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9월까지 출마여부 밝힐 계획… 월드컵 4강 신화, 경제 대도약으로 이어가야
정몽준의원“월드컵이 국민화합에 기여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대한축구협회 회장, 월드컵조직위원장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진 정몽준 의원(51·무소속)은 2002한·일월드컵의 성과를 이렇게 자평했다. 정의원은 <한경BUSINESS designtimesp=22525>가 중앙리서치와 공동 조사한 ‘2002 대선후보 경제 리더십 조사’에서 고른 점수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이른바 ‘히딩크 신드롬’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CEO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점에서 정의원은 경제 리더십이 가장 뛰어난 후보로 꼽히면서 강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정의원을 7월4일 대한축구협회 회장실에서 만나 향후 대선과 관련된 거취와 월드컵에 대한 감회 등을 들어보았다.단순한 이미지조사가 아니라 전문인들에 의한 리더십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셨습니다. 연말 대선에 출마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요.지금부터 고민을 좀 해볼 생각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만 이르면 9월쯤 향후 거취를 밝힐 계획입니다.사실 그동안 월드컵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전념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그래도 우선은 여론조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에서 당선가능성이 제일 높다면 결정하기가 쉽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심사숙고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직접 나갈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할 생각입니다. 선거는 결과로서 한 사람을 뽑는 것이지만 선거 자체가 하나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7월부터 후보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한다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큰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후보가 된다는 것 자체를 국민과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국민들과 대화할 대화거리가 있다면 나가겠습니다.만일 대선에 출마하신다면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두고 계신지요.기존 정당으로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제가 지난해 국회에 가장 출석을 적게 한 의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된 적이 있는데, 그건 본질적인 문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월드컵 준비로 시간이 없었던데다 그때는 특정 정당이 특별한 목적을 위해 이른바 방탄국회를 여는 상황이어서 정략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정치인이란 게 누가 만나자고 하든 만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참고로 정당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냉전적 구도에서 탈피하려면 기존 정당구도가 과연 우리가 선택한 것인지,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인지, 그렇다면 새로운 선택의 길이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천년을 맞아 이제는 우리 정치도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당구조가 좀더 민주적으로 발전해서 정당운영도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처럼 이뤄져야 공당(公黨)의 모습을 갖추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정의원께서 경제철학이 가장 뚜렷한 후보라고 보고 있습니다. 평소의 경제철학이나 소신을 소개해주십시오.민주주의 없이는 시장경제가 발전할 수 없고, 시장경제 없이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정치적 자유의 중요성은 많이 강조하지만 경제적 자유의 중요성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적 자유 없는 정치적 자유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거죠. 경제인들은 시장경제의 발전에 참여한 당사자들로서 궁극적인 민주주의 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또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잘 발달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밖에 있는 사람들의 도덕적인 가치가 유지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발달에 필수불가결하다고 봅니다. 생산, 유통, 금융 등 시장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물론 시장경제 밖에 있는 사람 역시 도덕적으로 충실해야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에는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되는 길이며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길이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개인이 희생이 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잘 될 수는 없는 거지요.분배와 성장이라는 요소 가운데 차기 대통령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경제적 과제는 어느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우리 경제에서 소득의 재분배와 지속 성장이라는 명제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속 성장이 없이는 소득수준의 향상을 이룰 수 없으며, 반대로 분배의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없기 때문이지요.지난 97년 외환 위기 이후 국내 경제에서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며, 특히 저소득층의 고용불안은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될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 해결책으로 지속 성장의 추진, 인적자본의 육성을 통한 소득 재창출의 기회 확보, 첨단산업 및 서비스 산업의 육성 등과 같이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나눠가질 파이는 그대로 있거나 축소되는 상황에서 재분배를 위한 욕구만 키운다면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국민 각자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지속 성장을 통해서 전체 파이의 규모를 키움으로써, 상대적인 저소득층일지라도 지금보다 훨씬 윤택하고 안정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한국이 4강에 진출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는데요, 월드컵 결산을 해주십시오.우선 420억 세계인이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본 이번 대회에 대해 사상 첫 공동개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회운영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가 재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저는 우리가 월드컵을 통해 얻은 소득은 다음과 같이 꼽고 있습니다.첫째,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됐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나라의 위상이 제고되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셋째, 남북교류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넷째, 국민화합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다섯째, 일본과의 관계개선도 중요한 소득입니다.이런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갈 후속조치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그렇습니다. 월드컵을 통해 표출된 열기와 우리 국민의 역량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과거 월드컵을 개최했던 나라들의 전례를 보면 월드컵을 통해 국가의 도약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던 나라들도 있고, 월드컵 이후 오히려 경제가 낙후되는 등 실패한 나라들도 있습니다. 월드컵을 국가발전의 계기로 삼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로는 82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스페인, 98년 대회를 개최했던 프랑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78년 대회를 개최한 아르헨티나나 86년 대회를 개최한 멕시코의 경우 월드컵 준비과정에서의 과도한 투자와 과소비,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대회 이후 경제가 뒷걸음질해 월드컵 열기를 국가도약의 계기로 삼는 데 실패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우리나라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고 월드컵 개최를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21세기 국가발전을 위한 목표와 리더십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분명한 목표설정이 국민적 동참과 결집을 가져왔듯이 분명한 목표 설정과 함께 거리응원으로 표출된 국민들의 잠재된 역량을 극대화시키고 이를 국가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입니다.한국의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지금의 국내 경제상황은 결코 나쁜 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실질성장률이 6%를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민간소비를 주축으로 내수가 경기의 추가하락을 방지했다면 올해에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기 회복과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 국내 경기 및 증권시장의 움직임이라고 생각됩니다. 국가 경제가 100% 개방된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해외 변수가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점차 해외 부문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배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러면 우리나라 경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기업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인이라면 기업의 핵심적인 경쟁요소를 발굴하여 세계 1등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인재육성만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아울러 보다 고양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하고 나아가 개별 기업의 인지도를 확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책 당국은 기업활동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책무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기업경영을 위한 환경이 경쟁국에 비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불필요한 규제 철폐와 물류 환경의 획기적인 개선이 시급합니다. 특별히 좋은 정책을 펴기 위해 애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도나 정책의 일관성, 투명성을 유지하여 정부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지속 성장을 위해서 절실한 것은 바로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육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주장대로 21세기 한국 경제는 지식노동자가 이끌어가야 합니다. 이러한 지식노동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패의 척결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건전한 윤리의식 없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과 정치권이 모두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부패척결을 통하여 기업경영 과정에서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젊은 세대에게 공정한 경쟁이라는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