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선 내부거래 문제 삼지 않아...주5일 근무제 2005년 이후 단계적 시행 바람직

손병두전경련 상근부회장재계가 정부의 주5일 근무제 단독입법추진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주5일 근무제 수용불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은 물론 부당내부거래 조사도 ‘기업 길들이기’ 차원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공정위 조사는) 법치주의에 어긋난 불공정한 법집행”, “(주5일 근무제 조기 실시는) 나라를 아르헨티나처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행위” 등의 강한 표현을 써가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손부회장은 또 부당내부거래법의 일부 조항이 시장경제체제에 어긋난다고 지적, 법개정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임을 내비쳤다.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대해 재계가 강력 반발하는 이유는 뭡니까.공정거래법 49조를 보면 공정위는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경우 혐의도 포착하지 않은데다 덩치가 큰 공기업은 제외한 채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민간기업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투망식 조사가 아니고 뭡니까.사실 지난 2000년부터 계열사와 자본금의 10%나 100억원이 넘는 거래를 하려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합니다. 이는 공정위가 종전보다 혐의를 쉽게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 방식으로 조사를 강행한 것입니다.게다가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의 기업브랜드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까. 이런 국운상승기에 정부가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을 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이남기 공정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공정위의 정상적 업무이며 연초 업무보고에서도 밝힌 것”이라고 반박했는데요.물론 정부가 법에 규정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안됩니다. 그러나 법치국가에서 정부도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즉 혐의가 있고, 그런 거래로 인해 실제 경쟁이 제한된 것이 드러나고, 다른 부처의 조사와 중복되지 않아야 합니다.혐의가 없는데도 조사하고 공시된 거래를 검토해 혐의를 포착하려 하지 않고 그룹별로 기업을 할당해 조사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정상적인 업무라고 보기 힘들다는 생각입니다.게다가 7월2일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12대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이 2000년 35.3%에서 지난해 32.5%로 줄어들고 있는 형편입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조사에 나선 것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내부거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습니까.소폭이지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진국에서는 내부거래에 대해 전혀 문제를 삼지 않는다는 겁니다. 가령 원료를 계열사에 시장가격보다 싸게 공급했다고 칩시다.이것은 부당내부거래입니다. 그러나 이 법률은 요즘의 시장환경에 맞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자기 회사가 비싸게 구입한다고 판단되면 다른 곳으로 거래처를 옮기면 그만입니다. 때문에 거래사간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를 없애야 합니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하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 법의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정부의 주5일 근무제 단독입법추진 방침에 대해서도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요.안타까운 일입니다. 애초의 취지가 어긋났습니다. 사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IMF 사태 이후 대량 해고의 위기 속에 노동계가 근로시간과 임금을 줄여 일자리를 마련하자는 소위 ‘일자리 나누기’를 주장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이에 재계도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근로시간 및 임금감소 방안에 동감하고 바람직한 도입 방안을 노사합의로 도출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해 논의한 것입니다. 그러나 고용시장이 호전됨에 따라 양대 노총은 ‘고용유지를 위한 고통분담’ 논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근로시간은 줄이되 임금은 줄이지 않겠다는 ‘삶의 질’ 전략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입니다.결국 노사정이 모두 합의하고 공감한 제도도입 초기의 목적과 문제의식은 사라지고 편법적인 임금인상전략만 남은 것입니다.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는 주5일 근무제를 선호하고 있는데요.국민들의 정서도 중요하지만 주5일 근무제로 피해를 입는 사업자 300여만명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제문제는 여론으로 결정한 일이 아닙니다. 국가의 경쟁력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입니다.보통 주5일 근무제는 1인당 GNP가 3만달러는 돼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작 1만달러 수준에 불과합니다. 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국가경제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그렇다면 주5일 근무제는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시행돼야 한다고 보십니까.사업규모 및 업종의 특성, 그리고 실제 근로시간 실태 등을 감안해 2005~20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실시해야 합니다.이는 우리 경제와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막대한 추가부담을 이겨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명분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현실에 기초한 합리적인 비용분담 원칙과 국제적인 기준을 감안해 노사정간의 합의와 국민적 컨센서스(정책 동의)가 뒷받침이 돼야 합니다.전경련은 올 초 회장단 회의를 통해 “정치자금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만 여전히 이런 결정에 의문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정치자금을 근절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나요.과거에 두 전직대통령이 교도소에 가고 대기업의 회장들이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게 된 과정을 온 국민들이 지켜보지 않았습니까. 이런 일은 우리나라가 선거를 치를 때마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고비용 정치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봅니다.결국 정치자금의 수요처가 줄어들어야 공급에 대한 요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무엇보다 법이 정한 한도액을 넘어서는 거액을 지출할 방법이 없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기업회계를 유리알 들여다보듯 하고 기업경영을 감시하는 주주나 기관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또 기업인들에게는 가능한 한 정치에서 벗어나 기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싶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시대가 요구하는 대세이므로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