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관련상품 발빠르게 개발...컨설팅.로펌사들도 PL팀 구성 특수잡기 나서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제조물책임(PL)법으로 인해 기업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PL리스크’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만나게 됐다. PL 관련 특수를 만난 분야는 크게 컨설팅업계, 보험업계, 법률서비스업계 등을 들 수 있다.이런 틈새를 가장 먼저 파고들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손해보험업계다. 손보사들은 소비자로부터 PL 관련 문제제기를 받아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기업측에도 결국 손해란 점을 강조하면서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민사소송 통계를 보면 일본의 경우 국민 241명당 1건의 손해배상소송이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는 52명당 1건꼴로 소송이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민사소송이 많았다는 점에서 PL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소송이 빈발하지 않을까 제조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손보업계, 새 시장 만나 동분서주국내 손해보험업계는 이 부분에 주목해 2~3년 전부터 PL 관련 상품을 준비해 왔다. 보험업계에서 내놓은 PL 관련 상품이 책임지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먼저 제품의 설계와 제조단계부터 해당 제조업체에 방재대책을 세워주는 위험진단과 위험관리서비스가 있다. 일종의 사전서비스(Before Service)인 셈이다. 이어 사고사례 및 해당기업의 PL대응 현황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는 단계가 있다.일부 보험사는 PL전문가 양성도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는 실제 소송이 제기됐을 때 소송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면서 법률적 지원을 보장해준다.손보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활발하게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PL 관련 세미나와 설명회 등을 개최했다. 손해보험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인 시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난 보험업계가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다.일부 업체는 국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안전경영에 관한 실태조사까지 마쳤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PL 관련 대응수준이 미미한 상태에서 관련 통계자료부터 확보하자는 발빠른 행보인 셈이다. 아울러 해외 제휴선, 특히 일본 손보업계와 업무제휴를 강화하고 있다.현재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PL법을 도입한 지 20여 년이 돼가고 있지만 지난 95년 PL법을 도입한 일본의 사례가 우리 실정과 가장 가깝다는 분석 때문이다.보험업계에서는 동부화재가 가장 활발하게 PL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부터 PL팀을 가동했으며 지난해 일본 야스다화재와 업무제휴를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동부화재의 임회민 위험관리서비스팀장은 “올해 PL보험 시장규모는 6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인식부족으로 작은 규모로 시작되겠지만 본격 시행된 이후에는 계속 급팽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동부화재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PL 관련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예비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일본 야스다화재에서 개발해 지난 93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이 시스템은 PL위험을 계량적으로 평가해 위험을 분석하고 해당 기업의 PL대응 수준을 종합평가해준다.이와 함께 동부화재는 지난 6월1일부터 한 달 동안 국내 5,000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안전경영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임팀장은 “앞으로 업종별·규모별로 PL대응 수준에 대한 통계자료를 확보해 한국의 현실에 맞는 PL대응방안을 도출해내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LG화재, 일본업체와 업무제휴 추진LG화재도 해외 제휴선 확보에 나섰다. LG화재는 일본 미쓰이·스미토모보험의 자회사인 인터리스크컨설팅과 지난 6월26일 도쿄에서 위험관리서비스 강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LG화재는 이에 앞서 국내 업체인 PL코리아와도 포괄적 업무제휴협약을 체결해 PL보험 및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삼성화재나 현대해상이 내놓은 PL 관련 보험상품의 서비스도 다른 손보사들과 외형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화재는 지난 96년부터 PL위험진단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국내 보험사 최초로 ‘PL클럽’이란 이름의 e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다소 늦게 시작한 편인 현대해상은 지난해부터 PL 관련 각종 세미나와 교육프로그램 등을 실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보험사와 함께 한국능률협회, 한국표준협회 등 PL 관련 리스크 컨설팅업체들도 PL법 시행을 고대하고 있다. 기존의 품질관리 관련 교육 및 세미나의 범위를 넘어 새로운 교육관련 상품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중소기업청은 최근 한국표준협회, 한국생산성본부, 성균관대 기술센터 등을 PL지도기관으로 지정, 관련 세미나와 교육을 위탁시켰다. 표준협회는 PL전문가 양성교육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지금까지 264명의 전문가들을 배출해냈는데, 5일 과정에 34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어 앞으로 P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이 분야에서 수입증대도 기대하고 있다. 표준협회의 정규교육에는 제품안전경영시스템 전문가 과정도 있으며 수강료는 65만원이다.능률협회는 일단 중기청이 주관하는 공식 PL지도기관에서는 제외됐지만 독자적인 컨설팅 지원사업과 교육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능률협회의 표준교육과정은 5일에 50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받는다.능률협회의 서창수 전문위원은 “중기청이 앞으로 3,000명의 PL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능률협회는 중기청의 공식 지도기관에서는 제외됐지만 이미 독자적인 전문가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기업형 변호사사무실인 로펌들도 나름대로 PL법시대에 대비해 움직이고 있었다. 법무법인들은 제품을 설계하는 시점부터 법률수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 전담팀을 구성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법무법인들은 자동차, 제약사 등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들과 장기계약을 맺는 만큼 앞으로 시장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세종법무법인은 로펌업계에서 가장 먼저 ‘제조물책임팀’을 구성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교선 제조물책임팀장(변호사)은 “지난 99년 담배인삼공사의 소송을 대행하면서 PL법에 대한 법인 차원의 관심이 시작됐다”면서 “국내외 변호사 및 변리사 6명으로 전담팀을 구성, 제조업체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박변호사는 또 “설계와 생산단계에서 제조업체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고 있다”면서 “어떤 서류를 잘 보관해 둬야 하는지, 설계도면은 어디까지 확보해 둬야 하는지 등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앞으로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단 한 사람의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그 소송결과에 따라 유사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자동적으로 배상해줘야 하기 때문이다.비록 집단소송제 도입이 늦춰진다 하더라도 기업이미지가 추락한다는 점에서 PL법 관련 소송을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 PL 관련 법률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태평양법무법인의 제조물책임팀장 강종구 변호사는 “PL 관련 소송의 규모가 얼마일지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변호사 수가 100명이 넘는 대형 로펌에서 6∼7명 정도의 전담팀이 필요한 수준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