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데 왕도는 없다. 그러나 두드리면 문은 활짝 열리게 돼 있다.’실리콘밸리의 베테랑들이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미국 진출에 대한 조언이다. 이 같은 조언은 <한국경제신문 designtimesp=22639> 후원으로 코리아 IT 네트워크(KIN)가 7월18~19일 양일간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2002 한민족 IT 전문가 대회’(KIN 콘퍼런스)에서 소개됐다.이 행사는 IT 분야의 전세계 한국인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네트워크 형성을 목적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이틀 동안 1,000여 명이 참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황”(변재일 정보통신부 기획관리실장)을 이뤘다.특히 최근 e베이가 1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페이팔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피터 시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권위 있는 벤처캐피털회사의 하나인 드래퍼 피셔 주벗슨(DFJ)의 티모시 드래퍼 파트너 등 이 지역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가해 한국 IT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이번 행사는 한국 기업 및 미국에서 한국인이 창업한 기업이 미국 내 정착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첫날 열린 지적재산권에 대한 세미나와 마케팅 엑스포, 둘째날의 마케팅 및 세일즈 기법, 벤처투자 동향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이번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한국인 CEO에 의한 기술재정(Repositioning)’. 이 프로그램에서는 싱크프리를 창업한 이경훈 Z60벤처스 대표, 실리콘이미지의 데이비드 리 CEO, 매트릭스메소드의 스콧 김 CEO 등이 켄 하우스만 나스닥 사장 자문역의 사회로 한국기술을 미국시장에 맞게 변화시킨 경험을 소개했다.싱크프리는 한국에서 개발된 워드프로세서 등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사업에 나서 2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실리콘이미지는 영상처리 및 통신용 반도체 전문업체로 지난 99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매트릭스메소드는 이동통신용 콘텐츠를 전송하는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다.이경훈 대표는 한국기술의 미국 도입에 성공하려면 “미국의 시장과 고객에 맞게 변신시켜야 한다”면서 넷지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대표는 인터넷 접속자의 지리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이 회사의 임시 CEO를 맡아 비즈니스 방향을 바꿨다.원래 이 회사는 인터넷 접속자들에게 그 지역에 맞는 정보나 광고를 보내주는 솔루션을 판매했으나 이를 보안 분야에 적용한 것이다. 은행이나 쇼핑몰에 접속한 개인의 접속 장소가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곳과 다를 경우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안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이대표는 또 “2%의 차이”를 깊이 고려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 차이는 겨우 2%에 불과하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다르다”면서 “이는 제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2%의 차이’가 제품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마케팅 및 세일즈 관련 세미나에선 미국에서 마케팅을 하려면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현지의 다양한 지원 네트워크를 활용, 올바른 전략을 갖고 적절한 파트너를 찾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돈을 들여 시장조사를 해야 하며 현지의 마케팅 회사와 협력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iPark실리콘밸리의 마켓채널 연계 프로그램이나 한국 전문 마케팅회사들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제시됐다. 특히 아이파트너스 등 한국 동포들이 설립한 회사는 “한국 기업과 미국 유통시장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 양쪽을 연결하는 데 이상적”(아이파트너스 이종훈 부사장)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