장.생산규모로만 치면 지난해 47만8,000대로 68만1,000대의 다카오카공장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다하라공장은 단지 내 자동차조립공장은 물론 엔진 등 여러 부품공장들을 갖춘 최대규모의 공장인 데다 수출전략 공장이라는 점에서 도요타측은 의미를 더 부여하고 있다.도쿄에서 신간센을 타고 서쪽방면으로 나고야 본사까지 1시간40분, 다시 남쪽으로 자동차로 40분 가량을 달리면 웅대한 다하라공장의 전경이 펼쳐진다.112만평 규모의 다하라공장은 자동차 조립공장 3개, 차체공장 2개, 기계공장 2개, 주조공장 2개, 성형공장 1개, 도장공장 1개, 부품공장 1개 등 12개의 공장과 주행시험장, 수출야적장, 부두로 구성돼 있다.6,900여 명(계약직 1,50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이곳에선 렉서스, 크라운마제스타, 랜드크루저 등 7개의 승용차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선 1986년 최고치인 55만대를 생산했으나 지금은 15% 정도 감소했다.이는 일본에서의 생산량을 300만~350만대로 묶고 나머지는 해외 현지공장을 통해 생산량을 늘여간다는 도요타의 해외전략에 따른 것이다.아다치 마사루 다하라공장 홍보인사담당 과장은 공장견학에 앞서 “조립 및 엔진, 부품 등 자동차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보유한 공장”이라며 “특히 품질향상을 위한 최신설비를 갖춘 데다 주변 농업지역에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환경친화적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다하라공장 내 기자가 찾은 곳은 렉서스 430과 크라운마제스타를 생산하는 제3조립공장. 91년 10월 첫 가동한 이곳에선 430명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교대 없이 근무한다.여기에선 87초당 1대꼴로 자동차가 나온다. 공장에 들어서자 조립라인 천정에 붙은 전광판에 1일 목표 생산량 220대, 실적 221대라는 수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목표치를 넘어선 것이다.다하라공장 전체 생산대수가 줄었음에도 3공장의 가동률이 100%를 넘어서는 것은 렉서스에 대한 해외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강대환 한국토요타자동차 대리는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의 지사에서 렉서스 물량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정도”라고 귀띔했다.부품은 라인에서 작업중인 것을 포함 0.7일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부품은 주로 모노레일로 운반된다. 소음을 줄여 직원들의 능률을 올려보자는 회사의 배려가 담겨 있다.이뿐이 아니다. 직원들의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때로는 일렬로 라인을 타고 가는 차를 90도로 돌리기도 하고 개개인의 신체에 맞게 작업대가 자동으로 조절되도록 했다. 아다치 과장은 “안전을 위해 직원들이 위를 보고 작업하는 공정을 거의 없앴다”며 “이 같은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직원들의 역할을 명확하게 해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도요타가 품질을 지나치다할 정도로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조립공정 여기저기에서 나타난다. 먼저 도장라인을 거쳐 내외장 부품 조립라인에 들어온 차는 우선 문을 떼어낸다.여러 공정을 거치는 동안 문에 실오라기만한 흠집이라도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 문은 따로 라인을 거쳐 유리 등 내외장품을 모두 장착한 후 자동차조립 마지막 공정에서 차에 장착된다.둘째, 자동차 앞뒤 펜더에 보호대를 대고 직원들이 작업한다는 것이다. 보호대 색깔은 차종에 따라 다르다. 연두색은 렉서스 430, 오렌지색은 셀시어, 파란색은 크라운마제스타를 나타낸다. 이들 색깔에 따라 작업이 달라진다.렉서스와 셀시어는 같은 차종이다.다만 수출용(렉서스)이냐, 내수용(셀시어)이냐에 따라 브랜드명이 다를 뿐이다.셋째, 볼트를 조이는 작업을 하는 직원들에겐 오렌지색, 녹색, 붉은색 등 3색 램프가 달린 리어카가 있다. 작업할 차가 직원에게 오면 리어카의 램프에 오렌지색이 켜지고 작업이 완수되면 녹색이 켜지면서 다른 공정으로 이동된다. 그러나 볼트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으면 램프에 붉은색이 들어온다.넷째, 조립라인에는 직원들이 잡아당길 수 있는 흰줄이 있다. 이 줄은 직업들이 차에 문제가 생겼거나 교대를 해야 하는 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잡아당기도록 돼 있다. 이때 라인이 멈추고 상사가 직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준다. 만약 차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엔 이를 현장에서 해결하고 다음 공정으로 보낸다.부품 0.7일분 보유… CS작전 눈길아다치 과장은 “항시 자기공정에서 품질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다음 공정으로 불량품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다섯째, ‘CS(clean shoes)작전’이란 게 있다. 신발을 깨끗이 하자는 것인데 작업대 앞의 공장바닥에 끈끈이 테이프를 깔아 직원들이 신발에 묻어 있는 각종 오물들을 떼어내도록 했다. 신발에 묻어 있는 오물이 차에 묻어 조그만 흠집이라도 낼 것을 걱정한 조치다. 이것도 모자라 작업대에 들어가선 아예 신발을 갈아 신도록 하고 있다.여섯째, 유난히 긴 자동차 내외관 검사라인. 100m가 넘는 자동차라인 좌우에서 직원들이 검사리스트를 손에 쥐고 꼼꼼하게 체크한다. 마지막으로 매년 자동차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목소리를 청취, 이를 조립라인에 반영한다는 것.아다치 과장은 “판매사원들이 고객들을 직접 방문해 수집해 온 각종 문제점들을 조립라인 직원들은 물론이거니와 설계 및 핵심부품 기술진들에게 전달해 해결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3공장 조립라인 끄트머리 벽에는 직원들이 세계 최고의 차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작성한 쪽지가 자신의 사진과 함께 붙어 있다. 이같은 다짐은 모두 안전모자와 보호안경을 착용하는 등 규정을 지키며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실천을 위한 진정한 다짐으로 느낄 수 있었다.돋보기 김진상 자동차 전문가가 본 다하라 공장시냇물처럼 자연스런 조립라인 ‘감동’‘렉서스가 왜 세계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은 좋은 경험이었다. 렉서스는 그야말로 도요타 전 사원의 혼의 작품이자 자존심이었다. 미국, 독일 등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장을 둘러보았지만 도요타의 다하라공장처럼 짜임새 있는 곳은 보질 못했다.처음 공장을 둘러보면서 어떻게 이런 공장에서 세계적인 자동차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너무 조용하고 작업자들도 눈에 띄지 않은 데다 ‘품질향상’을 위한 캐치프레이즈 현수막 내지 벽보들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다하라공장은 마치 계곡을 타고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과 같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모든 작업자들이 각 공정에서 자기의 일을 명확하고 질서 있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서 품질불량 제로를 위한 사전예방이 철저히 진행되고 있음은 물론이다.문제발견시 잡아당기도록 되어 있는 라인스톱 줄은 어느 공장에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메이커들은 계획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이줄을 당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하라공장에서 만난 한 작업자는 “라인스톱 줄을 많이 잡아당길수록 품질이 좋아진다”고 말해 단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