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당 결함건수 109개로 도요타와 비슷 … 지난해 캐딜락·뷰익 등 승용차 20만8,000대 생산

특별취재팀= 이창희 기자(취재)·김진상 자동차전문가·황선민 기자(사진)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GM은 미국에만 19개의 자동차조립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이들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수는 모두 490여만대. 이들 중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와 햄트래믹 두 도시에 걸쳐 위치한 햄트래믹(Hamtramck)공장은 지난해 20만8,000여대(생산능력 23만2,000대)의 승용차를 쏟아냈다.이곳에서는 고급차로 명성이 높은 캐딜락 세빌, 캐딜락 데빌, 뷰익 레사브레 등 3개 차종이 생산된다. 한지붕 아래 펼쳐진 이 공장의 실내면적은 무려 360만㎡에 달한다. 한 공장 안에 차체 및 도장, 조립 등 자동차제작에 필요한 모든 생산라인이 들어있다.햄트래믹공장은 매일 오전 8시30분 공장장 주재의 품질미팅을 시작으로 하루를 연다. 공장장은 공장 내 마련된 원형 모양의 ‘품질리뷰센터’에서 전날의 품질성과와 작업상 문제점 등을 30분에 걸쳐 집중 토의한다. 하자가 발생한 부품 등도 전시해 직원들이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참고하도록 한다.매주 수요일 오전에는 조립라인 팀장들이 품질평가대회를 갖는다. 팀장들은 팀원들의 작업현장을 순회하면서 문제점들을 즉각 해결해준다. 특히 하자가 발생한 부품은 팀장이 원인을 규명해 공장장에게 보고하며 또한 ‘레드 테이블’(Red table)에 올려놓고 작업자들이 관찰하도록 한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해 햄트래믹공장의 자동차 100대당 결함건수는 109개로 GM의 평균결함건수 130건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표참조)매일 아침 품질미팅 갖고 작업시작햄트래믹공장의 품질 수준을 매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에게 ‘안전’(Safety)을 강조하고 실천하면서부터다. 조 폰세 공장장은 “직원들에게 직설적으로 품질을 강조하기보다 안전을 중요시해 왔다”며 “직원들 자신에 대한 안전의식을 높이면 점차 진심으로 소비자의 안전을 생각하게 되고 이것이 자연스레 품질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이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도 높아져 노사관계가 저절로 좋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폰세 공장장의 입에는 ‘안전’이라는 단어가 하루에도 수백번 오르내린다고 한다.햄트래믹공장이 안전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대목.지난 7월18일 취재팀은 공장견학에 앞서 30분간 안전교육을 받았다. 안전 관련 비디오를 시청한 데 이어 공장장으로부터 ‘특별교육’까지 받았다. 그리고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여권크기의 이수증을 받아 공장투어가 끝나기 전까지 지니고 다니도록 했다.이와 함께 공장견학은 도보가 아닌 투어카로만 진행됐다. 폰세 공장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방문객은 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이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며 “얼마 전 주지사도 안전교육을 받고 공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햄트래믹공장에 근무하는 종업원수는 4,070명. 이들의 평균나이는 45세로 다른 공장들에 비해 높다. 이들은 하루 2교대로 매일 982대의 자동차를 조립한다.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군데군데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게리 홍보담당은 “예전에는 부품을 쌓아두었던 장소였지만 JIT(Just In Timeㆍ적기 적시 공급)시스템이 정착돼 재고부품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햄트래믹공장의 재고부품은 조립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것을 포함해 모두 1~4시간분에 해당할 정도로 적다. 부품은 직원이 작업하기 위해 꺼내기 전까진 독립된 박스 안에 보관, 흠집 등 경미한 손실까지 줄이려는 노력이 역력했다.여직원 전체의 25%우선 컨베이어시스템에 흐르는 독립된 자동차작업대가 눈길을 끌었다. 화이트보디는 작업대에 올려져 다른 공정으로 보내진다. 용접라인을 지나자 게리 홍보담당은 “용접된 자동차 차체는 일주일에 1대를 임의적으로 빼내 용접포인트를 체크한다”고 설명했다남녀 직원이 자유스러운 복장에 작업난이도와 상관없이 어우러져 근무하는 것도 한눈에 들어왔다.전체 공장직원의 25%가 여성근로자다. 이는 직원을 배려한 작업환경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작업자들이 부품박스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장치를 적용, 부품을 꺼내기 위해 무리하게 허리를 굽히는 일이 없도록 했다. 그리고 볼트, 너트 등과 같은 작은 부품들은 자동차 1대당 쓰임새별로 조립라인을 따라다니게 해 근로자들이 맞는 부품들을 애써 찾지 않아도 된다.공장 벽면에는 수많은 ‘Be the best’(최고가 되자) 등 다양한 캐치프레이즈들이 붙어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자동차품질 전문조사기관인 JD파워가 인증한 최상의 품질 및 생산성평가서가 부착돼 있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인상이 역력했다.조립라인 공정상 또 다른 특징은 타이어를 맨 마지막 단계에 부착한다는 것. 타이어를 달고 나온 차는 모두 주행시험장을 거친다.공장견학이 끝날 즈음 게리 홍보담당은 “캐딜락의 경우 부품 소재의 80% 가량이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환경문제에도 앞장서고 있음을 은근히 자랑했다.돋보기 / 김진상 자동차전문가가 본 햄트래믹공장직원 배려하는 경영 ‘인상적’한 마디로 놀라운 변화가 일고 있었다. 포드자동차에 근무할 당시 가끔 GM 공장을 견학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와는 완전히 딴판이라는 느낌이다. 재고부품이 눈에 띄게 줄었고, 각종 작업도구들이 잘 정리돼 있었다. 여기서도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짙었다.특히 ‘직원들의 안전이 보장돼야 제품품질과 서비스품질이 나온다’는 GM의 사고는 당연하면서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회사가 직원들을 다그치기보다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펼침으로써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품질향상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성과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매일 아침 ‘품질광장’(리뷰센터)에 모여 품질미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에서는 향후 21세기 자동차산업의 생존조건이 무엇인가를 가늠하게 한다.