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틴.도브.엘라스틴 '빅3' 40%시장 장악...올해 시장규모 1,400억원대 예상
‘머리도 피부’ 고급화 바람지난해 10월, 서울을 비롯한 전국 5개 대도시에선 한 샴푸업체의 독특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물음표가 가득한 의상을 입은 도우미들이 브랜드명이 명시돼 있지 않은 샴푸샘플을 길거리에서 나눠주었다.수많은 여성들이 샴푸와 린스를 직접 써보고 소감을 말하 는 광고도 나왔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브랜드명은 찾을 수 없었다.이 행사의 주인공은 다국적 생활용품업체 P&G의 프리미엄급 샴푸 ‘팬틴’이었다. 지난 93년 런칭해 수년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팬틴은 이 리뉴얼 이벤트를 통해 점유율을 3.1%나 끌어올렸다. 현재 팬틴의 시장점유율은 16.5%로 업계 1위다.팬틴과 함께 유니레버의 ‘도브’,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은 요즘 샴푸시장을 이끄는 ‘빅3’로 꼽힌다. 이들 제품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올해 2,000억원대로 예상되는 샴푸시장에서 프리미엄급 샴푸는 70% 이상인 1,400억원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으로도 시장규모는 커질 전망이다.프리미엄급 샴푸시장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팬틴이 홀로 지키던 시장에 유니레버의 도브가 합세, 제품력과 마케팅으로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 게 기폭제가 되었다. 도브의 크림샴푸는 현재 13.3%의 점유율로 팬틴을 바짝 뒤쫓고 있다.도브는 유니레버코리아에는 엄청난 ‘효자상품’이다. 한국지사에서 독자개발해 성공을 입증했고, 급기야 전세계 판매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국지사의 모험에 대해 처음 유니레버 본사는 달가워하지 않았다.그러나 도브크림샴푸는 출시된 첫 달에 5%, 지난해 5~6월에는 8.5%의 점유율을 보이다 지난 1~2월에는 12.9%로 한때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빅3 중 유일한 국내 브랜드인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은 지난해 2월 고급 샴푸시장에 뛰어들어 경쟁가도에 한층 더 불을 지폈다. 엘라스틴의 등장으로 샴푸시장은 외국계 대 토종브랜드의 대결구도가 된 것이다.엘라스틴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출시하자마자 4.1%의 점유율을 보였던 이 제품은 지난 4월에는 8.5%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전지현, 이영애 등 톱광고모델을 기용한 광고전략과 ‘머리도 피부’라는 캠페인성 광고카피가 점유율 확대에 일조했다는 평이다.LG생활건강은 엘라스틴을 샴푸 주력 브랜드로 정하고 프리미엄급 샴푸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모발염색이 일반화되면서 손상된 모발을 관리하기 위해 프리미엄급 샴푸를 찾는 소비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토종 브랜드, 시장 탈환 ‘몸부림’“다국적기업에 빼앗긴 샴푸시장을 재탈환하라.” 애경산업은 최근 “P&G, 유니레버 등에 빼앗긴 프리미엄급 샴푸시장을 탈환하겠다”면서 공개 도전장을 냈다.애경이 들고 나온 무기는 손상모발 전문 샴푸 ‘케라시스’. 이 회사 정창환 마케팅본부장은 “이미 샴푸시장엔 절대강자가 없다”고 말하고 “샴푸, 린스 겸용샴푸와 비듬샴푸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해 온 노하우를 토대로 프리미엄급 샴푸시장에서 점유비를 올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P&G와 유니레버가 독주하고 있는 고급 샴푸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토종브랜드들이 일어섰다. ‘가만히 앉아서 시장을 뺏기진 않겠다’는 게 공통된 의지다. LG생활건강이 엘라스틴으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애경은 6월에 케라시스를 내놓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지난 5월엔 태평양이 비듬방지샴푸 댄트롤을 ‘두피케어시스템 댄트롤’로 업그레이드하고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전개 중이다.토종브랜드들은 ‘P&G의 팬틴, 유니레버의 도브에 뒤떨어지지 않는 제품력’을 마케팅포인트로 잡고 있다. 애경의 케라시스는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 앰플 등 4단계 시스템으로 구성된 과학적인 헤어 클리닉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특히 7월 말까지 1만명의 소비자 평가단을 모집해 샴푸 400g 정품과 15ml 정품 앰플 2개를 지급, 직접 평가를 받겠다는 공격마케팅을 선언했다. 그만큼 제품력에 자신 있다는 의미다. 또 유럽 8개국 여행권과 폴크스바겐 뉴비틀을 경품으로 내거는 대형 이벤트도 전개할 계획이다.태평양이 내놓은 업그레이드형 댄트롤은 비듬뿐만 아니라 두피까지 관리하는 기능성 샴푸를 표방하고 있다. 신제품으로 대응하기보다 92년 5월 출시 후 10년 동안 장수한 브랜드를 ‘공격카드’로 내세운 셈이다.새로 나온 제품은 중건성 두피용과 지성 두피용 등 두 가지 라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출시기념으로 두피진단서비스를 전국 대형매장에서 진행 중이다. 또 7월 말까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가족여행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외국계 화장품사도 ‘진격, 앞으로’무서운 속도로 화장품 시장 점유비를 높이고 있는 외국계 화장품사들도 앞다퉈 샴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화장품의 사용범위가 얼굴, 피부에서 몸 전체로 확대되는 추세에 따라 고급 모발관리제품도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외국계 화장품사들이 내놓은 제품들은 하나같이 ‘진단 및 처방’을 필수로 내세우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맘대로 제품을 사서 쓰는 게 아니라 고객이 매장을 직접 방문,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은 후 적합한 제품을 소개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오리진스 김지연 PR매니저는 “고급화장품 소비자들은 모발관리도 특별하길 원한다”고 말하고 “진단과 상담, 처방과정을 거치면 모발관리 효과가 높고 고객의 만족도도 훨씬 높아진다”고 밝혔다.오리진스, 크리니크, 아베다, 로레알 등이 내놓은 샴푸들은 기존의 프리미엄급 샴푸보다 2~3배 비싼 가격대이지만 매출은 수직상승 중이다.전국 350개 고급 헤어살롱에서만 판매되는 샴푸인 로레알 ‘케라스타즈’의 경우 가격대가 2만~3만원대의 고가이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여세를 몰아 오는 7월 초 서울 청담동에 ‘더 로프트’라는 헤어살롱을 열고 미국산 샴푸 ‘레드켄’의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또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도 다양한 모발타입에 맞는 기능성 샴푸를 내놓고 고급지향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자연성분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한 아베다와 오리진스도 샴푸 마케팅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아베다는 16개 종류의 샴푸 등 50여 개 헤어관리 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엔 염색모발전용 제품과 딥클렌징 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피부관리 화장품으로 유명한 크리니크 역시 고객의 모발타입을 진단한 후 제품을 권하는 맞춤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